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이 10일 오전 서울 종로구 한 커피숍에서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 중 "새로운 정치세력이 나선다면 금년이 가기 전이거나 내년 초에 가시화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이 10일 오전 서울 종로구 한 커피숍에서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 중 "새로운 정치세력이 나선다면 금년이 가기 전이거나 내년 초에 가시화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 유성호

관련사진보기


"박근혜 대통령은 노골적으로 3공 회귀를 하고 있다. 40년 전 패러다임으로 지금의 정치를 해서는 안 된다. 폐쇄적·수직적·권위적 리더십만 계속 보여주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높은 지지율을 유지하는 것은 북한의 김정은 제1비서, 일본의 아베 총리, 민주당이라는 야당, 안철수 의원까지 전부 박근혜 대통령을 돕고 있기 때문이다."

보수책사로 이름높은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은 지난해 대선 당시 문재인 후보 지지연설을 해서 화제를 모았다. 박근혜 대통령 임기 8개월차, 윤 전 장관의 눈에 비친 박근혜정부와 박근혜 대통령은 어떤 모습일까.

윤 전 장관은 지난 10일 서울 종로의 한 커피숍에서 <오마이뉴스> 기자와 만나 "박근혜 대통령은 당연히 그럴 줄 알았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18년간 청와대에서 원형체험을 했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도 했다.

임기 8개월째이지만 박근혜정부에서는 거의 매일 사건이 터졌다. 국정원 대선개입 의혹 사건을 시작으로 인사난맥, NLL 대화록 파문, 양건 감사원장 사퇴, 채동욱 검찰총장 사퇴, 진영 복지부 장관 사퇴, 세제 개편 등 수많은 사건이 차고 넘쳐 흘렀다.

세제개편 문제는 잠잠해졌지만 기초연금안 문제를 둘러싸고는 공약파기로 민심도 흉흉해졌다. 이대로 임기 5년을 마무리 할 수 있을까. 박근혜정부 그 이후에는 어떤 세력이 국가의 미래를 끌고 나갈까.

윤 전 장관은 "새로운 정치세력 없이는, 우리가 정말 어렵게 될 것"이라며 "금년 하반기 지나면서 내년 봄 경제상황이 악화되고 사회 불안요인이 커지면 소강국면에 들어갔던 민중의 에너지가 다시 분출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이어 윤 전 장관은 "부도덕하지 않고 국가운영이나 정치발전에 대한 식견을 가진 분들이 내년 지방선거 이전에 나서야 한다"며 "정치적 일정으로만 보면 이런 움직임은 지방선거 이전에 가시화 돼야 하며 정치적 변화가 일어나려면 지방선거가 계기가 돼야 한다"고 밝혔다. 새로운 정치세력이 나선다면 금년이 가기 전이거나 내년 초에 가시화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무엇보다 그는 "박근혜 대통령이 안보제일주의의 유혹에 빠질 수 있다"며 "안보제일주의를 내세워 지지층을 결속하고, 종북프레임으로 비판세력을 묶어 통제하겠다는 생각을 할 수 있다"며 "심각한 소득격차, 복지후퇴…. 우리 국민이 어디까지 참아줄까?"라고 혀를 찼다.

한편 오는 16일부터 <팟캐스트 윤여준> 시즌2를 시작하는 윤 전 장관은 "여러 각도에서 한국정치를 뜯어볼 생각"이라며 "도대체 한국정치가 왜 이런지,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한국정치가 바뀌는 게 좋은지, 그 화두를 갖고 청취자들과 대화해 보려고 한다"고 말했다.

다음은 윤 전 장관과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 안보제일주의 유혹에 빠질 수도

▲ [인터뷰]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이 <오마이뉴스>와 만나 박근혜 정부 이후 어떤 세력이 국가의 미래를 끌고 나갈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유성호

관련영상보기


- 박근혜정부 8개월이 지났다. 지금까지 국정운영을 어떻게 평가하나.
"박근혜 대통령은 노골적으로 3공화국 회귀를 하고 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의 패러다임은 국가주의·반공주의·성장주의다. 지금 그대로 가고 있는 것 아닌가. 박 대통령은 자신이 아버지 시대에 봤던 효율성을 상당히 중시하는 것 같다. 나는 그 분이 대통령이 되면 당연히 이렇게 할 줄 알았다. 그는 젊은 시절 18년간 청와대 안에서 원형체험을 했다. 아버지 박정희가 롤모델이다. 얼마 전 러시아에 가서 아버지로부터 국가관을 물려받았다고 했는데 현재의 대통령이 아버지로부터 받은 국가관을 갖고 있으면 되나? 40년 전 패러다임으로 지금의 정치를 해서는 안 된다. 폐쇄적·수직적·권위적 리더십만 계속 보여주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높은 지지율을 유지하는 것은 북한의 김정은 제1비서, 일본의 아베 총리, 민주당이라는 야당, 안철수 의원까지 전부 박근혜 대통령을 돕고 있기 때문이다."

