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용산·파업 시민 0명.. '그들만의 사면'

정제혁 기자 2010. 8. 14. 0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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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경영인만 포용.. 친박 특혜 베풀며 노건평 끼워넣기

정부는 13일 정치인과 대기업 경영인이 대거 포함된 8·15 특별사면을 발표하며 '화해와 포용' '국민통합' 등의 명분을 내세웠다. 그러나 정작 포용과 통합의 대상이 돼야 할 촛불시위 참가자나 용산참사 관련자, 쌍용차파업 가담자 등 일반 시민·노동자는 단 한 명도 특사에 포함되지 않아 '그들만의 잔치'를 벌였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이귀남 법무부 장관이 13일 정부과천청사에서 광복절 특별사면 명단을 발표하고 있다. | 김영민 기자 viola@kyunghyang.com

이번 특사 대상자는 지난 정부 주요 인사 4명, 선거사범 2375명, 각종 비리 혐의로 사법처리된 전직 국회의원·공직자·자치단체장 59명, 경제인 18명, 외국인·불우 수형자 27명, 기타 10명 등 총 2493명이다. 현 정부 출범 이전에 징계받은 전·현직 공무원 5685명은 징계를 면제받았다.

사면자 명단 중 눈길을 끄는 것은 세 부류다. 먼저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친형 노건평씨 등 참여정부 관련 인사 4명이 포함됐다. 노씨는 세종증권 매각 비리 등 혐의로 징역 2년6월과 추징금 3억원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었으나 형집행면제 특별사면으로 15일 풀려나게 됐다.

노건평·서청원·이학수·김인주(왼쪽부터)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으로부터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징역 6월에 집행유예 1년, 추징금 1억2345만원을 선고받은 김원기 전 국회의장은 형선고실효 특별사면 및 특별복권을 받았다. 이에 따라 김 전 의장은 각종 선거에 출마할 수 있게 됐다. 박연차 회장으로부터 뇌물을 받은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은 박정규 전 청와대 민정수석과 정상문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은 특별감형돼 남은 형기의 절반만 채우게 했다.

서청원 전 대표, 김노식 전 의원 등 18대 총선에서 공천헌금을 받은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은 친박연대 소속 정치인 2명도 특별감형됐다. 서 전 대표에게 공천헌금을 준 혐의로 실형이 선고된 친박연대 소속 양정례 전 의원의 모친 김순애씨도 특별감형됐다. 이번 특사에 포함된 선거사범 중 18대 총선 관련자는 이들 3명이 전부다. 현 정부 들어 비리를 저지른 사람은 특사 대상에 포함시키지 않는다는 원칙에 예외를 둔 것이다.

최교일 법무부 검찰국장은 "서 전 의원의 경우 심근경색증과 돌연사 위험, 디스크 등의 지병으로 작년 7월 형집행정지를 받았으며, 현재도 건강이 좋지 않은 점 등을 고려했다"면서 "김노식 전 친박연대 의원과 같은 당 양정례 전 의원의 모친인 김순애씨도 지병이 있다는 점을 감안해 사면 대상에 포함했다"고 밝혔다.

이학수 전 삼성그룹 부회장과 김인주 전 삼성그룹 전략기획실장,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 등 대기업 경영인도 형선고실효 특별사면 및 특별복권됐다. 이익치 전 현대증권 대표와 박건배 전 해태그룹 회장은 형집행면제 특별사면을 받았고, 유상부 전 포스코 회장은 특별복권됐다.

반면 촛불시위·용산참사·각종 파업 등에 참여했다 실형을 선고받은 시민·노동자는 단 한 명도 특사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 이번 특사를 놓고 제대로 된 사회통합보다는 주류 세력 내부의 화해를 도모한 것에 불과하다는 혹평이 나오는 것은 이 때문이다.

친박계 정치인에게 특혜를 베풀면서 노건평씨 등을 끼워넣어 참여정부와 화해하는 모양새를 갖춘 데서 보듯 정치공학적 계산의 산물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조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현행 사면법은 대통령 마음대로 사면을 할 수 있도록 돼 있는데 정치공학적 사면은 서민의 박탈감을 키우고 법의 안정성을 해칠 수 있다"며 "일정 형량 이상을 받거나 형량의 일정 기간을 채우지 못한 경우 사면을 받을 수 없도록 사면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 정제혁 기자 jhjung@kyunghyang.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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