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EDM 찬양'으로 논란이 일고 있다. <뉴스앤조이>는 디제잉 워십 인도자 한진호 씨를 만났다.

"주님 사랑해요~ 온 맘과 정성 다해~ 하나님의 신실한 친구 되기 원합니다"

위 가사는 한국 기독교인이 즐겨 부르는 CCM 중 하나인 '나 무엇과도 주님을 바꾸지 않으리'의 후렴구다. 아마 교회 좀 다닌 사람 치고 이 노랫말을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그런데 이 노래가 조금 색다르게 바뀌었다. 일반적인 편곡은 아니다. '클럽 음악', '요즘 잘 나가는 세상 노래'의 대명사 'EDM(Electronic Dance Music)'과의 결합이다.

IVF 전국리더대회 디제잉 공연, '예배 실황'으로 잘못 알려지며 논란

'EDM 찬양'은, 7월 14일 천안 고려신학대학원에서 열린 'IVF 전국리더대회(전리대)' 개막식에서 있었다. IVF는 개막식 공연에 DJ로 활동하고 있는 한진호 씨(DJ JINHO)를 불렀다. 화려한 조명, 신나는 음악에 700여 명이 모인 강당은 '클럽' 분위기로 바뀌었다. 자리에 모인 청년들은 들썩거리기 시작했고, 손을 들고 방방 뛰는 사람들도 많았다.

공연의 막바지, 한진호 씨는 '나 무엇과도 주님을 바꾸지 않으리'의 EDM 버전을 불렀다. 여느 CCM처럼 은은하게 불리던 노래는 10을 세는 카운트다운 후 번쩍거리는 조명과 함께 전자음으로 리믹스된 찬양으로 바뀌었다. 신난 청년들은 노래를 따라 부르며 춤을 췄다.

7월 15일, 당시 상황을 담은 동영상이 교계 한 유명 목사의 페이스북에 올라갔다. 많은 사람이 이 목사의 글과 동영상을 보게 됐다.

동영상을 본 사람들은 이걸 '수련회 저녁 집회 예배 실황'으로 이해했다. 당장 난리가 났다. EDM 음악을 예배에 쓸 수 있는가에 대해 갑론을박이 벌어지며 수많은 댓글이 달렸다. '젊은이들의 표현 방식이다', '존중해 줘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지만, '어떻게 예배를 클럽처럼 만들 수 있느냐'는 반응도 만만치 않았다. '사탄의 음악이다', '강렬한 비트로 사람의 마음을 조종하는 것 아니냐'는 글도 있었다. '저것은 찬양도 예배도 아니다'라는 비판의 댓글이 달렸다.

논란이 커지자 7월 18일 IVF는 성명을 내고 사과했다. IVF는 문화 선교나 예배 문화의 소개 차원에서 공연을 기획한 건 아니라고 했다. 축제의 장이 되기를 바랐지만, 기획 의도가 충분히 전달되지 못해 불편한 감정을 느낀 분들이 있다면 사과한다고 했다.

IVF 전리대에 참가했던 한 청년은 오히려 참석자들 중에서는 논란거리가 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뉴스앤조이> 기자에게 "당시 분위기는 좋았다. 물론 낯설어하거나 거부감 느끼는 사람도 있긴 했지만, 대체로 호응하고 소리 지르고 그랬다"고 했다.

▲ EDM 논란이 커지자 IVF는 사과문을 내고, 앞으로 더 신중하게 기획하겠다고 밝혔다. 피드백을 해 보니 700여 명의 참석자 중 60%는 긍정적이었지만, 9% 정도는 당황해했다는 결과가 나왔다고 했다. (IVF 홈페이지 갈무리)

'디제잉 워십 리더' 한진호, "EDM이야말로 진정한 '동시대의 음악'"

<뉴스앤조이>는 7월 19일, 한진호 씨를 합정동에 있는 그의 작업실에서 만났다. 이번 공연을 둘러싸고 벌어진 논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또 그가 왜 EDM을 통해 '워십'을 하는지 들어 봤다.

그는 이번 논란 이후 페이스북 메시지를 통해 무례한 말들을 많이 들었다고 했다. "(그런 식으로 하면) 하나님 기뻐하지 않으신다, (EDM은) 하나님 받으시는 찬양이 아니다"는 식이다. "너 그러다 지옥간다, 사탄의 음악을 하고 있는 거다"라는 말은 진작부터 수없이 들어 왔다고 말했다. "비트를 통해 인간의 감정을 조절하는 감정 주술사"라는 얘기도 수차례 들었다고 했다.

한진호 씨는 스스로를 예배 인도자, '디제잉 예배 인도자'라고 소개했다. "제가 하는 건 '디제잉 워십'이에요. 물론 예배라고 할 수 없다는 분들도 있죠. 그런 분들에게는 '당신들에게는 익숙하지 않겠지만, 이건 분명히 예배를 드리는 거다'라고 말해요." 그는 마커스, 천관웅 목사처럼 자신도 예배 인도자지만, '장르는 EDM, 악기는 디제잉 장비'를 쓰는 차이가 있을 뿐이라고 했다.

그는 IVF 공연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축제와 공연으로 기획된 자리지만, 그는 클럽이나 대학 축제가 아닌 IVF와 함께하는 자리였기 때문에, 자신이 하는 디제잉 워십을 신앙인들과 나누고 싶은 마음이었다고 했다. 그래서 그는 IVF와 협의해 마지막 두 곡은 찬양을 하기로 했다. "전반 15분은 그냥 노래와 비트가 나와서 나오는 즐거움이었다면, 마지막 두 곡은 신앙을 고백함을 통해서 얻을 수 있는, 하나님께서 주시는 기쁨이나 고백들을 함께 나누면 좋겠다는 차원에서 했습니다."