- 지난 8개월간 박근혜 대통령의 성과는 뭐라고 보나.
"성과? 성과… 음. 내치로는 성과랄 게 없다. TV를 통해 전달된 정상회담 이미지가 좋았다. 북한에 대해서도 종전과 다른 원칙 있는 태도를 보였고 일정 기간 북한이 호응을 보내서 이것도 높이 평가받은 것 같다. 그런데 올 하반기부터는 그런 화려한 무대가 없다. 그럴수록 박근혜 대통령은 안보제일주의 유혹에 빠질 수 있다. 안보제일주의를 내세워 지지층을 결속하고, 종북프레임으로 비판세력을 묶어 통제하겠다, 이렇게 생각할 수 있다. 이런 사회분위기가 국민들에게 설득력 있게 다가가려면 경제가 좋아야 한다. 박정희시절 고도성장이 유신체제까지 용인해준 측면이 있지 않나. 마찬가지로 박근혜 대통령이 사회적 강제력을 갖고 통제한다고 해도 민생이 윤택해져야 하는데 과연 그럴 수 있을까? 전문가들은 가능성 제로라는 것 아닌가. 고통분담의 시대가 올 것이라는 예측이 많다. 심각한 소득격차, 복지후퇴…. 우리 국민이 어디까지 참아줄까?"

- 기초연금 등은 복지후퇴가 아니고, 공약파기도 아니라고 주장했는데.
"국민소득 2만 달러 시대에 우리처럼 복지가 미약한 나라가 있나? 선거 전에는 노인들에게 전부 2O만 원씩 주겠다고 했다가 선거 후엔 공약을 지키기 어려우니까 선거 끝난 지 1년도 안된 시점에 죄송하다고 말했다. 이건 무능이다. 증세도 안 하면서 무슨 수로 재원을 마련해서 모든 노인들에게 기초연금을 지급하겠다고 한 것인지, 박근혜 대통령은 국민 앞에 정확히 말해야 한다. 지난 대선 당시 박근혜 대통령에 대해 무조건적 호감을 갖고 있던 사람들이 매우 험해졌다. 유권자들을 속였다는 거다. 박근혜가 우릴 속였다, 비판이 커졌다."

- 내치는 성과가 없어도 외치는 성과적이었다고 평가하는 언론이 있다. 어떻게 생각하나.
"앞으로는 외교도 힘들어질 것이다. 미국 국무, 국방장관이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을 지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미국정부가 공식적으로 일본의 자위권 발동에 지지를 표명했다는 것은 오바마의 아시아회귀 정책 그 알맹이를 내놓은 것과 같다. 결과적으로 미일동맹 강화를 통해 중국을 견제하는 데 쓰겠다는 것인데, 박근혜 대통령은 한미정상회담 직후 미국의 아시아 회귀정책과 한국의 동북아 협력구상이 시너지를 낸다고 했다. 말이 안 맞지 않나. 그럼 이 부분도 국민 앞에 설명해야 한다. 앞으로 어떻게 관리할 것인지, 그 답을 내놔야 한다. 앞으로 박근혜 대통령은 한미, 한중, 한일관계를 관리하는 것도 쉽지 않을 것이다."

