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의 한 중학교에서 교사에게 폭행당한 중학생이 뇌출혈로 수술을 받은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ㄱ군(15·중3)은 지난 5일 2교시 수업 직후 휴식시간을 이용해 옆 반 친구에게 필통을 빌리러 갔다. 마침 교실에 있던 ㄴ교사(55·미술 담당)는 “남의 교실에는 왜 오느냐”며 발로 ㄱ군의 특정부위를 수차례 톡톡 차면서 무안을 줬다. 이 학교는 남녀공학이다.
ㄱ군은 여학생이 보는 앞에서 수치심을 느낀 나머지 얼굴이 붉어졌다. ㄱ군은 “왜 때립니까. 저도 선생님을 칠 수 있어요”라며 항의했다. 이어 손에 들고 있던 30㎝가량의 플라스틱 자를 들고 교사에게 대드는 시늉을 했다.
순간적으로 당황한 ㄴ교사는 “왜 이래. 뭐하는 짓이냐”면서 ㄱ군을 제지하기 위해 몸을 감싸려는 순간 ㄱ군이 온몸으로 거세게 뿌리쳤다. 이 과정에 ㄱ군이 갖고 있던 자 모서리가 교사의 눈 아랫부분을 스치면서 얼굴에 2㎝가량의 상처가 났다.
ㄴ교사는 흥분한 상태에서 ㄱ군을 3학년 교사들이 있는 교무실로 데리고 갔다. 그는 ㄱ군을 교무실 한쪽 모서리에 세워 놓고 수차례 발길질을 했다. 다리를 걸어 넘어뜨렸다 일으켜 세우기도 반복했다. ㄱ군의 머리채를 잡고 벽면 목재 캐비닛에 처박기도 했다.
당시 교무실에는 5~6명의 교사들이 있었다. ㄴ교사의 폭행은 6~7분가량 계속됐으나 아무도 제지하지 않았다. ㄴ교사는 분을 삭이지 못한 채 길이 60㎝가량의 열쇠절단기를 꺼내 들었다. 이어 ㄱ군을 향해 내리치려고 위협을 하자 그제야 교무실에 있던 교사 1명이 제지해 가까스로 사태가 일단락됐다.
학교 측은 통증을 호소하는 ㄱ군에게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고 학교보건실에 눕혀 놓은 채 하교시간(오후 4시)에 맞춰 귀가시켰다. ㄱ군은 집으로 돌아와 안정을 취했으나 머리와 어깨의 통증이 지속되고 구토 증세를 보였다.
가족들은 다음날인 6일 오전 ㄱ군을 병원으로 옮겼다. 병원 진단 결과 외부 충격에 의한 뇌출혈이었다. ㄱ군은 이날 오후 긴급 수술을 받았다. 수술을 받은 ㄱ군의 상태는 조금씩 호전되고 있다. 그러나 병원 측은 “며칠 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대구시교육청은 사고 발생 다음날 상황을 보고받은 뒤 감사에 착수했다.이상진 대구시교육청 감사담당은 “가해교사를 비롯해 폭행 장면을 목격한 학생, 교사를 상대로 정확한 사고 경위를 조사 중”이라며 “감사가 끝나는 대로 폭행 교사를 인사위원회에 회부해 징계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학교 측은 “교사가 장난삼아 ㄱ군의 특정 신체부위를 수차례 쳤는데 갑자기 무례한 행동을 보여 순간적으로 흥분해 발길질을 한 것 같다”면서 “해당 교사도 깊이 뉘우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