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학기, 학부모의 학교활동 참여 바람직한 자세는
새 학기에 초등학교 3학년 학부모가 되는 서영민씨(35)는 아이의 학교 생활뿐 아니라 학부모로서의 역할 때문에 요즘 고민이 많다. 바쁜 직장생활 중에 시간을 쪼개 최대한 학교 행사에 참여하고, 담임교사와의 면담에도 적극적으로 응하고 있지만 학부모로서 잘하고 있는지 확신이 생기지 않기 때문이다.
녹색어머니회에 참여해 아이들 교통지도를 하는 정도가 적당한 것인지, 다른 학교임원 부모들처럼 활발히 교류해야 하는 것인지 물음표를 품고 살고 있다.
전문가와 학교 현장의 교사들은 학교 활동에 참여하는 모습 자체가 아이에게는 교육이 되므로 학부모가 바람직한 자세를 보여야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아이는 부모의 뒷모습을 보고 자란다는 말처럼 학교 활동 참여를 통해 아이의 세상과 소통하고, 아이와 함께 성장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자녀 교육서 <솔빛 엄마의 부모 내공 키우기>의 저자 이남수씨는 무엇보다도 교사, 다른 학부모들과 협력하는 자세를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학교에 아이를 보내는 것이 아이에게 더 좋은 교육 환경을 제공하고 아이를 잘 키우기 위해서인 만큼 아이를 위해 함께 협력해야 하는 관계라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는 것이다.

예비 초등학생을 자녀로 둔 학부모들이 지난달 30일 서울 북부교육지원청 강당에서 참교육을위한전국학부모회(참학)와 도봉구 건강가정지원센터가 주최한 예비 초등학생 학부모교실 ‘새내기 학부모 발돋움 교실’에 참여해 강의를 듣고 있다. 참학 동북부지회 제공
▲‘내 아이만’ 이기적인 마음은 지양… 봉사와 교육적인 의미로 참여를
한 학기에 한번은 선생님과 면담… 선물은 금물, 허심탄회하게 대화
이씨는 “내 아이만을 위하고 싶은 마음은 인지상정이지만 이기적으로 내 아이를 위하려 하는 것이 결국 내 아이에게도 해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학교 활동 참여에서 주의할 점으로는 “치맛바람이 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며 “내 아이를 돋보이게 하고 싶은 마음이 있겠지만 아이들은 학부모의 모습을 다 지켜보면서 그대로 배운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학교 활동 참여를 사적인 일이 아닌 공적인 활동으로 여기는 게 좋다는 것이다. 교사와의 만남에서도 심리적으로 거리감이 있고 위축된 상태로 만나게 되기 쉬운데 인간 대 인간의 만남으로 생각하고 마음을 열고 접근할 것을 권한다.
서울 이문초등학교 조성실 교사는 “학부모들이 학교 활동에 지나치게 많이 참여할 필요는 없고 학교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관심 갖는 것만으로 충분하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녹색어머니회나 학교 도서실 명예교사 같은 자원봉사 활동은 적극적으로 권장하고 싶다”면서 “이런 활동에 참여하는 학부모들은 처음에는 ‘우리 아이가 회장이니까, 우리 아이가 공부를 못하니까 선생님께 잘 보이려고’ 등의 생각으로 참여하지만 그보다는 봉사의 개념으로, 교육적인 의미로 참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설명했다.
녹색어머니회의 교통지도나 손이 부족한 학교 도서실 명예교사 역할을 하면서 학부모들이 스스로 아이들을 위해 중요한 일을 한다는 자부심을 가질 수 있고, 자녀들도 부모가 봉사하는 모습을 보면서 배우는 교육적인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것이다.
조 교사는 담임교사와 만날 때 허심탄회하게 어떤 일이든 자녀에 대한 일을 터넣고 이야기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아이들은 학교에서 일어난 일을 자신에게 유리하게 말하는 경향이 있으므로 사실확인을 한 후 선입견을 갖지 말고 교사와 대화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얘기다.
