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19.6.12 즉문즉설(31) 수원, 즉문즉설(32) 구로
“여자 친구에게 맞춰주는 게 힘들어요.”

안녕하세요. 스님은 오늘 즉문즉설 강연을 두 번 했습니다. 오전에는 수원시청에서 즉문즉설 강연을 하고, 저녁에는 서울 구로구 오류문화센터에서 통일에 대한 즉문즉설을 했습니다. 두 강연 사이에는 동국대학교에서 불교계 인사들과 만나 「불교의 미래」에 대해 세미나를 했습니다.

아침 7시, 평화재단에서 북한 현실에 대해 전문가들과 조찬을 한 후 수원 시청으로 이동했습니다. 수원시청에 도착해서 염태영 수원 시장님, 조명자 수원 시의회 의장님과 차담을 나누었습니다.

수원시청 대강당 밖으로 사람들이 길게 줄을 서 있었습니다. 좌석은 400석이 채 안 되는데 900여 명이 찾아왔습니다. 아침 8시부터 시민들이 줄을 서서 기다렸고, 강연 전에 이미 만석이 되었습니다. 들어가지 못한 사람들은 아쉬움과 불만을 터뜨리고 있었습니다.

차담을 마친 스님은 염태영 시장님, 백혜련 수원시 국회의원, 시의회 의장님과 함께 인파를 뚫고 강연장으로 들어서며 연신 “죄송합니다” 하고 사과를 했습니다.

시청 로비에 중계 시설이 없어서 진행팀은 영상 시설을 설치해서 조금이라도 강연을 들을 수 있도록 준비했습니다.

웅성거림 속에서 시장님이 인사말을 했습니다.

“공간이 너무 비좁아서 죄송합니다. 수원시가 굉장히 인구가 많은 도시인데, 시청 강당은 이렇게 비좁습니다. 지난 3월에 수원컨벤션센터를 새로 지었습니다. 하반기에는 넓은 공간에서 여러분을 모시기로 스님과 이야기했습니다.”

청중은 큰 박수를 보냈습니다. 이어서 무대에 오른 스님은 강연장에 못 들어오신 분들에게 사과를 하며 강연을 시작했습니다.

“지금 들어온 숫자만큼 못 들어오신 분들이 있습니다. 격려 박수 부탁드립니다.(모두 박수)
죄송합니다. 시장님과 시의회 의장님이 가을에는 컨벤션센터를 빌려주신다고 약속했습니다. 가을에는 더 많은 분들과 함께 하겠습니다. 강연장 밖에서 바닥에 앉아서 듣는 분도 계신데 제가 이야기를 길게 하면 힘드니까요. 거두절미하고 바로 시작하겠습니다.”

오늘은 총 8명이 질문할 수 있었습니다. 그중 여자 친구가 자신을 바꾸려고 해서 힘들다는 남성의 질문과 스님의 답변을 소개해드리겠습니다.

여자 친구가 욕심이 많아 저를 바꾸려고 합니다

“여자 친구가 욕심이 많아 자신이 원하는 대로 저를 자꾸 바꾸려고 합니다. 여자 친구에게 어느 정도 맞출 수는 있지만 다 맞춰주려면 제가 너무 괴롭습니다. 스님이 자주 말씀하시는 대로 제가 원하는 대로 하되 상대가 화내면 ‘죄송합니다’ 하고 또 제가 하고 싶은 대로 해도 되는데, 이러면 저는 해탈이 돼서 편안하겠지만 여자 친구 입장에서는 약 올리는 꼴이 되고, 여자 친구는 자신의 욕구도 충족되지 못하기 때문에 괴로워할 것 같습니다.

여자 친구가 자란 환경에서는 그런 성격이 형성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 다 이해되기 때문에 원망스럽지는 않습니다. 그렇지만 제가 편하고자 여자 친구에게 괴로움을 떠넘기는 건 좀 아닌 것 같습니다. 그리고 나중에 임신을 하고 애가 생기면 그 괴로움이 더 큰 해가 될 수 있어서 걱정입니다. 저는 해탈을 쉽게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여자 친구는 그 괴로움은 어떻게 해결하고 해탈할 수 있을지 궁금합니다.”

질문 내용을 들으며 청중석 곳곳에서 웃음이 흘러나왔습니다.

