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막말파문 김용민 후보 사퇴해야

4·11 총선에 출사표를 던진 김용민 민주통합당 후보(서울 노원갑)의 막말이 메가톤급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김 후보는 2004년 10월부터 2005년 1월 한 인터넷 방송에 출연해 외설·여성비하·노인무시 발언을 쏟아냈다. 그는 여성을 성도구로 삼은 포르노 내용을 상세히 전하는가 하면, 저출산 대책으로 지상파 방송들이 매일 밤 성행위 영화를 방영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성폭행·여성 연쇄 살인범을 풀어 미국의 부시 당시 대통령과 럼즈펠드 국방장관 및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을 죽여야 한다는 극언도 서슴지 않았다. 특히 “노인네들이 오지 못하도록 지하철 시청역에 에스컬레이터와 엘리베이터를 모두 없애자”는 말은 1%의 극우, 선동적인 노인들뿐 아니라 99%의 평범한 노인들까지 우롱하는 발언이 아닐 수 없다.

우리는 김 후보의 과거 막말 동영상이 인터넷에 폭로된 지난 2일 이후 김 후보와 민주통합당의 대처방식을 유심히 지켜 보았지만 허탈함과 실망감을 감출 수가 없다. 김 후보는 그제 사과 동영상에서 성적 약자인 여성 문제를 진지하게 고민한 적이 없다고 고백하면서 “새롭게 태어나겠다”고 다짐했다. 하지만 김 후보의 막말은 반성과 사과만으로 매듭지을 수 있는 수준을 넘었다. 마땅히 후보직 사퇴로 이어져야 한다. 새누리당은 고령·성주·칠곡에 공천했던 석호익씨가 과거 성희롱으로 보일 수 있는 발언을 했다는 이유만으로 공천을 취소한 바 있다. 새누리당과 이명박 정권을 심판하겠다는 민주통합당이 그만큼도 결단력을 보이지 못한다면 유권자들이 어떻게 믿고 기댈 수 있겠는가.

김 후보가 참여한 <나꼼수>는 저질, B급 방송을 자처하면서도 어떠한 고품격·A급 방송도 하지 못한 역할을 해냈다. 타락한 세상을 타락한 언어로 한껏 질타하는 것이 때론 순기능을 할 수 있다. 하지만 김 후보에 대한 녹색당의 사퇴권고처럼 ‘이웃으로 더불어 살기 위해 필요한 정도의 성평등 및 인권 의식’은 갖고 있어야 한다. “대한민국에서 진보를 자처하면서도 양성평등 교육을 받지 못했다”는 식의 반성문을 다시 써서는 곤란하다.

우리는 앞서 논문표절이 드러난 새누리당 문대성 후보의 사퇴를 촉구한 바 있다. 김 후보의 경우 사안은 다르지만 결코 그보다 가볍지 않은 결격사유라고 본다. 들판에서 외치는 막말과 제도권 내 의정활동은 다르다. 나꼼수 방송을 한 번 이상 청취한 사람이 1100만명이라고 한다. 김 후보가 끝까지 후보직을 고수한다면 스스로 나꼼수에서 이룬 성과마저 무위로 돌리고, 민주통합당에 부담만 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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