참교육을위한전국학부모회(참교육학부모회)는 실제 학부모들이 학교 활동 참여 등에 관해 가장 궁금해하는 질문들과 그 답을 정리해 공개하고 있다. ‘반장 엄마가 회비를 내라고 해 불법 찬조금이 아니냐고 물었더니 학급 비품 사려고 자발적으로 내는 것이니 상관없다고 했다. 정말 괜찮은 것인가?’라는 질문에 참교육학부모회는 “반 임원 회비, 반 대표 회비, 학년 대표 회비 등은 자발성 여부와 상관없이 모두 불법 찬조금이며 굳이 내고 싶다면 학교 운영위원회 논의를 통해 학교발전기금을 조성해서 내야 한다”고 설명했다.
아토피가 심하거나 알레르기가 있는 경우 아이의 학교 급식 걱정이 클 수밖에 없다. 참교육학부모회는 급식 검수와 급식업체 선정, 급식 환경까지 급식에 관한 모든 것을 논의하고 결정하는 학교급식소위원회에 참여하도록 권유하고 있다.
학교급식소위원회가 활성화된 학교에서는 급식의 질이 높아지고 저렴한 가격으로 ‘친환경’ 급식이 시행되고 있으므로 아이에 대한 걱정을 덜 수 있다. 학교운영위원이라면 학교급식소위원회를 꾸릴 수 있고, 학년 대표나 학교운영위에서 추천받은 일반 학부모들도 참여할 수 있다.
소위원회에 참여하지 못할 상황이라면 소위원회에서 선출하는 급식 검수단에 참가해 내 아이의 입에 들어가는 음식을 직접 확인하는 방법도 있다. 급식 검수단은 식재료 검수, 조리과정 검수, 급식소 위생 점검 등을 하고 있다.
학급임원 학부모들이 학교에 간식을 넣어주자는 제의 등은 거절하는 것이 좋다. 간식이 나온 날 급식 당번으로 참여한 학부모들은 아이들이 고스란히 남긴 반찬을 버리면서 문제의식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 대부분의 간식은 위생적이지 못하거나 영양학적으로 아이에게 이롭지 않은 패스트푸드가 많으며 교사의 교육 활동에도 방해가 된다. 원자재부터 깐깐하게 검수해 엄격하게 처리되는 데도 식중독 사태가 벌어지는 것을 고려하면 간식을 넣어주는 것은 위험한 일이 될 수도 있다. 실제 학교 현장에서는 간식을 넣어주려 하다가 교사의 만류로 그만둔 경험이 있는 학부모도 많다. 또 회장이 됐다면서 턱을 내는 것은 선거를 통해 뽑은 대표가 사례하는 잘못된 관행을 아이들에게 보여주면서 민주주의에 대한 그릇된 관념을 심어줄 수도 있다.
교사와 면담할 경우 부담스러워하거나 선물을 사가야 하는지 고민할 필요도 없다. 참교육학부모회는 내 아이의 변화를 제대로 파악하기 위해서도 적극적으로 면담을 요청하고 한 학기에 한 번은 면담 시간을 마련할 것을 권하고 있다. 선물 사가는 것은 금물이다. 또 막연히 교사의 퇴근시간에 맞춰 학교에 가는 것보다는 교사가 방과 후에도 일정이 바쁠 수 있을 것을 고려해 미리 알림장이나 전화 통화로 면담 일정을 의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면담에 응할 때는 교사의 권위나 전문성에 주눅들지 말고 아이에 대해 적극적으로 토론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참교육학부모회는 스승의날 역시 교사에게 아이가 편지를 써서 감사를 표시하도록 할 것을 권하고 있다. 스승의날은 아이가 교사에게 감사를 전하는 날이지 부모가 감사하는 날이 아니며 부모가 주는 선물은 대가성이라는 의심에서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이다. 최근 교사들은 스승의날 선물을 받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외려 부모가 감사함을 느끼는 어린 시절 교사를 찾아뵙는 것이 자녀에게는 본보기 학습으로서 더 효과를 볼 수 있다고 권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