“한마디로 하면 ‘기지도 못하는 게 날려고 한다’ 이거네요. 질문자 얘기만 들으면 마치 자기가 성인군자인 양 얘기하는데, 꿈 깨세요. 질문자는 그냥 보통 사람이에요. 우선 자기 문제부터 해결하세요.”

스님의 첫 일성에 모두가 박장대소를 했습니다.

“오늘 돌아가서 여자 친구 만날 때부터 한번 해보세요. 여자 친구가 뭐라고 하면 ‘그래. 알았어. 그렇게 하지!’라고 말하고 자기 볼일 있으면 볼일 보세요. 우선 질문자가 편안해야 여자 친구에게도 좋아요. 처음에는 ‘약 먹었냐, 미쳤냐’ 하고 반발이 따르겠죠. 그러나 모든 인생은 우선 내가 좋아야 오래 할 수 있어요. 질문자가 편안한데 왜 스님한테 질문을 했겠어요? 여자 친구가 자기 마음대로 하고 싶다고 하면, 여자 친구를 위해서 질문자가 다 맞춰주면 되죠. 그런데 질문자는 그게 괴롭다면서요?”

“네.”

“질문자가 자기 입으로 괴롭다고 했잖아요. 여자 친구가 하자는 대로 다 하려니까 힘들다면서요. 질문자가 그렇게 말하니까 제가 ‘여자 친구가 하자는 대로 안 해도 됩니다’ 이렇게 말하는 거예요.”

“그런데 제가 그렇게 안 해주면 여자 친구는 본인의 욕구가 충족되지 않기 때문에 괴로워할 거잖아요.”

“자기 괴로운 거야 자기 사정이지, 내가 상관할 게 뭐 있어요?(모두 웃음) 내가 여자 친구를 해친 게 아니잖아요. 자기가 자기 마음대로 하려다가 안 된다고 괴로워하는 건 자기 문제이지, 내 문제가 아니라는 겁니다.”

“여자 친구는 제 아내가 될 사람이고, 저는 그 사람의 행복을 약속해줄 책임이 있는데, 저만 편하고 여자 친구는 불편하다면 그건 아니지 않습니까?”

“그래요. 질문자 말이 맞아요. 그렇게까지 생각하면 얼마나 좋겠어요? 그런데 그렇게 되려면 질문자가 안 괴로워야죠. 여자 친구를 위해서 맞춰주고 있는데, 왜 괴롭다고 해요? 자기가 좋아하는 사람을 위해서 요리를 할 때는 요리하는 게 힘들어도 그 가운데 기쁨이 있어요. 질문자가 힘들더라도 ‘여자 친구가 기쁘다면 나는 힘들어도 좋다’ 이런 마음이 되어야 하는데 왜 괴롭다고 해요?”

“저는 욕심이 그렇게 많지가 않아요. 그렇다고 노력하지 않는 것도 아니어서 나름대로 직장 생활도 열심히 하고, 칭찬도 받고, 퇴근 후에도 공부하면서 열심히 살고 있습니다. 그런데 여자 친구는 제가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직장을 다니길 원해요. 현재 기준으로 봤을 때 좀 실현되기 어려운 것들을 무척 원하고 있어요. 생활적인 면에서도 하나부터 열까지 제가 바뀌길 강요합니다. 저는 옛날 노래를 좋아하는데 여자 친구는 그런 게 듣기 싫으니까 듣지도 말라고 하고요.”

“아니, 그러는데 왜 좋아해요?”

“사실 지금 생각해보면 좋다, 안 좋다는 감정을 분별하기가 좀 어려운 것 같아요. 그래도 사귄 지 6년이 됐고, 정도 많이 들었으니까요. 그리고 여자 친구의 그런 면이 이제 좀 불쌍한 것 같아요. 그 친구도 힘들게 자랐거든요. 그래서 그런 바람이 다 이해는 됩니다. 사실 스님 말씀대로 ‘안녕히 계십시오. 그동안 고마웠습니다’ 하고 헤어질 생각도 해봤는데, 그 친구가 다른 사람을 만나서도 행복하지 않을 것 같아요. 남을 바꾸려고 하는 본인의 성격을 바꾸지 않으면 또 본인이 괴로울 것이기 때문입니다.”

