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음주의권 개신교 단체와 활동가들을 종북·간첩 세력이라고 지목한 박성업 씨가 명예훼손죄로 약식기소됐다. 수원지방검찰청 성남지청은 작년 12월 26일과 31일, 박 씨가 교회개혁실천연대(개혁연대) 소속 집행위원들과 성서한국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각각 300만 원과 200만 원의 벌금형을 구형했다.

▲ 박성업 씨는 작년 4월 7일 유튜브에 '한국 기독교 내에 침투해 있는 간첩 세력의 실체'라는 동영상을 올렸다. 박 씨는 주체사상을 기독교의 진리를 교묘하게 혼합시킨 사악한 이단 종교라며, 사랑의교회 오정현 목사의 표절 사건에 비판 성명을 낸 기독교 단체와 인사들이 주체사상을 신봉하고 지원한다고 지목했다. 동영상에서 그는, 이들을 "하나님의 심판 위에 한국이 서 있게 만든 원흉들", "척결 대상"이라고 말한다. (유튜브 홈페이지 갈무리)

박성업 씨가 개신교 단체와 소속 인사들을 종북·간첩 세력이라고 주장한 것은 작년 4월부터다. 그는 '한국 기독교 내에 침투해 있는 간첩 세력의 실체'라는 동영상을 인터넷에 올려 사랑의교회 오정현 목사의 논문 표절 사건에 비판적인 성명을 낸 단체들을 종북으로 몰았다. 기독교윤리실천운동·성서한국·교회개혁실천연대·아름다운마을공동체·기독청년아카데미·평화누리·청어람아카데미 등 개신교 단체가 거론되고, 여기에 참여한 사람들의 얼굴과 이름을 공개해 "주체사상파로서 간첩 무리와 연계하는 이들"로 지목했다.

동영상은 온라인을 통해 빠르게 확산했다. 유튜브와 카페, 블로그로 퍼져 손쉽게 검색되었고, 한 달 만에 조회 수 5만 건을 돌파했다. 사랑의교회 일부 교인들은 '사랑의교회를 공격하는 세력의 실체'라는 제목으로 영상을 퍼 날랐다. 일부 누리꾼들도 "기독교계에 뿌리내린 간첩 세력들", "악질 단체들"이라고 공격했다.

종북 세력으로 지목된 이들 중 개혁연대 집행위원 3명은 작년 5월 명예훼손과 업무방해죄로 박성업 씨를 고소했다. 고소장에서 김성학 집행위원은, "영상을 내릴 것과 사과를 요구했지만, 오히려 박 씨가 법정에서 보자며 강하게 나왔다. 온라인을 통해 허위 사실이 계속 퍼지고 있는 점이 우려되어 고소했다"고 밝혔다.

얼굴과 이름을 무단으로 공개한 피해도 컸다. 박 씨에 의해 개인 정보가 공개된 김종미 집행위원은, "억울하게 종북 세력으로 몰려 정신적인 스트레스가 심했고, 동영상을 본 사람들의 문의 전화로 업무 지장이 컸다"고 했다. 공식 대응하지 않기로 했던 성서한국도 박 씨에게 사과와 정정을 요구했지만, 지속해서 동영상을 유포시켜 작년 7월 박 씨를 고소했다.

이들의 고소장에 따르면, 박성업 씨의 주장에는 억측과 왜곡된 정보가 많다. 먼저 동영상에서 박 씨는 북한 정권과 아무런 상관이 없는 오정현 목사의 표절 사건을 통해 이들 단체를 파악했다고 주장한다. 오 목사 표절에 비판적인 성명을 낸 단체들의 위원들이 알고 보니 종북 성향의 인사들로 서로 연관되어 있다는 것이다. 막상 표절 사건과 관련된 사실 관계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다고 말한다.

또 박 씨는 작년 7월 6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성서한국 대회는 홍정길 목사를 필두로 기독교의 탈을 쓴 주사파들이 주관하는 집회라고 주장하고, 2011년과 2009년 강사로 나왔던 박원순 서울시장과 임동원 전 통일부장관을 '김일성의 개', '김정일의 애견'이라고 비난했다. 이들이 왜 주사파이고 종북 세력인지 명확한 근거는 제시하지 않았다.

과거 해명된 일을 악의적으로 왜곡하기도 했다. 일례로 박성업 씨는 개혁연대 공동대표인 방인성 목사와 성서한국 사무총장인 구교형 목사가 2007년 안티 기독교 시민 단체인 종교법인법제정추진시민연대(종추련)의 발기인으로 참여한 사실을 지적하며, 이들을 교회 파괴 세력이라고 비난했다. 그러나 일부 핵심 인사들의 반기독교적인 성향을 알고 방 목사와 구 목사는 종추련을 탈퇴했다. 이는 언론을 통해서도 이미 알려진 사실이지만, 박 씨는 동영상에서 이 부분은 언급하지 않는다.

▲ 수원지방검찰청 성남지청은 12월 26일 박성업 씨가 개혁연대 집행위원들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300만 원 벌금형을 구형했다. (자료 제공 교회개혁실천연대)

사건을 수사한 수원지방검찰청 성남지청은 12월 26일과 31일 박 씨가 개혁연대 집행위원들과 성서한국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를 인정해 각각 300만 원과 200만 원의 벌금형을 구형했다.

▲ 박성업 씨는 올 1월 8일에도 자신의 페이스북에 비슷한 내용의 동영상을 올렸다. 2시간 넘는 분량의 이 동영상에서 박 씨는, 이름과 얼굴이 공개된 이들에게 "억울하면 직접 나서서 해명하라"고 말한다. 현재 박 씨는 이들과의 대화를 거부하고 있다. (박성업 씨 페이스북 갈무리)

박성업 씨는 고소가 진행되는 동안에도 종북 몰이를 계속했다. 올 1월 8일에도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동영상에서 "(얼굴과 이름을 공개하는 것은) 이들 단체와 인사들이 한국교회의 지도자이고, 기득권이기 때문이다. 억울하면 본인이 해명해라", "고소가 진행 중인데, 상관없다"고 말한다.

개신교 단체들은 박 씨의 태도에 대책을 고심 중이다. 명예훼손죄가 인정됨에도 계속해서 동영상을 유포하고 있기 때문이다. 개혁연대 김성학 집행위원은 "박성업 씨의 페이스북에 글을 남겨 동영상이 명예훼손에 해당하므로 삭제해 줄 것을 요청했지만, 그때마다 박 씨는 요청문을 삭제하고 무시하고 있다"며 답답함을 나타냈다. 개혁연대 김애희 사무국장은 "아직 결정된 것은 없지만, 박 씨가 계속 모르쇠로 나오고 있어 단체 차원에서 추가로 고소할지 논의하고 있다"고 전했다.

성서한국의 구교형 사무총장도 "의혹이 있다면 직접 대화해서 풀고 싶다. 직접 페이스북에 대화 요청의 글을 남기기도 했다. 하지만 전혀 대화하려고 하지 않는다. 지금도 동영상은 계속 유포되고 있는데, 앞으로 어떻게 대응할지 논의 중이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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