名盤 100장·拙盤 20장으로 본 ‘클래식 음반 11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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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 음반세계의 끝 / 노먼 레브레히트 지음, 장호연 옮김 / 마티

외부 소음을 극복한 최초의 명반은 1902년 이탈리아 나폴리 출신의 테너 엔리코 카루소가 노래한 오페라 아리아 음반이었다. 미국 출신 가이스버그는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오페라 ‘게르마니아’의 주역인 카루소에게 음반 녹음을 제안했다.

오페라 아리아 10곡을 노래한 카루소 음반은 음반사인 그라마폰의 첫 히트작을 기록하며 음반시대를 열었다. 19세기 말 에디슨의 축음기 발명에 이어 베를리너가 원반형 디스크를 발명하면서 음반의 기틀이 마련됐던 것. 가이스버그는 20세기 초 음악산업을 일궈낸 최초의 클래식전문 음반 프로듀서였다.

그후 110여 년간 숱한 음악인들이 음반을 통해 명성과 부를 얻었고, 그 순간뿐이던 무대 연주가 후대에 전해져 왔다. 일반인들은 연주회에 가지 않고, 또 작고 연주자의 공연도 음반을 통해 만날 수 있다.

음반용 녹음을 반대했던 피아니스트 아르투르 슈나벨도 대공황 이후 예약 주문 판매를 조건으로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전곡’을 녹음했다. 음반시장이 시대별 부침을 거듭하는 와중에도 숱한 음반들이 선보였다. 클래식 음반시장의 급격한 하향세 속에 콜린 데이비스 지휘의 런던심포니는 직접 음반사를 차리고 2000년 연주 실황을 녹음해 베를리오즈 ‘환상교향곡’ 음반을 냈다.

영국 음악칼럼니스트인 저자는 음반시장의 위기에 즈음해 지난 한 세기 클래식 음반시장의 변화를 명반과 더불어 회고한다. 저자는 이 책에서 ‘명반 100장’과 ‘졸반 20장’을 선정해 소개한다. 연주자뿐 아니라 음반사 기획자 등 음반 비즈니스 관련자들의 일화와 더불어 세기 명반의 탄생 비화 및 녹음 현장 이야기를 생생하게 전한다.

1부 ‘거장들의 시대’에선 ‘클래식 음반의 죽음’이 논의되는 오늘날까지 클래식 음반사를 일화 위주로 정리한다. 2·3부에선 ‘역사의 이정표가 된 불멸의 음반 100’과 ‘세상에 나오지 말았어야 할 최악의 음반 20’을 제시한다.

명반으로 라흐마니노프가 1929년 스토코프스키 지휘의 필라델피아오케스트라와 협연한 자신의 ‘피아노협주곡 2번’, 카잘스의 1936·1939년 바흐 ‘무반주 첼로 모음곡’, 디트리히 피셔디스카우의 1972년작 슈베르트 ‘아름다운 물방앗간의 아가씨’ 등이 등장한다.

반면 베를린필의 1969년작 베토벤 ‘삼중협주곡’ 음반은 지휘자 카라얀과 피아노의 리히터, 바이올린의 오이스트라흐, 첼로의 로스트로포비치 등 세 협연자가 제각각이었고, 파바로티의 1997년작 모음집은 선곡이 무리였다며 저자는 ‘졸반’에 이름을 올렸다.

음반 역사의 의미 있는 명반, 기획과 달리 기대 이하로 호평 혹은 악평을 받은 음반 목록을 살펴보는 것만도 흥미롭다.

신세미 기자 ssemi@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