질문자는 말을 잇지 못하고 울먹였습니다. 청중석은 질문자의 심정을 이해하기 어렵다는 듯 웅성거리기 시작했습니다. 스님은 오히려 웃으면서 질문자의 마음을 받아주었습니다.

“이런 순정파가 요즘 있어요? 그런데 왜 수군거려요? 늘 이기적인 인간들만 보다가 이런 순정파를 보니까 스님은 아주 반갑고 아주 좋아요. 요즘 젊은이들 중에도 저런 남자가 있네요. 청중 여러분 중에 누가 데려가서 사위로 삼으세요.(모두 웃음)

질문자는 제 말을 귀 기울여 들어보세요. 그런 생각은 참 좋지만, 스님이 진단하자면 질문자의 그런 행동은 감정 낭비입니다. 소비를 함부로 하면 경제적 낭비라고 하잖아요. 질문자의 경우는 감정 낭비에 속해요. 그러 마음으로 살면 앞으로 결혼 생활이 굉장히 힘들어요.

예를 들어 여자 친구가 질문자더러 대통령이 되라고 하면 될 수 있겠어요? 국회의원이 되라고 하면 될 수 있겠어요? 굴지의 대기업에 들어가라고 하면 될 수 있겠어요? 판사가 되라고 하면 될 수 있겠어요?

여자 친구의 그런 욕망은 이해하지만 그 욕망을 내가 다 해줄 수는 없어요. 내가 원하는 것이 다 이루어질 수 없듯이, 남이 원하는 걸 내가 다 해줄 수도 없어요.

법륜 스님도 마찬가지예요. 이 강연을 하는 두 시간 동안에는 여러분이 어떤 질문을 하거나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고 욕설을 해도 제가 다 받아주니까 ‘아, 우리 스님은 참 좋은 사람이다. 스님한테 얘기하면 뭐든지 되겠구나’ 이렇게 생각하지만 그건 오해예요. 저는 이 시간 동안만 여러분한테 최선을 다합니다. 강연 딱 끝나고 나갈 때 누가 소매를 붙들고 ‘스님, 한 가지 물어볼 게 있어요’ 그러면 안 들어줍니다. (모두 웃음)

사인을 해주기로 했으니까 사인은 해주지만 ‘제 이름도 좀 써주세요’ 이러면 저는 이렇게 말하며 거절합니다.

‘네 이름은 네가 쓰고, 내 이름은 내가 쓴다!’

이렇게 딱 냉정해요. 그래서 대중들 중에는 상처 입은 사람도 많아요. 제가 왜 이렇게 냉정할까요? 저도 살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저는 제가 죽어가면서까지 여러분한테 혜택을 주고 싶은 생각이 별로 없어요.(모두 웃음)

지금도 이미 무리를 하고 있는데, 여러분들이 원하는 대로 악수 다 해주고, 사진 다 찍어주다 보면, 뒤에 잡아놓은 약속이 늦어지겠죠. 그게 쌓이다 보면 몸에도 무리가 가서 다음에 강의를 못해요. 다음 강의를 못하는 것보다는 이런 요구들을 딱 자르고 다음에 와서 또 강의해주는 게 낫잖아요?”

“네!”

“사람은 다 내가 사는 게 우선이에요. 내 욕심으로 살아라는 게 아니라, 내가 건강하게 살아야 다른 사람한테 지속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겁니다. 지속가능이라는 개념을 생각하셔야 해요. 예를 들어 내가 가게를 하는데 불쌍한 사람을 봤어요. 그렇다고 가게를 팔아서 돈을 왕창 줘버리는 게 나을까요? 가게 이익 중 10퍼센트 또는 20퍼센트를 정해서 지속적으로 도와주는 게 나을까요?”

“지속적으로 도와주는 게 낫습니다.”

“질문자가 지금처럼 감정 낭비를 하면 그 가정은 파탄이 나요. 오래갈 수가 없어요. 질문자가 못 견딥니다. 내가 너무 이기적으로 굴면 상대가 못 견뎌서 떨어져 나가고, 상대가 너무 이기적으로 하면 내가 못 견뎌서 떨어져 나가요. 그래서 지속 가능하려면 나도 좋고 너도 좋아야 해요. 그러니 여자 친구를 위해 참는 게 꼭 좋은 게 아니에요. 무조건 참기만 하면 언젠가는 파탄 나게 되어 있어요. 질문자는 어떡할래요? 감정을 계속 낭비할 거예요?”