- 국내정치에 대해서는 어떻게 평가하나.
"민주당이 저렇게 지리멸렬해서는…. NLL대화록은 완전히 여권이 씌워준 프레임에 갇혀 있으니까 지금까지는 박 대통령 주도로 풀어왔는데 앞으로는 박 대통령이 민주당만 상대해서는 쉽지 않을 것이다. 안철수 의원도, 시민사회도 움직일 것이다. 보수·진보를 떠나 박근혜 대통령의 통치스타일과 다가오는 상황을 걱정하는 사람들이 무지 늘었다. 시민사회에서도 이렇게 손 놓고 있을 수는 없는 게 아니냐, 야당이 제대로 견제를 못하면, 시민사회라도 나서서 견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 시민사회 상당수가 민주당 안으로 들어왔는데 어떤 시민사회가 나설 수 있나.
"원탁회의는 지난 대선과정에서 권위를 많이 잃었다. 그래서 중도 성향의 보수, 중도 성향의 진보는 원탁회의 원로들에 대한 권위를 인정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그냥 구경만 할 수는 없는 것이니 함께 만나 모색하고 합의와 공감대를 만들어 뭔가 행동해야 하는 게 아니냐는 얘기가 많다. 60대 후반 70대 초반들도 그렇고 40~50대도 비슷하다. 다들 우리의 역할이 뭐냐, 한국사회가 어디로 가야 하느냐, 찾으려고 한다. 좋은 일이다."

'신386'의 대항마, 하반기 정계개편 이끄나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이 10일 오전 서울 종로구 한 커피숍에서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 중 "새로운 정치세력 없이는, 우리가 정말 어렵게 될 것"이라며 "금년 하반기 지나면서 내년 봄 경제상황이 악화되고 사회 불안요인이 커지면 소강국면에 들어갔던 민중의 에너지가 다시 분출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이 10일 오전 서울 종로구 한 커피숍에서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 중 "새로운 정치세력 없이는, 우리가 정말 어렵게 될 것"이라며 "금년 하반기 지나면서 내년 봄 경제상황이 악화되고 사회 불안요인이 커지면 소강국면에 들어갔던 민중의 에너지가 다시 분출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 유성호

관련사진보기


- 신386의 대항마가 생기는 건가.
"당연히 대항마가 생겨야 하고 생길 거라고 본다. 박 대통령이 과거회귀를 하고 있으니 자꾸 과거체제나 그때 역할을 많이 했던 사람들을 찾게 된다. '올드보이'라는 분들의 역할이 자꾸 커지는 추세로 갈 것이다. 그러나, 그게 얼마나 지속가능할지는 의문이다. 내년 상반기에 지방선거를 치르게 되니, 아마도 정치적 분수령은 올 하반기가 되지 아닐까 싶다. 물론, 지금 야권이 이런 식이면 내년 지방선거에서 여권이 이기는 건 일도 아니겠지만. 그러면 여권 내부와 야권 내부에 전에 없던 움직임이 생길 것이고 정계개편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전망한다."

- 민주당도 역할을 하긴 하는데.
"민주당이 정권의 움직임을 효과적으로 견제해주면 왜 그분들이 나서려고 하겠나. 더 이상 민주당에 그런 역할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판단하고 있다. 민주당이 그 어떤 명분을 걸고 일을 해도 국민들이 호응을 안 해주니까 그런 생각을 하는 게 아닐까 싶다."

- 민주당의 가장 심각한 문제는 뭐라고 보나.
"안이한 생각.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이 이렇게 가면 얼마 안 가 국민적 저항이 올 거라고 판단하면서 이것만 잘 지키면 곧 민주당에 기회가 온다, 별로 안 바꾸고 그냥 가려고 하는 생각이 문제다. 그럼 민주당은 진짜 끝난다. 정권교체 10년 주기설 같은 게 있으니 웬만하면 다음 기회에 정권을 잡을 수 있을 거라고 보는 것 같다. 그런데, 더 이상 민주당이 이런 안이한 생각을 갖도록 놔둬서는 안 된다."

- 안철수 의원도 기대 만큼 역할을 해내고 있는 건 아니라는 평가가 있던데.
"안 의원이 기존 정치로 안 되니까 새 정치를 하겠다고 나섰지만 이게 쉬운 일이 아니다. 아직까지 안 의원이 새 정치가 뭔지 보여주지 않고 있어서 사람들이 모일지 안 모일지 판단해야 하는데…, 시간이 없다. 내년 6월 선거 제대로 참여하려면 굉장히 늦었다. 서둘러야 한다. 현실적 여건이 만만치 않을 것이다. 본인도 정신적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힘들 텐데, 그러나 그런 것 각오하고 나왔으니까 열심히 움직여야 할 것이다."

- 한국은 제일 큰 문제가 리더십의 위기 같다.
"이 나라의 정치지도자라고 자처하는 국가지도자라면 자기를 던져서, 죽어서, 버려서, 얻는 일을 해야 한다. 내가 가진 걸 다 지키고 바라는 것도 얻겠다? 국민이 절대로 안 준다. 그렇게 보면 정말 캄캄하다."

