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학교폭력이 끊이질 않고 자살하는 아이들이 계속 생기는데도 학생들이랑 이야기할 시간이 아예 없어요. 선생님들이 워낙 바빠서….”
인천에서 25년째 중학교 교사를 하고 있는 ㄱ(50)씨는 “수업하고, 쉬는 시간에는 학교폭력 실태조사 같은 공문서 작성해 발송하고, 내려오는 설문조사 하다 보면 쉴 시간도 없을 정도”라며 한숨을 쉬었다. 그는 “그러다 보니 정작 학생들의 고민이 뭔지는 듣지도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가 이달 4∼9일 전국 초·중·고교 교원 1609명을 대상으로 ‘초중등 교원의 학생·학부모 상담실태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 학생과의 상담을 위해 일주일 동안 들이는 시간이 채 1시간에도 미치지 못하는 교사가 62%를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상담시간이 30분 미만인 교사도 30%나 됐다. 담임교사만 따져봤을 때도 결과는 비슷했다. 상담시간 1시간 이하가 59%, 30분 미만이 27%에 이르렀다.
소중한 목숨을 스스로 끊는 초·중·고교생이 한달에 12명(2012년 국정감사 자료)에 달하고 학교폭력이 끊이지 않지만, 교원들은 학생들이 무슨 고민을 하고 있는지 상담할 기회조차 갖지 못하는 것이다. 학부모와 대화를 하는 교원도 거의 없어 교원의 86%가 1주 평균 학부모 상담시간이 1시간 이하라고 답했다.
상담이 부족한 이유로는 ‘잡무 부담’이 1순위로 지목됐다. 설문 응답자의 36%가 ‘공문서 처리 등 행정업무’ 탓으로 돌렸고, 다음은 ‘수업 및 수업준비 부담’ 21%, ‘학생·학부모의 불응’ 15% 등의 순이었다. 학생이 상담에 불응하는 것은 과외나 방과후 학교 수강 때문이라는 분석이 많았다.
음성원 기자 esw@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