이번 1학기부터 출판사가 개별 중·고등학교에 교과서를 자율 공급할 수 있는 방향으로 제도가 바뀐 뒤 교과서 내용은 거의 같은데도 가격은 갑절 이상 뛴 것으로 나타났다.
8일 김태년 민주통합당 의원이 올해 초 발간된 교과서와 지난해 나온 교과서의 가격을 비교한 결과, 중학교 교과서 가격은 평균 4973원(445종)에서 1만218원(200종)으로 올랐고, 고등학교 교과서는 평균 3752원(35종)에서 7919원(30종)으로 급등했다. 과거 공동 발행을 하던 검정 교과서 가운데 개별 발행이 가능한 인정 교과서로 바꾼 출판사들의 교과서를 대상으로 비교·분석한 결과다.
가격은 크게 뛰었지만 내용에는 변화가 거의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김 의원은 표본 분석 결과 지난해까지 나온 교과서와 비교할 때 올해 낸 교과서들이 분량만 15~30쪽 정도 늘거나 판형만 약간 키운 경우, 문구와 디자인만 조금 바뀐 경우 말고는 전반적인 질적 변화를 찾아볼 수 없다고 밝혔다.
교육부는 2009년 12월 발표한 ‘교과서 선진화 방안’에서 “출판사들이 공동발행에 참여하면 시장점유율에 관계없이 이익금을 똑같이 나누게 돼 교과서의 품질이 떨어지고, 발행사가 난립하는 등 시장경제 원리에 맞지 않다”며 2013년 초부터 개별 발행제를 시행하기로 한 바 있다.
하지만 교과서 내용의 질적 향상이라는 긍정적 효과를 찾아보기는 어렵고, 가격 급등이라는 부작용만 나타난 셈이다. 또 일각에서는 개별 출판사들이 개별 학교를 상대로 판매 영업에 나서면서 그 영업비를 교과서 판매가에 전가했다는 의구심을 제기하기도 한다.
김 의원은 “자체 유통망이 없어도 교과서 발행이 가능했던 기존 체제와 달리 이제는 자체 영업·유통망이 갖춰진 대형 출판사들을 중심으로 교과서 시장이 재편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결국 손해보는 것은 학생과 학부모들”이라고 지적했다. 음성원 기자 esw@hani.co.kr
교과서, 출판사 자율공급뒤
내용 그대로인데 값은 두배
영업비를 판매가에 전가 의혹도
음성원기자
- 수정 2013-04-08 20:37
- 등록 2013-04-08 20: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