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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교육청 ‘교육과정 거점학교’ 어설픈 시도

송현숙 기자

5~6개 고교 묶어 1곳에 예술·외국어 등 집중 이수

“학교 현장 혼란 가중” 지적

서울시교육청이 28일 일반고교의 자율학교 추가 지정 계획을 철회하고 2학기부터 지역별로 5~6개 고교를 묶어 한 곳을 ‘교육과정 거점학교’로 정해 운영하기로 했다. 거점학교는 일반고교 중에 예술·체육·과학·외국어 과목을 집중 교육하는 학교로, 이 분야에 소질 있고 관심 있는 일반고 학생들을 모아 심화교육을 시킬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그러나 이미 1년간 교육과정이 다 짜여진 상태에서 2학기부터 도입한다는 방침을 두고 현장의 혼란만 가중시킬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일선 학교에서는 입시가 코앞에 닥친 고교생들이 얼마나 호응할지도 회의적으로 보는 분위기다.

서울시교육청은 거점학교를 2학기부터 시범운영할 계획이다. 서울지역의 일반고 183개교를 5~6개교씩 묶으면 거점학교는 30~40곳이 지정될 것으로 전망된다. 일반고는 물론이고 예술고나 체육고, 과학고, 외국어고, 특성화고도 거점학교로 지정될 수 있다. 외고나 과학고가 거점학교에 지정되면, 인근의 일반고 학생들도 외고나 과학고에서 관련 심화과목을 공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를 위해 일반고의 교과 필수 이수단위는 현행 116단위에서 72단위로 감축해 운영된다. 거점학교에는 전문강사 인건비 등으로 5000만원의 예산이 지원된다. 서울시교육청은 교육과정 거점학교 외에 실용음악이나 조리·미용·제과·건축디자인 등의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직업교육 거점학교도 지정해 진로직업교육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예고나 특목고 등은 정원이 한정돼 있어 소질이 있는 학생들도 갈 수 없는 경우가 많았다”며 “3~4월 중 학생들이 어떤 과목을 원하는지 수요조사를 하고 7월까지 각 학교의 희망을 받아 거점학교를 지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학생들은 소속된 학교에서 4일, 거점학교에서 하루를 수업하는 식이어서 이동시간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거점학교 계획에 대해 현장에서는 냉소적이다. 신성호 전교조 참교육연구소 연구위원(고대부고 교사)은 “한마디로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학교마다 수업시간표를 정확히 맞추기도 힘들고 가뜩이나 진도 나가기 급급한 학교 현실에 맞지 않다는 것이다. 또 다른 일반고 교사는 “교육과정이 1년 단위로 이미 짜여져 있는 상황에서, 제대로 준비도 하지 않고 도입한다면 현장의 큰 혼란만 예상된다”고 말했다. 고2 진학 자녀를 둔 학부모 이모씨(49)는 “아이가 좋아하는 과목의 거점학교가 가까운 곳에 생긴다는 보장도 없을 뿐 아니라, 입시에 반영되지도 않을 과목을 번거롭게 옮겨다니면서 들으라고 하고 싶지도 않다”고 말했다.

서울시교육청은 문용린 교육감이 지난 6일 ‘일반고 점프업 프로젝트’ 방안으로 밝혔던 ‘자율학교 20개교 신규지정’ 계획은 철회하기로 했다. 주요 정책사항을 내놓았다가 한 달도 되지 않아 뒤집은 것이다.

당시 문 교육감의 발표 후 교육과정 상당 부분을 자율적으로 운영하는 자율학교가 기존의 자율형사립고나 특수목적고처럼 국·영·수 위주의 교육과정을 편중 운영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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