“혹시 제가 여자 친구의 현재 욕심을 다 맞춰주면 그 친구가 행복해질까요? 아니면 또 더 많은 욕구가 생길까요?”

“욕구가 더 커지죠. 자, 청중한테 한번 물어봅시다. 이 청년이 여자 친구의 요구를 다 맞춰준다면, 여자 친구가 거기서 멈추고 만족하게 될까요, 요구가 더 커질까요?”

“커져요!”(모두 크게 대답)

“더 커진다는 사람 손들어보세요. 보세요.”

대다수가 손을 번쩍 들었습니다.

“남자가 아니라 여자들이 이렇게 많이 손들잖아요. 그런 태도로는 이 괴로움을 영원히 해결할 수가 없어요. 그렇다고 무조건 여자 친구의 요구를 무시하라는 게 아니에요. 들어주되 할 수 있는 건 해주고, 못 해주는 건 못 해주는 식으로 가야 해요. 여자 친구가 그래도 좋다고 하면 같이 살고, 그래서 헤어지자고 하면 ‘안녕히 계십시오’ 하는 수밖에 없어요. 사랑을 안 해서 헤어지는 게 아니에요. 그 여자분의 행복을 위해서도 이렇게 해야 해요.

제비를 한 번 보세요. 새끼가 아주 어릴 때는 어미가 작은 벌레를 물어 와서 입에 쏙쏙 넣어줘요. 그러다 어느 정도 커서 까만 털이 나오면 어미가 벌레를 물어 와도 입에 안 넣어주고 딱 서 있어요. 그러면 새끼들이 어미에게 먹이 달라고 막 짹짹대고 악을 씁니다. 그렇게 파닥거리다가 제비집에서 새끼가 떨어지기도 해요. 가끔 새끼가 떨어지는 게 보일 때가 바로 이 시기예요.

어미가 왜 이럴까요? 이렇게 해야 새끼가 어미 입에 있는 먹이를 빼앗아먹으면서 먹이 잡는 기술을 터득하고, 자기들끼리 경쟁하는 과정에서 날개에 힘이 생겨요. 이렇게 새끼를 자립시키는 겁니다. 어릴 때는 따뜻하게 보살펴주는 게 사랑이고, 사춘기가 되면 아이들이 자립할 수 있도록 냉정하게 지켜보는 게 사랑이에요. 이때 계속 돌봐주어 버리면 자립심이 없어져버려요.

지금 질문자는 불행을 자초하는 거예요. 질문자도 힘들지만 이 관계는 결국 불행으로 끝날 수밖에 없어요. 그러니 감정 낭비는 더 이상 하지 마세요. 할 수 있는 건 해주지만, 내가 힘든데 무리해서까지 할 필요는 없어요. 그렇다고 상대한테 ‘네가 욕심이 많다!’ 이러면 안 돼요.

‘아이고, 죄송합니다. 그건 내가 능력이 안 돼요.’

이렇게 내가 못하는 걸 못한다고 말할 필요가 있어요. 그렇게 말하기가 힘들면 ‘알았어요’라고 하세요. 못하는 건 어차피 못하잖아요. 나중에 ‘왜 못하냐!’라고 하면 ‘죄송합니다’ 하고요. 이 두 가지 길밖에 없어요.”

“그런데 이렇게 법륜 스님의 말씀을 들으면 저희 같은 사람들은 해탈이 되잖아요. 여자 친구도 이렇게 해탈시켜줄 방법은 없나요?”

“그러니까 스님이 처음부터 얘기했잖아요. 기지도 못하는 게 날려고 한다고요. 그건 질문자가 먼저 자유로워진 뒤에 가능해요. 그런데 질문자는 지금 자유롭지가 못하잖아요. 여자 친구가 막 ‘이거 해달라’, ‘저거 해달라’ 조르면 괴로워하는 수준이잖아요. 자기 수준을 좀 알면 좋겠는데요.”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모두 박수)

“뉘 집 아들인지 엄마가 들으면 가슴 아프겠어요. 그런데 딸 가진 사람은 이런 청년을 또 좋아하겠죠.