- 지방선거 전에 큰 폭의 정계개편이 있을 것으로 전망하나.
"단기간엔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새누리당 안에도 지금은 이 분위기에 휩쓸려 가지만 속으로는 이렇게 가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꽤 있다. 말을 안 해서 그렇지. 박근혜 대통령의 통치방식에 문제가 있다는 국민적 인식이 확산되고 새로운 정치세력이 국민적 공감을 얻는다고 가정해보면 박근혜 대통령의 패러다임은 지속가능하지 않다고 볼 수 있다. 새누리당 안에도 뭔가 이건 아니라고 생각하면 생각을 바꿀 사람들이 있는 것이다. 모든 가능성이 열려 있다고 본다. 새로운 정치세력이 등장하느냐, 못 하느냐, 등장한다면 어떤 모습으로 등장하느냐 바로 그것이 중요하다."

- 윤 장관께서도 이런 새 정치세력이 필요하다고 보는 건가.
"필요 정도가 아니다. 새로운 정치세력 없이는, 우리가 정말 어렵게 될 것이다. 정권이 바뀌면서 국민적 기대는 소강국면으로 들어갔다고 본다. 그러나 금년 하반기 지나면서 내년 봄 경제상황이 악화되고 사회 불안요인이 커지면 소강국면에 들어갔던 민중의 에너지가 다시 분출할 가능성이 있다. 그렇게 다시 혼돈기적 혁명기가 벌어진다고 가정하면 지금 새누리당은 집권당 구실을 전혀 못하게 된다. 그럼 국민이 어떤 선택을 할까? 기존의 세력? 아마도 우리 국민은 새로운 정치세력에게 기대를 걸지 않을까 싶다. 이때 새로 등장할 사람들은 반드시 도덕성과 능력 면에서 국민적 신뢰를 얻어야 한다. 도덕성과 능력을 갖춘 집단이라면 열화와 같은 지지를 받을 것이다."

"새로운 정치세력 없이는, 우리는 정말 어렵다" 

- 그 세력이 만들어지면 윤 장관도 함께할 계획인가.
"제가 무슨 그런 능력이 되나. 다만 이런 분들이 나서야 한다는 생각은 있다. 원로라는 분들 중에 부도덕하지 않은 사람들, 도덕적으로 손가락질 받을 일을 안 했고, 국가운영이나 정치발전에 대한 식견을 가진 분들, 소수지만 한국에 없지는 않을 것이다. 정치적 일정으로만 보면, 이런 움직임은 지방선거 이전에 가시화 될 것이다. 정치적 변화가 일어나려면 지방선거가 계기가 돼야 한다. 금년이 가기 전이거나 내년 초에 가시화 돼야 한다."

- 제1야당 민주당을 중심으로 한 세력재편이 가능하다고 보나.
"우선, 민주당은 대선 준비를 제대로 했나. 캠프에 갔을 때 입이 딱 벌어졌다. 이렇게 대선을 준비하나? 그건 다 지나간 얘기고, 지금쯤이면 민주당은 이미 상당한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 지방선거에 출마할 사람들 다 스크린을 해놔야 하고 바꾼다면 누구로 바꿀지 검토가 돼 있어야 한다. 그런데 내가 캠프에 가보니 민주당은 구조적으로 참 어렵게 돼 있더라. 친노와 비노의 양분이 너무나 분명해서 구조적으로 저런 상태라면 아무것도 할 수가 없겠구나 했다. 명색이 원내 제1야당이고 127석이나 가졌는데, 민주주의가 유린된다고 텐트를 쳤지만 지금 오도 가도 못하는 지경 아닌가. 민주당이 총선과 대선, 두 개의 큰 선거를 지고난 뒤 보여준 모습에 더 큰 절망을 느끼지 않았나. 두 달간의 원내외 병행투쟁, 국민이 또 실망했다. 이래서 어떻게 앞으로 이기는 선거를 할 수 있겠나."

