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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과학기술부(교과부)가 날 고발할 것이다. 그러나 시국선언 교사에 대한 징계 유보 결정은 여전히 유효하다."

 

교과부가 내주 김상곤 경기도교육감을 직무유기 혐의로 고발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김 교육감은 "시국선언 교사에 대한 징계 유보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오히려 김상곤 교육감은 "교과부가 헌법상의 표현의 자유, 학교 현장의 안정적인 발전의 조건 등을 염두에 두고 판단해 달라"고 요청했다.

 

김 교육감은 6일 서울 견지동 조계사에서 열린 '바보들, 사랑을 담그다' 김장 담그기 행사에 참석, <오마이뉴스> 기자와 만나 이같이 말했다. 김 교육감은 또 경기도의회가 지난 1일 초등학교 무상급식 예산을 전액 삭감한 것에 대해 "종합적인 의미를 가지고 있는 아이들의 급식 무상화 문제를 너무 단편적으로 또는 계산적으로만 생각하는 것 아니냐"며 재논의를 촉구했다. 한나라당 소속 일부 도의원들이 김 교육감의 무상급식 정책에 대해 반감을 갖고 있는 것에 대해서는 "억울하다"고 토로했다.

 

김치 담그는 교육감 "여러분과 함께 해 행복합니다"

 

6일 낮 12시경, 조계사 앞마당에 닉네임 '조우신사'가 도착하자, 김장을 담그던 150여명의 눈길이 일제히 그에게로 쏠렸다. 고춧가루가 묻은 손으로 박수를 칠 수 없자, 여기저기서 '와~' 하는 함성이 쏟아졌다. '조우신사'는 자원봉사 접수장에 자신의 닉네임과 연락처, 그리고 소속을 '경기도'라고 적었다. 지급받은 장갑과 마스크를 차고, 앞치마까지 걸친 '조우신사'가 쑥스러운 듯 어색하게 웃어 보였다. 

 

조계사에서는 시민모임 '진실을 알리는 시민'(이하 진알시)과 네티즌 모임 여성삼국(쌍코, 소울드레서, 화장발), 여성시민광장 촛불나누기 등이 주최한 김장담그기 행사가 열리고 있었다. "복지예산을 삭감하는 현 정부의 정책에 반대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구호만이 아니라 직접 소외된 이웃을 위해 행동에 나서겠다"는 게 주최측의 설명이다. 지난해 미국산 광우병 쇠고기 문제로 전국을 뜨겁게 달군 '촛불 정신'의 연장선인 셈이다.

 

이번 김장 담그기는 '시민들'이 십시일반 성금을 모아 준비했고, 부산·대구 등 전국에서 모인 '시민들'의 손으로 담가 직접 배달한다는 게 특징이다. 이날 총 5000포기(약 10톤)를 담가 진알시와 여성삼국 등 홈페이지를 통해 접수된 소외계층 1000여가구(25개 지역)에 당일 배송하게 된다. 정부 보조금이 끊기거나 끊길 위기에 처한 서울 차상위층 아이들 공부방, 대구 장애인시설, 부산 기초생활 수급자 소년소녀가장, 독거노인 가구 등이 그 대상이다.

 

행사 진행자는 "그동안 외롭게 투쟁하셨는데, 앞으로는 외롭지 말라고, 무상급식 예산 삭감으로 어려운 아이들을 위해 시민들이 십시일반 힘을 모아서 행사를 마련했다"고 말한 뒤, '조우신사'를 소개했다.

 

마이크를 넘겨받은 '조우신사'는 "여러분이 사랑으로 담그고 베푸는 김치가 경기도 아이들에게 전해져서 그 따뜻한 온정이 아이들에게 힘이 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란다"며 "오늘 여러분과 같이 할 수 있어서 너무나 행복하다"고 말했다. 그에게는 여성삼국에서 마련한 선물이 주어졌다. '댓글북'이다. 그를 응원하는 댓글을 모아 책으로 엮은 것이다.

 

그는 조용히 자신에게 배정받은 자리로 가더니, 깔판 위에 놓인 절인배추에 김치 속을 넣기 시작했다. '조우신사'는 바로 김상곤 경기도교육감의 닉네임이다.

 

행사에 참여한 소감을 묻자, "제가 하고 있는 아이들 교육도 사랑과 배려가 기본이다. 우리 사회의 어둡고 안타까운 곳에 사랑을 나누면 우리 사회도 훈훈해지지 않겠느냐"며 "행사 그 자체보다 행사 속에 담겨있는 사랑과 나눔의 의미가 더 큰 것 같다"고 말했다.

 

자원봉사자들에 섞여 김장 담그기에 여념이 없는 김상곤 교육감에게 교과부의 고발 방침에 대한 의견을 물었다. 교과부는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이 지난 6월에 발표한 1차 시국선언이 정치활동을 금지한 교육노조법과 집단행위를 금지한 국가공무원법을 위반했다며 집행부 88인을 검찰에 고발하고 16개 시도교육청에 징계를 요청했다.

