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급식에 ‘알레르기 유발식품’ 2학기부터 표시
콩으로 만든 음식을 먹지 못하는 김민주양(9)은 학교급식에 나온 콩볶음과 된장찌개를 보면 속이 상한다. 자신은 남기기 일쑤인데 같은 반 친구들이 맛있게 먹는 것을 보면 우울한 기분마저 든다. 이런 속마음을 모르는 친구들은 “된장찌개도 못 먹는 공주”라며 오히려 놀려댄다.
생선 알레르기가 있는 박진우군(11)은 급식 당번 차례가 올 때면 마음이 조마조마해진다. 지난번 당번 때 고등어조림을 반 친구들에게 나눠주다 하루 종일 온몸에 두드러기가 일어나 고생을 한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도시락을 싸 다녔던 부모 세대와 달리 요즘 아이들은 학교급식으로 한 끼 이상을 먹는다. 이때 문제가 되는 것이 식품 알레르기다. 식품 알레르기는 두드러기나 소화장애처럼 아이의 신체에만 영향을 끼치는 것이 아니라 자신감 부족이나 교우관계까지 악영향을 주는 등 2차 피해를 일으키기도 한다.

교육당국도 알레르기 문제 해결에 팔을 걷어붙였다. 교육과학기술부는 학교 식단표에 알레르기를 일으킬 수 있는 식품을 표시하도록 하는 ‘알레르기 유발식품 표시제’를 올 2학기부터 실시한다고 지난 3일 발표했다. 게, 고등어, 난류(달걀, 메추리알 등), 대두, 돼지고기, 땅콩, 메밀, 밀, 복숭아, 새우, 우유, 토마토 등 식품의약품안전청이 고시한 12종의 식품이 표시 대상이다. 특정 식품에 알레르기를 갖고 있는 학생들은 별도의 대체반찬까지 제공받을 수 있도록 했다.
어린 자녀에게 식품 알레르기란 무엇이고 대처법은 어떤 것이 있는지를 가르치는 일도 중요하다. 서울시에서 초등학교 저학년 학생용으로 발간한 <식품 알레르기, 이렇게 알아보아요>를 중심으로 정리했다.
■ 식품 알레르기란
우리 몸은 병을 일으키는 병원균을 이겨낼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다. 몸속에 있는 면역세포가 그 일을 하는데 우리 몸속에서 한번 싸운 병원균은 그것을 기억하는 ‘항체’가 생긴다. 이 항체는 똑같은 균이 다시 들어오면 재빨리 공격해 제거해 버리기 때문에 한번 앓은 병은 다시 걸리지 않는다. 이것을 ‘면역력이 생겼다’고 한다.
병원균은 아니지만 꽃가루를 마시거나 음식을 먹었을 때 사람에 따라서 몸이 민감하게 반응해 아픈 반응을 보이는 것을 ‘알레르기’라고 한다. 몸이 특정 식품을 나쁜 균으로 잘못 알고 항체와 면역세포가 함께 공격하는 것이다. 사람에 따라 다르지만 자신에게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식품을 먹으면 몸이 가려워지고 열이 나거나 토를 하기도 한다. 심한 경우 숨쉬기가 곤란해질 때도 있다.
■ 알레르기 진단과 관리
하루에도 먹는 식품의 종류가 수십가지에 이르기 때문에 어떤 음식에 알레르기가 있는지 쉽게 알기는 어렵다. 두드러기가 나는 등 몸에 이상 반응이 나타났다면 병원을 찾아 정확하게 진찰을 받고 검사를 하는 것이 좋다. 알레르기가 있다고 진단받은 식품은 먹지 않도록 하고 손을 대는 것도 가급적 삼간다. 간식으로 과자를 먹을 때도 제품 포장 뒷면의 ‘원재료’를 확인하도록 한다.
학교에서는 미리 담임교사에게 특정 음식에 알레르기가 있다는 얘기를 하도록 해서 학교생활 중 위험한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한다. 학교 홈페이지 등을 통해 급식 식단표를 미리 확인하고 영양교사와 상담하는 것도 필요하다.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식품 대신 같은 영양소가 들어있는 다른 식품으로 바꿔 먹을 수 있도록 요청할 필요가 있다. 예컨대 계란 알레르기라면 비슷한 영양소인 육류를 먹는 식이다. 어떤 음식에 어떤 영양소가 들어있는지도 교육이 필요하다.
■ 친구 이해하고 도와주기
- 사회 많이 본 기사
우유 알레르기가 있는 학생에게 우유팩 씻어오기는 고역이다. 밀가루 알레르기가 있는 친구에게 도넛 간식은 ‘그림의 떡’이다. 콩 주머니를 던져 바구니를 터뜨리는 체육수업에 콩 알레르기가 있는 학생은 참여할 수 없다. 어린 학생들에게 이처럼 ‘남들과 다르다’는 것은 놀림의 대상이 되기 십상이지만 학교와 가정에서 교육을 통해 이를 예방해야 한다.
알레르기로 고통받는 친구에게 음식을 강제로 먹이거나 편식을 이유로 따돌리지 않도록 주의를 줄 필요가 있다. 역할극을 통해 어떤 식품들이 알레르기를 일으키며, 어떤 음식에 어떤 식품들이 재료로 쓰이는지, 알레르기 증상과 친구의 마음은 어떨지 등을 몸소 느낄 수 있도록 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