- 안철수 의원의 새 정치세력 조직화는 성공한다고 보나.
"내년 지방선거에서 모든 지역에 후보를 다 내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민주당과 부딪치면서까지 모든 지역에서 다 부딪칠 필요도 없지 않나. 호남이야 안 의원이 독자적으로 돌파해보겠다는 것으로 해석되고, 수도권은 민주당과 타협의 여지가 있지 않을까 싶다. 물론 이것은 완전히 내 일방적인 예상이다.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를 박원순씨로 전제해놓고 보면, 그보다 더 경쟁력 있는 사람을 확보했다면 몰라도 그보다 못한 후보를 내서라도 박원순의 표를 갈라 먹겠다? 그렇게 생각할까 싶다."

- 16일부터 <팟캐스트 윤여준> 시즌2가 시작된다. 어떻게 바뀌나.
"현안은 현안대로 얘기하면서 절반은 한국정치를 여러 각도로 뜯어볼 생각이다. 한국정치가 도대체 왜 이런지,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한국정치가 바뀌는 게 좋은지, 그 화두를 갖고 청취자들과 대화해보려고 한다. 현안을 다루는 전반부는 한윤형 기자와 둘이, 후반부는 저 혼자 한국정치에 대해 얘기하는 칼럼 스타일이 될 것 같다. 좋은 통치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이냐, 청취자들과 대화하는 소통의 장이 될 것 같다. 가끔은 공개방송도 해볼까 생각한다. 오신 분들과 함께하는 것도 생각하는데 아직은 구체적으로 말씀드리기 곤란하다."

- 팟캐스트 운영은 어떻게 하나.
"제작에 4명이 함께한다. 작가, 피디, 한윤형 기자, 그리고 저. 뭐든지 합의해야 한다. 나이는 제가 많지만 저도 그 넷의 1/n이다. 나 혼자 하는 것은 부드러운 직설 코너인데, 자칫 설교하려고 덤비는 걸로 해석하면 어쩌지? 이번에도 그걸 굉장히 조심한다."

- 10·30 재보선 분위기가 전혀 안 뜬다. 논란이 됐던 경기 화성갑, 시민의 선택은?
"정치를 생산자와 소비자로 구분해보자. 생산자는 정당, 소비자는 국민이다. 소비자들이 자꾸 감정적으로 소비하면서 민주시민으로서 정당을 심판하지 않는다. 선거가 곧 심판인데. 정당이 내놓은 정책과 후보에 대해 금방 욕했다가도 그 상품을 그대로 산다. 그러니 변화가 없는 것이다. 화성시민들이 이래야 옳다. 아니 우리를 뭘로 보고 이런 사람을 공천하느냐, 그런데 그게 아닌 것이다. 소비자 의식이 없으니까. 참 문제다."

- 새누리당이 여당으로서의 역할을 전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있다.
"새누리당은 스스로 의사를 갖고 판단하는 집단이 아니다. 늘 윗분의 기색을 살펴서 한다는 것 아닌가. 쇄신파들도 그런 문제들에 대해 냉소적으로 대하고 치워버리니까 안 바뀌는 거다. 그러나, 자기 삶이 나아지기 바란다면 정치에 냉소적이어서는 안 된다. 정치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심판하지 않으면 그 정치는 계속 너 따라다니면서 괴롭힌다. 당신의 좋은 일자리는 정치가 만든다고 생각해야 한다. 점잖은 사람들은 정치에 관심을 가져서는 안 된다는 생각은 우리 삶을 영원히 어렵게 만들 것이다."

- 새누리당 안에서 진영 전 복지부 장관이 왕따가 됐다. 진 전 장관이 왕따 당할 일인가.
"내가 아는 진영은 온건 합리주의자다. 성격이 능동적이지 않고 소극적이지만 심지가 굳다. 속생각 있고 좀처럼 그 생각을 양보하지 않는다. 어떤 자리를 얻기 위해 비굴한 행동을 하는 사람은 아니다. 이번에 사표를 던지면서도 별말 안 하는 것으로 볼 때 아 저 사람이 무언가 지금은 공개적으로 말하기 딱한 사정이 있었을 거라고 본다. 국민연금에 연계하는 기초연금안에 대해 여러 차례 안 된다고 했는데 청와대가 일방적으로 밀어붙인 모양인데, 그 채널이 고용복지수석인 모양이다. 장관 밑에 있는 사람들을 시켜서 장관 제치고 안을 만들어 장관이 허수아비가 됐다면 그건 나라도 가만히 있지 않는다. 청와대가 그런 방식으로 일했다면 국정수행의 원칙에서 벗어난 것이다. 그건 문책해야 한다."