그런데 질문자가 그렇게 하면 여자 친구가 일시적으로는 좋아할지 몰라도 계속 그런 식으로 가면 여자 친구도 힘들어요. 질문자도 여자 친구 때문에 힘들지만, 여자 친구도 질문자를 무시하게 됩니다. 이게 이중심리예요. 자기한테 잘해주는 게 한편으론 고맙지만, 남자가 저러면 줏대가 없어 보인다면서 나중에 무시하게 돼요. 이렇게 사람의 심리가 참 묘합니다.

그래서 연애를 ‘밀당’이라고 하잖아요. 적절하게 자르기도 하고, 적절하게 잘해주기도 해야 연애 관계가 성립되지, 무조건 잘해주면 노예밖에 안 돼요. 노예를 애인으로 삼아 데리고 다니고 싶진 않잖아요. 고분고분하면 당장은 좋지만, 시간이 지나면 노예는 버려요. 그리고 자기한테 틱틱거리면서 튕기는 상대를 또 따라다녀요. 이렇게 인간 심리가 묘하다니까요. 제 말에 일리가 있어요?”

“맞아요!”

“사람이라는 게 그래요. 지금 같은 방식은 질문자를 위해서도 여자 친구를 위해서도 결코 좋은 게 아니에요. 엄마가 사춘기 아이를 과잉보호하는 것과 똑같아요. 그 결과 죽을 때까지 자식의 무거운 짐을 지고 살아야 하는 업보를 받게 되는 겁니다.”

미련을 내려놓지 못한 듯 약간 어두운 표정의 질문자에게 청중은 큰 박수를 보냈습니다.

한 분은 즉문즉설을 듣고 행복해졌다며 감사 인사만 하고 자리에 앉았습니다.

“저는 특별하게 질문할 것은 없고 스님 만나서 너무 행복해진 마음을 전하고 싶어요. 그리고 드리고 싶은 말씀이 있는데요. 전국으로 돌아다니시는데 건강을 좀 챙기시면 좋겠습니다.”

스님은 감사의 마음을 표현하면서도 마음의 작용에 대한 가르침을 빠트리지 않았습니다.

“저런 사람은 조심해야 돼요. 저분은 저를 지나치게 좋게 생각하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마음에 안 드는 게 생기면 저와 원수가 될 거예요. 저는 제 수준 이상으로 저를 좋아하거나 높이 평가하는 사람을 만나면 경계합니다.(웃음) 아무튼 감사합니다.”

지나치게 좋아하면 원수가 된다는 말에 사람들은 크게 웃었습니다. 이외에도 다음과 같은 질문이 있었습니다.

⁃ 층간 소음이 너무 심해요. 문제제기를 했더니 더 심해졌어요.
⁃ 결혼 생활 33년째입니다. 남편이 폭력을 해서 시댁 식구에게 말해서 겨우 남편이 멈췄어요. 그러다가 몇 년 전부터 남편이 언어폭력을 하는데 이혼하고 싶어요.
⁃ 존경하던 형이 부모님 유산을 다 가져가서 7남매 사이가 나빠졌어요. 죽기 전에 남매가 화합해야 돌아가신 어머니 뵐 면목이 있을 것 같은데 어떡하죠?
⁃ 친구에게 말실수를 했는데 계속 공격을 합니다.
⁃ 사람들과 잘 어울리지 못해요. 할 말이 없어요.
⁃ 재혼 7년 차인데 남편의 두 아들이 저를 싫어해서 저는 따로 살고 있어요. 이렇게 살아도 되죠?
⁃ 아들이 이혼하고 초등학생 손자를 돌보게 됐는데 손자가 괴롭힘을 당해서 친구가 없어요. 안쓰러워요.

마지막으로 질문자들의 소감을 들어보았습니다. 확연히 가벼워진 분들은 큰 박수를 받았습니다.

“너무 감동받았습니다. 남편을 ‘네’ 하고 받아들이겠습니다.”
“이제 명절 때 저를 싫어하는 의붓아들을 봐도 마음이 가벼울 것 같아요. 감사합니다.”
“아팠던 가슴팍 풀어주셔서 고맙습니다. 스님 말씀대로 꼭 형님하고 우애가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오늘 소개해드린 질문자는 슬픈 목소리로 소감을 말했습니다.

“슬프지만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일들이 있다는 것을 알았어요. 감사합니다.”

