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교육부 사학분쟁조정위원회는 오륜교회를 영훈학원의 새 주인으로 선정했다. 인수 자금만 100억 원대 이른다. 공식 자금 외에 뒷돈 100억 원에 대한 의혹도 있었고, 교회 빚도 200억 원에 달해 재정 상황도 어렵다는 지적이 있었으나 오륜교회는 결국 영훈학원을 인수했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뉴스앤조이-최승현 기자] 오륜교회가 영훈학원의 주인이 됐다. 90억 원대 인수 자금 외에 '100억 원 이상의 뒷돈을 이사장에게 준다'는 의혹이 일었지만, 지난해 12월 28일 교육부 산하 사학분쟁조정위원회(사분위·김진권 위원장)는 오륜교회를 최종 인수자로 결정했다. 사분위는 이사 정원(8명) 중 과반수인 이사 5명을 교회 몫으로 배정해, 이사장 선출권을 포함한 학교 경영권 전반을 오륜교회가 확보하게 됐다.

학원 인수에 성공한 교회는 교인들의 반발에 부딪혀야 했다. 지난해 12월 15일, <뉴스앤조이>는 "교회 내부에서 영훈학원 전 이사장 측에 100억 원 이상의 뒷돈을 지급하기로 했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온다"는 의혹을 보도한 바 있다. 교회가 학원 인수 추진 자체를 숨겨 왔던 터라 대다수 교인들이 보도를 통해 이 사실을 처음 접했다. 영훈학원 인수에 반대하며 '100억 원대 뒷돈' 의혹을 알렸던 오륜교회 교인 A 씨는 "지금 빚도 200억 원에 이르는데 왜 또 막대한 지출을 해 교인들에게 부담을 지우려 하느냐는 게 대다수 중직들의 의견"이라고 했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에 따르면, 교회 중직 장로 중 일부는 사분위와 서울시교육청에 '교회 재정 상황이 좋지 않고 교인들의 반발이 심하니 오륜교회를 선정하지 말아 달라'고 탄원서를 냈다.

오륜교회는 진화에 나섰다. <뉴스앤조이> 보도 후 김은호 목사는 12월 18일 금요 기도회와 20일 주일예배 자리에서 "뉴스 보고 교회 안 나온다는 사람도 있다. 목사 말을 믿어야지 뉴스 보도를 믿어서야 되겠느냐"고 했다. 김 목사는 "교회 이름으로 절대 불의를 행하지 않는다"며 뒷돈을 준다는 이야기는 사실이 아니라고 했다. 그는 오륜교회 주요 비전 중 하나인 '다음 세대를 세우는 사역'을 위해 영훈학원을 인수한다고 말했다.

교회는 재정 확보에도 문제가 없다고 했다. 인수 비용 중 상당액을 헌금하겠다는 교인이 나타났다는 것이다. 최종 결정을 앞두고 오륜교회 내부 관계자는 <뉴스앤조이> 기자에게 "자세한 액수는 밝힐 수 없지만 이번 인수에 필요한 금액 중 상당 부분을 헌금하겠다는 교인이 있다. 이는 김은호 목사도 교인들에게 말한 부분이다"고 말했다. 오륜교회는 이를 근거로 대출받아 학교를 인수하는 것이 아니라며 교인들의 불안을 잠재우는 한편 사분위에도 자금 마련에 문제없다고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교회 측은 헌금을 할 이가 누구고 구체적으로 어떻게 이행되는지는 밝히지 않았다. 교회 관계자는 "자세한 사항은 이사 선임까지 끝난 후 밝힐 것이다. 지금은 헌금할 교인이 있다는 정도로만 알아 달라. (그 교인이) 헌금을 하지 않는 등 중간에 말이 바뀌는 일은 없을 것이다"고 말했다.

<뉴스앤조이>는 지난 1월 2일 학원 인수와 관련해 몇 가지 질문을 정리한 공개 질의서를 오륜교회에 보냈다. 오륜교회는 1월 5일 자 김은호 목사 명의로 답변해 왔다. 빚이 200억 원에 이르는 등 재정이 불안한 상황인데, 한 교인의 거액 헌금이 인수에 좋은 영향을 끼친 것 아니냐는 질문에 오륜교회는 "사분위가 오륜교회 재정 상태를 문제없다고 판단해 최종 인수자로 결정한 것으로 알고 있다. 어떤 개인의 헌금 약정을 보고 이번 결정을 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 오륜교회는 이사 8명 중 5명의 지분을 확보해 학교 경영권을 쥐게 됐다. 오륜교회는 "다양한 사람들이 양질의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며 귀족 학교 우려를 불식하겠다고 밝혔다. (사분위 홈페이지 갈무리)

우여곡절 끝에 교회가 영훈학원을 인수하게 됐으나, 이번 일로 그동안 김은호 목사가 보여 온 권위적인 리더십이 불거졌다. 오륜교회 A 씨는 그간 당회 장로들을 비롯해 많은 수의 중직자들이 김은호 목사와 반대되는 의견이 있어도 말하지 못했지만 이번에는 내부적으로 김은호 목사에 인수 결정에 대한 반발이 있었다고 말했다. A 씨는 수 명의 사역장로(당회원이 아닌 장로)가 반대했고, 겉으로는 인수에 찬성한다고 도장 찍었던 당회 장로들 중에서도 반대했던 이들이 있었다고 전했다.

오륜교회 부목사 생활을 했던 한 목사는 "그동안 김은호 목사가 워낙 권위적이어서 교인들이 반대할 엄두를 못 냈다. 예전에 교회 건축을 논의하는 회의가 열린 적이 있는데, 김 목사가 '건축 반대하는 사람 있으면 나가라'고 말했다. 이건 유명한 얘기"라고 말했다.

김은호 목사는 "목회하며 처음 받아 본 큰 배신"이라며 제보자들을 비난했다. 그는 12월 18일 금요기도회에서 교인들에게 "사탄이 영훈학원 인수를 못 하도록 방해하는 것이다. 부디 제보자가 가룟 유다의 전철을 밟지 않도록 기도해 달라"고 했다. 교회 관계자는 "목사님이 이번 일로 마음의 상처를 많이 입었다. 앞으로 교인들 마음을 다잡기 위해 힘쓸 것"이라고 말했다.

교회는 5명의 이사 선임 절차에 들어갔다. 교회가 2배수 추천에 따라 10명의 후보를 선정해 사분위에 전달하면, 사분위는 1월 18일 회의에서 이사를 최종 확정한다. 오륜교회 관계자는 "고위 공무원 출신 등 사회적으로 명망 높은 교인들로 이사진을 구성할 계획"이라고 했다. 김은호 목사가 이사장이 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교회 관계자는 "여러 가지 방안을 논의 중이다"라며 여운을 남겼다.

김은호 목사는 인수가 결정된 후, 1월 3일 처음 맞는 주일예배에서 "영훈학원은 하나님이 우리에게 다니엘세이레기도회 기간에 선물로 주신 것이다. 선물을 감사함으로 받아야지 불평으로 받으면 안 된다"는 소감을 짧게 말했다.

저작권자 © 뉴스앤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