진영은 왜?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
ⓒ 유성호

관련사진보기

- 진 전 장관이 사표를 딱 던졌을 때 어땠나.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지금까지 온갖 비굴한 방법으로 남아 있는 사람들만 봤는데 양심상 못 있겠다고 사표를 던진 사람 봤냐. 물론 정기국회 회기 중이고 곧 국감이 진행될 예정이기에 중요 부처 장관이 별안간 사표를 집어던지는 것은 입법부에 대한 예의는 아니다. 대통령에게도 후임자를 물색할 여유를 줬어야 한다. 그런 점에서는 자신의 의사를 분명히 하고 일정 시기까지는 직무수행을 하는 게 좋았다는 생각은 든다. 그런 것 모르는 사람이 아닌데 그런 선택을 했으니 뭔가 아직은 말 못할 사정이 있다는 얘기다."

- 서울시장 출마 때문이라는 소문도 있던데.
"서울시장 생각이 있었는지 알 수는 없으나, 아마 진지하게 생각 안 했을 것이다. 그렇게 비현실적인 생각을 하지 않을 사람이다."

- 박근혜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알려졌는데 진 전 장관을 박 대통령이 다시 쓸까.
"박근혜 대통령은 취임 이후 공개적으로 자신을 비판하거나 문제 삼은 사람을 용납하지 않았다. 김종인 장관, 김광두 교수, 이상돈 교수. 사실 이상돈 교수는 아주 온건한 문제제기를 하는 수준밖에 안 됐는데도 안 부르지 않나. 나름대로 대통령의 인사원칙, 인사철학인 게다. 절대적으로 충성을 요구하는 것. 자신에 대해 비판적으로 보는 건 용납 못한다는 거다. 그런 면에서 보자면 진영 장관도 이제 끝났다고 봐야지."

- 진 장관은 어떤 분인가.
"국회의원 더 해야지, 뭐 이렇게 직에 미련이 없는 사람이다. 또 국회의원을 하면서도 끝없는 회의를 했다. 과연 이게 최선인가 그랬다. 아니, 이것밖에 안 돼? 늘 그런 사람이다. 텔레비전에 나온 그의 얼굴을 보면 지금도 변함 없어 보인다. 표정을 보면 대개 사람의 변화를 보는데 진영이라는 사람은 내가 전에 만났을 때나 지금이나 생각이나 마음에 별로 변화가 없는 것 같다."

- 새누리당은 왜 그런 진 장관을 출당시켜야 한다고까지 비판했을까.
"새누리당의 충성경쟁이 측은한 생각마저 든다. 진영을 무참히 밟아야 한다 그런 생각 아닌가. 그런데, 진 장관이야말로 정말 떳떳하게 처신한 것 아닌가. 조선시대에는 임금의 비위를 거스르면 사약이 내려오고 삼족을 멸하고 그랬다. 그럴 때도 임금을 향해 안 되는 건 안 된다고 대드는 대신들이 많았다. 지금은 대통령한테 대든다고 사약이 내려오나, 귀향을 보내나, 삼족을 멸하나, 고작 공천 못 받거나 개각 때 장관 관두는 건대, 그것도 못하나?"

- 최근 언론은 어떻게 보시나.
"민주주의는 공론장이 중요한 건대 건강한 공론장이 없다. 너무 한쪽으로 기울어져서. 길게 보면 그런 건 정권에게도 도움이 안 된다. 3공, 5공 때의 홍보방식, 100% 가까운 찬양과 지지가 나중에 어떻게 됐나, 정부가 하는 말이라면 콩으로 메주 쑨다고 해도 안 믿었다. 일정기간 그렇게 가면 어느 한 순간 정권에 우호적인 매체에 대한 공신력이 일격에 무너진다. 저널리즘의 기본을 벗어나서 하는 것은 안 된다. 저널리즘이냐, 프로파간다냐 헷갈리게 만들면 안 된다."

- 장관님 말씀을 듣다보니 한국의 정치발전이 가능할까 싶다.
"역사는 직선으로 발전하지 않는다. 늘 단기적으로는 반동이 있다. 지그재그. 프랑스혁명 이후 얼마나 엎치락뒤치락 했나. 역사를 긴 눈으로 보면 절대 비관할 일이 아니다."


태그:#윤여준 장관
댓글111
이 기사의 좋은기사 원고료 13,000
응원글보기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