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나무키우미 돌봄센터’ 성북구, 주민들 큰 호응
서울 성북구의 ‘꿈나무키우미 돌봄센터’가 문을 연 지 두달여 만에 문전성시다. 선착순 50명에 들지 못한 대기자들까지 몰려 있다. 이곳은 소득 조건 등을 따지는 기존의 지역아동센터와 달리 맞벌이 가정이면 누구라도 방과후 어린이를 맡길 수 있도록 전국 지자체 중 최초로 지난 2월 문을 열었다.
지난 20일 오후 맞벌이 부모의 칭찬세례를 받는 꿈나무키우미 돌봄센터를 찾았다. 길음동 정인교회 1층에 위치한 이곳에 들어서자 어형준군(7·숭덕초 1년)이 담임 선생님에게 어리광부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오늘 학교에서 야구했더니 뼈가 부서질 것 같아요.” “그랬어? 힘들었겠네. 영어 수업은 이따가 들어가고 어서 좀 쉬어.” 형준군은 테이블에 앉아 수수깡을 붙잡고 물고기 모형을 만들기 시작했다. 교실 안에서 종이접기를 하는 아이들, 책을 빼들고 앉아 읽는 아이, 친구와 장난치는 아이들로 센터는 부산스러웠다.

성북구가 전국 지자체 중 최초로 문을 연 구립 ‘꿈나무 키우미 돌봄센터’에서 20일 초등학교 학생들이 미술수업 시간에 만들기를 하고 있다. | 김영민 기자 viola@kyunghyang.com
50명 정원인 이 돌봄센터에는 총 14명의 선생님과 교실 4개가 있다. 3명은 담임교사고 나머지는 과목별 전문강사다. 성북 돌봄센터는 단순 돌봄 기능만 하는 게 아니라 학습까지 책임진다. 부모들의 사교육비 절감 차원에서 학교 수업을 보완해주는 형식으로 진행된다.
담임교사는 각각 1학년, 2·3학년, 4·5·6학년을 맡아 수업 외 시간에도 아이들이 자율적으로 공부를 하거나 체육활동을 하도록 지도한다. 교과목 외에 미술, 피아노, 서예, 한자, 배드민턴, 밴드 등 활동마다 전문강사가 있다.
오후 수업 후에는 저녁식사가 제공된다. 이동언양(12·길원초 6년)은 “학교보다 센터에서 먹는 밥이 더 맛있다”고 말했다. 학부모 김영아씨도 “유기농 위주로 식사를 챙겨 주고, 간식도 과일 등 자연식을 주니 엄마 입장에서는 마음이 놓인다”고 전했다.
매일 1~2시간의 수업을 마치면 나머지는 아이들의 자유 시간이다. 교회 지하 1층 체육관에서 아이들은 피구, 줄넘기, 배드민턴 등을 할 수 있다.
토요일 오후 1시부터 2시간 동안 진행되는 토요밴드는 돌봄센터 최고의 인기 프로그램이다. 30여명의 아이들이 전문강사 5명의 지도를 받으며 드럼, 일렉·베이스 기타 등을 배운다. 형준군은 드럼을 맡았다. 오는 어린이날에는 성북구청이 주관하는 행사에서 공연을 하기로 했다.
양희정 센터장(42)은 “단순한 돌봄을 넘어서 아이들이 스스로 공부할 수 있는 분위기와 습관을 만들어주면서 사교육비 절감효과까지 거두고 있다”고 말했다.
돌봄센터는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평일에는 오후 1시부터 8시, 토요일에는 오전 10시30분부터 오후 3시까지 돌봐주고, 이용료는 월 5만원이다. 성북구는 오는 6, 7월과 하반기에 돌봄센터 3곳을 더 개관할 계획이다. 정원은 각각 29명, 19명, 40명 규모다.
성북구 관계자는 “장소를 무상 임대해주는 지역사회의 기부와 구의 복지사업 기획이 잘 맞아떨어져서 적은 예산으로 돌봄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