▲ 한진호 씨는, 'EDM' 하면 연상되는 '클럽' 때문에 기독교인들이 거부감을 가지는 것 같다고 했다. 그러나 자신의 음악을 클럽 음악으로 보지 말고, 진정한 마음이 담긴 '찬양'으로 이해해 달라고 했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한진호 씨는 왜 EDM 찬양을 하는 것일까. 어떤 이는 청년들 선교나 전도 목적이 있는 것 아니겠냐고 했다. 교회가 재미없으니, 세상적인 수단을 동원해서라도 청년들을 불러 모으려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물론 EDM을 교회에서 활용하면 젊은 세대를 전도하는 데 효과적일 수는 있겠죠. 하지만 너무 성장주의적 관점에서만 보는 것 같아요. 쉽게 말하면 EDM을 통해 교회를 부흥시킬 수 있겠다는 거잖아요. 그런 식으로만 접근하는 교회가 과연 건강한 교회일까요?"

그는 이 시대에 EDM은 결코 이질적인 문화가 아니라고 했다. 곡의 템포·리듬·반주 형태가 바뀌면서 낯설게 느껴지는 것이지, 건전하지 못한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 오히려 이 시대가 제일 많이 향유하고 있는 형태의, 가장 '동시대적' 음악이라고 했다.

"교회에서 EDM 하는 것에 대해 이질감을 느낀다고요? 오히려 EDM은 동시대적인 음악이에요. '교회 열심히 다니는' 신실한 청소년과 청년들 제외하고, 이 시대의 청소년, 청년들에게는 진짜 동시대적(contemporary) 장르라고 생각합니다. 아이돌 노래, 댄스 음악 들어 보세요. 전부 EDM적 요소가 있어요. 흔히 말하는 발라드·밴드·포크에 익숙하고, EDM에는 익숙하지 않은 분들이 느끼는 이질감인 거죠.

폴 틸리히(Paul Tillich)도 말하지만, 결국 중요한 건 궁극적 관심에 이를 수 있느냐는 거라고 생각해요. EDM으로 찬양이 되느냐, 하나님 만날 수 있느냐는 거죠. 아직 부족한 점은 많치만 충분히 찬양으로 가능하다고 봐요. 무엇보다 저 자신 스스로 디제잉 워십을 하면서 하나님께 경배감·경외감을 느끼고, 그분께 영광을 돌린다는 걸 느끼고 있어요."

그는 신학교 학부와 대학원에서 '조직신학'과 '생태신학'을 공부한 목사 지망생이다. 학부 시절, 색다른 예배를 기획해 보라는 교수의 말에, 주기도문과 사도신경을 힙합 버전으로 편곡해 본 게 화근(?)이었다.

그러나 그는 당분간 디제잉 워십 활동에 전념하고 싶어 목회 계획은 무기한 보류하기로 했다. 조만간 CCM을 EDM 버전으로 편곡한 앨범도 낼 계획이라고 했다. 주변 DJ들도 격려하고 응원해 준다고 했다.

'형식'보다 '본질'을…20년 전 드럼 논쟁에서 얻은 교훈은?

형식보다 사람의 마음이 중요할까, 아니면 어느 정도는 종교적 정서를 고려해 악기를 제한해야 할까. 이 논쟁은 20년 전 신문에 실렸던 내용이다. 당시 한국교회는 예배당에 드럼을 도입할 것인가 말 것인가를 놓고 논쟁을 벌였다. EDM의 등장을 '낯설어'하는 교회의 모습은 사실 '낯익은' 모습이다.

EDM이라는 형식보다는 찬양이라는 본질에 집중해야 한다는 의견들이 많다. EDM으로도 얼마든지 찬양할 수 있지만, 그 중심에 하나님을 향한 경배의 마음이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많은 예배곡을 작사·작곡한 황병구 본부장(하나누리)은, EDM을 가치중립적으로 보아야 한다고 했다. 또한 EDM 찬양이 진정한 목적을 이루기 위해서는 "그 중심에 절대자에 대한 경외의 태도를 잃지 않고, 공동체의 사연이 진정성 있게 소통되어야 한다"고 했다.

김형락 교수(서울신학대학교)는 EDM이라는 형태 속에 찬양이라는 본질이 제대로 담겨 있는가를 중요하게 봐야 한다고 했다. 김 교수는 "그들의 음악이, 그들의 춤이, 그들의 외침이 하나님의 영광을 향한 것이 아니고 하나님께 감사를 드리는 것도 아니라면, 논란이 되고 있는 이 모습들은 (그것이 기독교 공동체에서 모인 집회의 일부 순서라고 할지라도) 그저 교회 밖의 대중문화가 그대로 유입된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오직 주만이'를 작곡한 CCM 찬양 사역자 이유정 교수(리버티신학교)는 "(기독교인들은) 모든 음악을, 예배 음악으로 적합한가 아닌가 재단하는 경향이 있다. 지난 수백년간 교회가 저질러 온 흑백논리다.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마음껏 누리는 것이야말로 하나님이 인간에게 주신 가장 큰 선물 가운데 하나"라고 말했다.

오늘날 드럼이나 신디사이저가 없는 교회를 상상하기는 힘들다. 오히려 예배와 찬양의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로 자리잡았다. 교회가 적극적으로 이를 활용했기 때문이다. 한진호 씨는 "EDM을 받아 주느냐 마느냐는 교회가 세상의 문화와 상호작용할 것인가 말 것인가를 선택하는 문제"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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