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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현장] 말로만 전문가 발탁… 교육분야 기관장·임원 66% ‘낙하산’

입력 : 2012-04-16 18:21:59 수정 : 2012-04-16 22:1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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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년 교과부 산하기관 10곳 임원 50명 전수조사 결과
“임기 초에는 불가피하게 (고위공무원이나 공공기관 인사에) 관여한 측면이 있었으나 이제는 장관 책임 아래 인사를 하겠다.” 이명박 대통령이 전임 정부 시절 임명된 공공기관장 ‘물갈이’를 일단락한 2009년 6월23일 국무회의에서 한 발언이다. 대통령이 더 이상 공공기관장이나 상임 감사·이사 인사에 개입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해석됐다. 올해는 임기 말인 MB 정부의 마지막 공공기관 인사가 이뤄지는 해다. 정부 부처 가운데 지식경제부(60곳) 다음으로 관할 공공기관이 많은 교육과학기술부(38곳)에서도 한국장학재단·부산대병원(5월), 강원대·전북대병원·한국원자력통제기술원(7월), 동북아역사재단(9월) 등 6곳의 기관장이 교체된다. 박형준 전 청와대 정무수석은 지난 2월 라디오에 출연해 “요즘 기관장 인사에서는 전문가 출신의 발탁 비중이 매우 높아지고 있다”고 자평했다. 하지만 현 기관장 등의 성향을 보면 실현 가능성이 낮다는 분석이다. 정치권에서조차 집권 마지막 해 공공기관장은 전문가 위주로 뽑아야 한다는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을 정도다.

◆교육·과학 공공기관장 90%는 ‘낙하산’

16일 세계일보가 2008년 3월∼2012년 2월 만 4년 동안 임명된 교과부 관련 10대 공공기관 임원 50명을 전수조사한 결과 대통령과 정치적 연결고리를 가진 ‘보은 인사’ 사례가 무려 33명(66%)에 달했다. 10대 공공기관은 동북아역사재단, 사립학교교직원연금공단, 평생교육진흥원, 한국교육학술정보원, 한국과학창의재단, 한국사학진흥재단, 한국연구재단, 한국장학재단(이상 교과부)과 한국교육개발원,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상 국무총리실) 등이다.

현 정부에서 임명된 기관장 28명 가운데 ‘대통령의 제 식구 챙기기’ 사례는 25명(90%)이었다. 나머지 3명은 사립학교교직원연금공단의 변창률 현 이사장(교과부 대학지원실장)과 서범석 전 이사장(교육인적자원부 차관), 그리고 정윤 전 과학창의재단 이사장(과학기술부 차관) 등 관료 출신이었다.

대학생 학자금 대출 및 국가장학금 지급 등을 집행하는 장학재단의 이경숙 이사장은 대통령직 인수위원장 출신이다. 지난해 7월 차세대 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나이스)의 성적 오류 사태에 대한 책임을 지고 물러난 천세영 전 교육학술정보원장은 청와대 교육비서관 출신이고, ‘바통’을 이어받은 김철균 현 원장 또한 청와대 뉴미디어 비서관을 지냈다.

김태완 교육개발원장은 대통령 자문 교육혁신위원회에 참여한 바 있고, 성태제 평가원장은 고려대 출신으로 2010년 교과부의 수능 개편 자문위원장을 맡았었다.

사립대 구조개혁 컨설팅 등의 업무를 맡고 있는 사학진흥재단 이사장은 2008년 이후 직무대행을 포함해 6번 바뀌었는데 대부분 정치인이나 대통령 측근이었다. 지난해 11월 임명된 이원희 이사장은 한국교총 회장 재임 시절인 2007년 대선 국면에서 직간접으로 이명박 후보를 지원한 인물이다. 또 2008∼2011년 사학재단 이사장을 지낸 임동오 전 이사장은 이 대통령의 대선 외곽조직인 선진연대 전남 대표였다.

이명박 제17대 대통령 당선인이 2008년 2월 말 열린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해단식 참석을 위해 이경숙 인수위원장(왼쪽)과 함께 나란히 입장하고 있다. 국무총리와 18대 총선 비례대표 후보 등으로 거론되던 이경숙 위원장은 2009년 5월 한국장학재단 초대 이사장에 임명됐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알토란’ 상임감사 절반은 ‘정권교체 전리품’


타 공공기관보다 전문성을 더욱 필요로 하는 과학계 기관장이나 상임 감사·이사도 ‘낙하산’ 일색이었다. 한국연구재단 1, 2대 이사장이었던 박찬모 전 포항공대 총장과 오세정 기초과학연구원 초대 원장은 각각 대통령 과기 특보와 자문위원을 지냈다. 강혜련 과학창의재단 이사장은 이화여대 경영학과 교수 시절인 2008년 제18대 총선에서 한나라당 공천심사위원을 지냈다.

공공기관 경영과 회계 분야의 감시자 역할을 해야 하는 감사·이사 역시 정권교체의 ‘전리품’ 역할을 톡톡히 했다. 각 기관 상임감사는 기관장만큼의 책임은 지지 않지만 기관장에 준하는 억대 연봉을 받아 ‘낙하산 후보’들이 특히 선호하는 자리다.

