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죽음의 입시교육’ 중단 호소하고 나선 아이들

어제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청소년들이 ‘죽음의 입시경쟁교육’ 중단을 촉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이들은 대안교육을 꿈꾸는 중·고교생이나 자퇴자들의 모임인 희망의 우리학교만들기 소속 100명이다. 아이들은 쏟아지는 비 속에서 ‘피말리는 입시경쟁, 친구들이 죽어간다’ ‘인권침해 입시경쟁, 줄세우기 입시경쟁 중단하라’고 외쳤다.

이 소식을 접하며 우리는 급기야 직접 성명서를 만들어 낭독해야 할 만큼 아이들이 절박한 상황에 내몰렸다는 생각에 안쓰럽고 무거운 심정을 금할 수 없다. 성명은 “지난주 영주의 중학생과 카이스트 학생, 안동의 여중생이 목숨을 끊었다”면서 “우리 친구들은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이 아닌, 비교육적인 학교와 죽음의 입시경쟁교육에 의해 죽은 명백한 타살”이라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부는 이 모든 것이 웹툰과 게임 때문이라며 본질을 흐리고 학교를 학교폭력으로 서열화해 경쟁을 부추기려 한다면서 “정부가 죽음의 입시경쟁교육을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또 과도한 입시경쟁교육과 학벌사회가 비인간적이고 비교육적인 학교교육 시스템을 만들었고 학생들은 학교폭력의 희생자로 불행하게 살고 있다고 지적했다. 학교폭력이 만연한 것도 입시 몰입 교육으로 인한 공교육 붕괴에서 파생된 것이며 따라서 학교폭력과 공부 스트레스가 동전의 양면 같은 것임을 자각하고 있는 듯하다. 자신들의 희망도 내비쳤는데 그것은 “학생이 즐거움과 행복을 느낄 수 있는 희망의 학교”다. 이들이 문제의 본질을 명확하게 인식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입시라는 거대한 폭력구조에 짓눌려 있는 학생들로부터 살고 싶다는 호소가 들려온다. 이때 그 해결책을 찾아내는 것은 전적으로 어른의 몫이라고 봐야 한다. 어떻게 할 것인가. 물론 아이들을 ‘죽음의 입시경쟁교육’의 질곡에서 구해낼 방법을 찾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 점에서 이것은 정권 차원에서 최우선 순위로 매달려야 할 문제가 돼야 한다. 독립적인 정부 위원회를 만들어 장단기적 대안을 연구하는 것도 방법이다. 단 그것이 명망가들이 공리공론이나 일삼는 곳이라면 쓸모없다. 또 교육 기득권 세력의 혁명적 인식 전환 없이는 진전을 보기 어렵다. 그것이 궁극적으로 학벌주의의 청산과 맞닿아 있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학벌주의란 거대한 현대판 신분제도에 대한 개혁 의지 없이 기술적 입시제도 개선으로 할 수 있는 것은 제한적이다. 아이들은 지금 “얼마나 더 죽어야 입시경쟁교육을 중단하시겠습니까”라고 외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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