 

하지만 김 교육감은 이를 거부했고, 교육부는 지난 2일까지 징계위원회에 회부하라고 직무이행명령까지 내렸다. 결국 교과부는 시일을 넘긴 지난 3일 이를 시행하지 않은 김 교육감을 형법 122조 직무유기 혐의로 고발하겠다고 발표했다. 교과부가 현직 교육감을 고발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러나 김 교육감은 여전히 "사법부의 최종 판단을 기다리겠다"는 입장이다. 김 교육감은 지난달 18일 대법원에 직무이행명령 취소 청구 소송과 가처분 신청을 제기한 바 있다.

 

"법에 근거한 조치를 취하겠다는 교과부 판단 자체는 존중한다. 그러나 헌법상의 표현의 자유, 학교 현장의 안정적인 발전의 조건 등은 염두에 두면서 교과부가 판단해 줬으면 좋겠다. 시국선언 교사에 대한 징계를 유보한 것은, 사법부가 최종 판단을 내리기 전까지 제가 결정할 사안이 아니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제 개인적인 고집 때문이 아니다. 이 문제와 관련해 법률가와 전문가들의 자문을 받아보니, 징계권을 행사하지 않고 유보하는 것이 가장 적절하다는 결론을 얻었다."

 

그러면서 그는 "시국 선언 교사에 대한 징계 유보 입장에 변함이 없느냐"는 질문에 "전혀 없다. (그 결정은) 여전히 유효하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시민·학부모 성원에 "송구, 어색"... "난 정치인 아니라 교육자"

 

김상곤 교육감은 지난 4월 경기도 첫 주민직선 교육감 선거에 당선된 1대 직선 교육감이다. 당시 200여개 시민단체로 구성된 경기희망교육연대의 후보 단일화 작업을 통해 범민주 단일 후보였다. 취임 이후 무상급식 추진, 시국선언 교사 징계 거부 등으로 시민과 학부모들로부터 높은 지지를 받아왔다.   

 

"저는 정치를 하는 사람이 아니다. 교육자로서 역할을 하는 것뿐이다. 교육자로서 최소한 이런 것을 해야 하는 것 아닌가. 헌법 정신과 관련 합리적 판단을 한 것인데, 그것을 보고 학부모나 시민들이 지지, 성원, 환호하는 것을 보고 때로는 약간 송구스럽고, 어색하다. 당연히 기본적인 것을 하는 것인데..."

 

그러나 지난 1일 경기도의회는 7월에 이어 두 번째로 초등학교 무상급식 예산을 전액 삭감했다. 전체 13명인 도의회 교육위원 중 11명이 한나라당 소속이다. 그들에게 '왜 무상급식을 삭감했느냐'고 물었더니, "김상곤은 앵무새처럼 밥만 지저귄다" (이수영 의원, 남양주시 제4선거구), "학력신장을 위한 예산은 삭감하고 무상급식만 하려고 한다" (방영기 의원, 성남시 제3선거구) 등의 답변이 돌아왔다. 이에 대해 김 교육감은 "억울하다"고 말했다.

 

"어느 조직이나 마찬가지지만, 예산을 어떻게 배분할 것인가, 우선순위를 어떻게 할 것인가, 검토를 해야 한다. 경기도교육청도 그런 검토를 나름대로 했다. 특히 이번에는 제로베이스 예산 제도를 통해서 불요불급한 예산은 줄이고, 우선 필요한 곳에 예산을 우선 배정했다. 이를 위해 주민참여 예산 제도까지 도입했고, 그렇게 해서 절약한 게 1300억 원이다.

 

경기도의 교육 시설 중 보완해야 할 점도 있다. 그러나 최근 아주 집중적으로 시설을 보완하거나 증축하고 있고, 그 연장선상에서 계속 하고 있다. 그런 점도 배려하면서 단계적으로 급식 무상화를 추진하는 것이다. 한꺼번에 초등학생 전체 급식을 무상화 하는 게 아니다. 경기도에서 지체되는 동안, 다른 시도는 훨씬 빠른 속도로 급식 무상화를 통해서 아이들의 건강 뿐 아니라 지역 공동체의 활성화를 도모하고 있다. 경기도도 그런 점을 종합적으로 검토하고 감안하면서 급식 문제를 단계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김 교육감은 여전히 무상급식에 대한 깊은 애착을 드러냈다. 단순히 한 분야의 예산만으로 볼 것이 아니라 종합적인 판단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우리 사회에서 아이들의 먹거리는 참 중요한 사안이다. 아이들의 건강을 뒷받침할 뿐만 아니라 농어촌의 부가가치를 안정적으로 확보해주는 역할도 하면서 공동체적인 경기도의 삶을 보다 더 심화시킬 수 있는 사안이다. 또한 저출산 문제나 사회적인 생산성과도 연계되는 사안이다. 공교육의 사부담을 줄이기 위한 기본적인 조건이다.

