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0일 MBC에서 방영한 <2012 MBC 연기대상>에서 무관에 그쳐 아쉬움을 자아낸 안재욱

MBC에서 방영한 <2012 MBC 연기대상>에서 무관에 그쳐 아쉬움을 자아낸 안재욱 ⓒ MBC


MBC 드라마 <마의>에 출연중인 조승우는 단번에 2012년 MBC 연기대상 대상을 거머쥐었다. 수상 소감에서 그는 "대상 후보들도 계시지만, 지금 이 순간 안재욱 선배님께 가장 죄송한 마음이 든다"고 했다. 조승우는 왜 다른 대상 후보들을 제처두고 안재욱에게 미안하다는 말을 했을까. 단지 겸손함을 담은 예의 있는 수상소감에만 머무는 말은 아니었다. 아마 5년전이었다면 안재욱이 대상 후보에 오르고 어쩌면 대상을 받았을 것이다. 안재욱은 연속극, 미니시리즈, 특별기획부문 최우수상을 수상한 남녀 수상자 6명에 들지 못해 대상 후보 군에서 아예 탈락했다.

MBC 연기대상에 참가한 드라마 <빛과 그림자>의 주인공 안재욱도 남자 최우수 연기상 후보에 올랐다. 하지만, 정작 수상에는 실패했다. 남자 최우수 연기상은 2012년 최고의 인기 드라마 <해품달>의 김수현이 가져갔다. 조승우는 TV 드라마 차원에서 비교할 때 안재욱의 연기 경력이나 한류 스타의 면모에서 비교 할 수 없다. 애초에 안재욱은 강력한 후보였고 그렇기 때문에 시상식장에 초대되었다. 하지만 결과는 예의가 없었다. 원조 한류스타를 민망하게 했다. 이전에 송승헌이나 배용준이 한류 스타라는 점 때문에 수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가졌던 점을 생각하면 이번 해에 김명민이 MBC 드라마에 출연하지 않은 것이 한탄스러울 만했다.

조승우도 민망했다. 그는 수상 소감에서 "처음하는 주제에 이렇게 큰 상을 받아도 되는지, 어깨가 무거워진다"고도 했다. 조승우는 드라마에 처음 출연해서 대상을 수상했다. 그렇다면 시청률때문에 이런 결과가 나온 것일까.  TV 드라마 시상식이 시청률에 크게 의존한다는 사실은 불문율이다. 그렇기에 드라마 <마의>의 시청률이 2012년에 가장 높아서 조승우에게 대상을 주었는지 모른다. 물론 <빛과 그림자>보다는 높다. 하지만 곧 시청률 때문에 조승우가 대상을 수상한게 아니라는 것을 금방 알 수 있다.

MBC 드라마 <마의>는 평균 20%에 기울어 있고 드라마 <빛과 그림자>는 평균 시청률 15%을 유지한 드라마이었다. 하지만 <해를 품은 달>은 평균 시청률이 33%, 최고 42.2%였다. 그렇다면, 대상은 김수현이나 한가인이 가져가야 하는 게 맞다. 하지만 그렇지 않았다. 조승우의 수상을 볼 때 연기상의 기준에 꼭 시청률만이 절대적으로 중요한 것은 아니라는 점을 시상식이 말해주었다.

그렇다면 조승우의 연기대상은 타당한 걸까. 정확히 판단하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일단 드라마 <마의>는 끝나지 않았다. 언제든지 평균 시청률이 낮아질 수도 있다. 평가하기는 이르다. 오히려 드라마 홍보를 위해 대상을 주었다는 가정을 더 할 수 있다. 또한 조승우의 연기가 드라마에 꼭 적합한 지는 의문이 많다. 그것은 어쩌면 드라마 출연이 처음이기 때문에 당연하다.

 19일 오후 일산 MBC드림센터에서 열린 월화드라마<빛과 그림자>기자간담회 포토타임에서 배우 안재욱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MBC 월화드라마 <빛과 그림자>의 주연배우 안재욱 ⓒ 이정민


<마의>는 무난한 국민 드라마임에는 분명하다. 여기에서 국민이 말하는 것은 단순히 국민적 인기를 말하는 것은 아니다. 작품 차원에서 보자면 적어도 말 의사의 성공스토리를 담은 드라마 <마의>가 정치적으로는 불편함이 없다는 것이다. 공교롭게도 <해품달>이나 <마의>는 현실을 다루었다기 보다는 과거 그리고 처세 성공이나 연애 판타지를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같다. 여기에서 음모론으로 일방적인 편들기를 할 의도는 없다.

어쨌든 드라마 <빛과 그림자>는 그래도 방송 3사의 드라마 가운데 가장 사회 현실적이고 정치적 소재를 다루고 있다. 박정희 유신 체제와 전두환 독재 정권기의 정치권력의 역학을 쇼 비즈니스와 결합해 내어 참신함을 갖게 했다. 문화와 정치의 상관성은 매우 의미 있고 눈여겨보아야할 중요한 주제이기도 하다. 특히 극중에서 안재욱이 맡은 강기태는 정치 권력의 부당한 권력에 맞서는 소신과 정의감 있는 주인공이었다. 만약 민주정부이거나 민주적인 MBC경영진이 포진하고 있었다면 정치권력에 대한 신랄한 풍자와 비판이 있었겠다. 그렇지 못한 점은 2012년 연기대상에서 드러난지 모른다.

군부출신으로 야비한 권력의 화신인 장철환 역을 맡았던 전광렬이 황금연기상을 받았다. 애초에 연기대상 감으로 꼽혔던 안재욱은 아무런 상을 받지 못했던 것이다. 어떤 의도가 있지 않고서야 이렇게 까지 일부러 상을 주지 않은 듯한 정황은 나타나지 않겠다. 수상을 두고 음모론이 일어나는 이유다. 정치적으로 민감, 불편하다고 판단하여 일부러 수상에서 배제 했다는 것이다. 특히 박근혜 정권의 출범을 앞두고 말이다.

수상 자체는 중요하지 않을지 모른다. 하지만 그것은 대중적으로 상징적 낙인효과가 있다. 비록 그것이 연기상일지라도 작품 자체에 대한 재각인 효과가 일어나기 때문이다. 좋은 드라마 의미 있는 드라마는 수상에 따라 평가가 달라지는 게 현실이기도 하다. 이 점은 이번 시상식에 여지없이 반영된 셈이다. 앞으로 박근혜 정권이 들어서면 아예 <빛과 그림자>같은 소재의 드라마는 아예 구경할 수 없을지 모른다. 유신에 관한 비판적인 영상 조차도 볼 수 없을 것이다. 그때 우리는 드라마 <빛과 그림자> 같은 드라마가 있었던 2012년을 그리워하거나 이 드라마를 높게 평가할 날도 올 것이다. 그 날에는 오히려 안재욱이 더 가치를 발하겠다. 앞으로도 얼마나 많은 소재와 인물들이 희생될 지 우려스러운 상황이다.

 MBC 창사 50주년 특별기획 <빛과 그림자> 공식 포스터

MBC 창사 50주년 특별기획 <빛과 그림자> 공식 포스터 ⓒ MBC



안재욱 조승우 빛과 그림자 2012 MBC 연기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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