지난 4년간 장학재단과 사학연금공단, 연구재단 감사 7명 중 4명이 대통령 측근이었다. 지난해 11월 장학재단 감사에서 물러난 홍동현씨는 새누리당 청년·조직국장 출신이며, 사학연금공단 이철웅 감사는 새누리당 싱크탱크 여의도연구소의 객원연구위원이었다.

공공기관 상임이사는 상대적으로 관료나 내부에서 승진한 경우가 많았다.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뒤 15명의 이사가 임명됐는데, 이 가운데 낙하산이라고 할 수 있는 정치인이나 대통령 측근은 사학연금공단과 사학진흥재단에 4명뿐이었다. 기획재정부와 교과부 출신이 포진한 장학재단과 외교통상부 출신이 즐비한 동북아역사재단 등 관료 출신 상임이사는 8명이었다. 사학연금공단의 상임이사 3명은 내부에서 승진했다.

한편 1993∼2007년 임명된 85개 공공기관 기관장·감사·이사 1860명 가운데 대통령의 ‘보은 인사’로 분류될 수 있는 경우는 472명(25%)으로 분석됐다. 내부 승진이 712명(38%)으로 가장 많았고, 관료 출신은 676명(36%)이었다.

김병섭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 등은 ‘한국행정연구’ 최신호에 발표한 논문 ‘공공기관 임원의 인사에 관한 연구’에서 당시 통치권자와 관련된 공공기관 임원은 감사의 경우 168명(53%), 기관장은 159명(36%), 이사는 145명(13%)이었다고 밝혔다. 관료 출신은 기관장 257명(59%), 감사(39%), 이사(26%) 순으로 포진했고, 내부승진은 이사 670명(60%), 감사 23명(7%), 기관장 19명(4%)이었다.

송민섭 기자 20120416022149 [이슈&현장] 교과부 산하 10대 공공기관 임원 연봉 살펴보니 이명박 제17대 대통령 당선인이 2008년 2월 말 열린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해단식 참석을 위해 이경숙 인수위원장(왼쪽)과 함께 나란히 입장하고 있다. 국무총리와 18대 총선 비례대표 후보 등으로 거론되던 이경숙 위원장은 2009년 5월 한국장학재단 초대 이사장에 임명됐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img.segye.com/content/image/2012/04/16/20120416022149_0.jpg 1 9 09 6 저작자 표시 + 변경금지 N 20120416022132 [이슈&현장] 교과부 산하 10대 공공기관 임원 연봉 살펴보니 20120416164045 20120416222508 20120416180948 교육과학기술부 관련 10대 공공기관의 임원 평균 연봉은 다른 공공기관보다 다소 낮지만 직원들 평균 보수는 상대적으로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16일 공공기관 경영정보공개시스템 ‘알리오(www.alio.go.kr)’ 등에 따르면 지난해 교과부 관련 10대 공공기관 임원 평균 연봉은 1억1713만원이었다. 이는 2010년 1억2729만원보다 8%가량 낮아진 것으로, 지난해 기획재정부의 공공기관 경영평가에서 낮은 점수를 받았던 게 성과급 등에 반영된 결과로 보인다. 직원 평균 보수 역시 전년도 6176만원보다 4%가량 낮아진 5921만원이었다.기재부가 지난해 4월 공개한 286개 공공기관 기관장들의 2010년 평균 연봉은 1억5200만원이었고 직원 평균 보수는 5900만원이었다.이 가운데 임원 연봉이 가장 높은 교과부 관련 공공기관은 평생교육진흥원으로 1억2775만원이었다. 이어 한국연구재단(1억2621만원), 한국교육개발원(1억2601만원) 등이었다. 임원 연봉이 가장 낮은 곳은 1억145만원인 한국교육과정평가원으로, 평생교육진흥원과는 2630만원 정도 차이가 났다.직원 평균 보수가 상대적으로 높은 공공기관은 박사급 인력이 많은 곳이었다. 연구재단 직원 평균 연봉은 7581만원이었고, 교육개발원은 7579만원이었다. 은행권 출신이 많은 한국장학재단의 직원 평균 보수 역시 7144만원으로 높은 편이었다. 반면 행정직·기능직 직원 비율이 높은 한국사학진흥재단은 4019만원, 한국교육학술정보원은 4622만원에 그쳤다.전년도와 비교해 임원 연봉이 오른 곳은 5곳이었다. 장학재단의 2011년 임원 평균 연봉은 1억1646만원으로 전년에 비해 8% 올랐다. 연구재단과 동북아역사재단(1억1853만원), 한국사학진흥재단(1억1497만원) 등도 5%씩 올랐다. 임원 연봉이 가장 많이 깎인 곳은 한국과학창의재단으로, 전년도에 비해 29% 삭감된 1억1331만원이었다. 장학재단의 직원 보수는 전년도에 비해 21% 올랐는데, ‘준금융기관’으로 분류되는 올해 연봉은 더욱 오를 전망이다. 김희원 기자 azahoit@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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