 

또한 교사의 업무를 뒷받침하는 문제와도 직결되는 사안이다. 교사들이 급식비 걷는 문제나, 급식비 때문에 아이들이 겪는 고통을 직접 몸으로 겪고 있다. 그런 점에서 교사들의 업무경감, 교사들의 여러 가지 아픈 마음들을 아울러 씻어주면서 교사들이 아이들을 가르치고 돌보는 데 자신의 에너지와 시간을 다 쏟을 수 있도록 도움을 줄 수 있는 사안이다.

 

그런 종합적인 의미를 가지고 있는 급식 무상화 문제를 너무 단편적으로 또는 계산적으로만 생각하는 것 아닌가, (경기도의회에서) 다시 한 번 판단해 주기를 바란다. 단순히 아이들의 건강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 모든 종합적인, 사회 경제적인 효과까지 모두 포함해서 판단한다면 무상급식 예산과 비교해서 일부 흠집 내려고 하는 시도는 적절하지 않다."

 

김상곤 교육감이 속한 조가 점심 식사를 위해서 김장 담그는 일을 중단했다. 그러나 김 교육감은 식사를 하지 않고 다른 조로 들어가 다시 작업을 이어갔다. 김 교육감의 맞은편에서 일을 하던 여학생 두 명이 그를 발견하고는 "우와~, 우와~" 연신 탄성을 내지르며 어쩔 줄 몰라 했다. 알고 보니 둘 다 교육대학교를 다니는 학생이었다.

 

"김 교육감의 어떤 면이 좋으냐"는 질문에 김정은(24)씨는 "최근에 시국선언을 한 전교조 선생님들에 대한 징계를 거부하지 않았느냐"고 답했다. 그는 "사실 전교조 선생님들이 잘못했다고 생각하지 않았는데, 징계를 너무 과하게 받았다고 생각했다"며 "그런데 (김 교육감이 징계를) 거부하니까, 저와 같은 의견을 가진 사람이 교육감이라는 게 신기했고, 그런 생각을 소신 있게 밀고 나가는 게 인상 깊었다"고 말했다.

 

두 학생은 "나중에 (김 교육감이 있는) 경기도로 발령이 났으면 좋겠다"고 농을 던지기도 했다. 김 교육감도 두 학생에서 "김장은 담가 봤느냐", "나도 딸이 있는데, 김장 하는 것을 못 봤다" 등의 말을 건네며 친근감을 나타냈다.

 

"반대편의 비판, 공격 예상... 별로 염두에 두지 않아"

 

본인은 '정치인이 아니라 교육자로서의 원칙을 지켜나가고 있다'고 말했지만, 이미 그는 여느 정치인들보다 더 높은 지지를 받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한나라당 소속 도의회 의원들을 중심으로 그가 '너무 정치적인 행보를 한다'는 견제의 목소리도 높다. 이에 대해 김 교육감은 "별로 개의치 않는다"고 말했다.

 

"인간의 모든 사회·경제적인 활동과 관련한 판단은 정치성이라는 게 있다. 그러나 정치적이라고 (비판) 할 때의 경우에는 상당히 정략적인 부분까지 포괄하는 듯 한 뉘앙스가 들어있지 않나. 그런데 저는 그런 생각과 관계없이 교육과 관련된 주요 이슈에 대해 교육감으로서, 교육의 수장으로서 판단해야 될 부분을 하나하나 판단하는 상황이다.

 

급식 문제도 그렇고, 경기도청에서 교육국을 설립한다고 했을 때도 그랬다. 헌법과 관련한 교육 자치의 문제, 그에 따른 제도 문제의 입장에서 판단하려고 노력했다. 시국선언 교사 문제도, 설사 누가 '전교조 편향적이지 않나', 또는 진보와 관련해서 문제제기를 하더라도, 그것과 관계없이 헌법상의 표현의 자유문제에 관해서 판단할 수밖에 없다.

 

실제 이렇게 판단할 경우 어떤 반대편의 비판과 공격이 있겠구나, 하는 것도 예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법과 제도가 담고 있는 정신과 직결해서 어떻게 판단할 것인가, 하는 것은 내가 최대한 존중하고 지켜내야 할 사안 아닌가, 교육자로서……. 그런 생각을 하고 있기 때문에 정치적이라는 비판을 별로 염두에 두지 않는다."

 

내년 6월 교육감 선거를 앞두고 그의 임기는 이제 6개월 남짓 남았다. 이와 관련 최근 노회찬 진보신당 대표가 서울시장 출마를 선언하면서 '심상정 경기도지사 - 김상곤 경기도교육감, 러닝메이트' 입장을 밝힌 바 있다. 하지만 김 교육감은 정치적인 발언에 신중을 기했다.

 

그는 "남은 6개월 동안 제가 그동안 해온 기조 속에서 경기도 교육이 미래지향적인 선진 교육으로 나가기 위해서 필요한 준비 작업을 하는 게 저에게 맡겨진 책무가 아니겠느냐"며 "정치적인 문제는 내가 관여할 게 아니다"고 잘라 말했다.


태그:#김상곤 경기도교육감, #바보들, 사랑을 담그다, #시국선언 교사 징계, #무상급식 예산 삭감, #진실을 알리는 시민(진알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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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너머의 진실을 보겠습니다. <오마이뉴스> 선임기자(지방자치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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