질문자들의 소감을 들은 후 스님은 강연에 참석한 모두가 행복한 삶을 살기를 당부하며 강연을 마쳤습니다.

“지금도 좋고 나중도 좋고, 나도 좋고 너도 좋은 것이 진리입니다. 나만 좋은 것은 안 되지만, 나부터 좋은 길은 괜찮아요. 그렇게 행복하게 사시기 바랍니다.”

봉사자들과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곧바로 동국대로 향했습니다.

겨우 점심을 먹고 2시부터는 불교계 인사들과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이야기가 길어져 저녁 강연이 열리는 서울 오류문화센터에 7시 직전에 도착했습니다. 저녁 식사는 거르고 강연장으로 들어갔습니다.

저녁 강연의 주제는 ‘한반도 평화 만들기’입니다. 새로운 100년을 여는 통일의병이 강연을 준비했습니다. 주제와 상관없이 법륜 스님이 온다는 얘기만 듣고 많은 시민이 찾아왔습니다. 스님은 들어오지 못한 분들과 밖에서 강연을 들어야 하는 분들에게 사과를 하고 강연을 시작했습니다.

평화와 통일에 대한 질문도 있었고, 인생 고민에 대한 질문도 있었습니다.
⁃ 스님이 생각하시는 통일과 통일의 방법, 평범한 시민이 통일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알려주세요.

  • 최근 중국이 북한과 경제 협력을 하기 위해 만반의 준비를 해나가고 있습니다. 한국은 어떻게 대비해야 할까요?
    ⁃ 왜곡된 역사를 어떻게 바로 잡을 수 있을까요?
    ⁃ 60이 넘어서 흥이 많아졌어요. 어떻게 잠재울 수 있을까요?
    ⁃ 95세 시어머니를 모시는데 자꾸 미운 마음이 들어요.

2시간 동안 대화를 나누며 점점 심해지는 미국과 중국의 갈등 속에 놓인 우리나라의 현실을 되돌아볼 수 있었습니다. 한편으로 통일 이후 우리에게 다가올 새로운 희망을 꿈꿔볼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인생 이야기만큼이나 흥미진진했습니다. 머리 희끗희끗하신 분들이 특히 많았는데, 끝까지 집중해서 듣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지금 우리 사회가 처한 현실이 이러니까 더 이상은 전라도·경상도 얘기 그만하고, 진보·보수 얘기 그만하고, 기독교·불교 얘기도 그만하고, 젊은 사람·늙은 사람 얘기도 제발 그만하세요. 지금은 이런 위기를 우리가 어떻게 극복할 거냐에 대해 머리를 맞대고 의논해야 할 때입니다. 알았죠?”

“예!”

“그렇게 하면 우리에게도 좋은 일이 생깁니다. 스님은 좋은 일이 생길 것이라고 믿기 때문에 이런 활동들을 하는 겁니다. 감사합니다.” (모두 박수)

강연장을 나가며 청중과 악수를 나누며 스님이 물었습니다.

“이런 주제도 인생 상담만큼이나 재미있죠?”

사람들은 활짝 웃으며 재미있었다고 대답했습니다.

강연을 마치고 책 사인회를 한 후 스님은 통일의병들과 기념사진을 촬영했습니다.

2019년 상반기 통일에 대한 강연은 오늘로 마지막이었습니다. 강연을 준비한 통일의병들은 감사한 마음으로 스님에게 꽃다발을 전했고, 스님 역시 ‘수고했다’며 고마운 마음을 전했습니다.

내일은 부산에서 2019년 상반기 행복한 대화 즉문즉설 강연 중 마지막 강연이 있을 예정입니다.

전체댓글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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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규태

스님께 감사드리며
여러 봉사자님들께도 감사드립니다!!!^_^

2019-07-14 21:32:24

이미정

말씀을 들으며 진실로 상대를 위한다는것이 무얼까 생각해봅니다. 사랑이라고 착각한것도 참 많았겠구나 싶습니다.

2019-06-18 11:03:49

숲길

스님 말씀을 읽고 있으니 저는 감정낭비를 정많은 사람이라 착각하며 살아왔네요. 불필요한것에 에너지를 낭비하지 않고 나도 좋고 너도 좋은 나부터 좋은 일에 힘쓰는 사람이 되어야겠습니다.

2019-06-17 16:2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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