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미신고 집회도 위험성 없을 땐 해산명령 못 내려"
미신고 집회라고 해도 공공질서에 명백한 위험이 없다면 해산명령에 응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처벌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박병대 대법관)는 삼성을 규탄하는 미신고 집회를 개최한 혐의(집회및시위에관한법률 위반)로 기소된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 회원 박모씨(35) 등 6명에 대한 상고심에서 유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일부 무죄 취지로 서울중앙지법 합의부에 돌려보냈다고 6일 밝혔다.
재판부는 "미신고 옥외집회 또는 시위는 공공의 안녕질서에 대한 직접적 위험이 명백하게 초래된 경우에 한해 해산을 명령할 수 있다"며 "이 요건이 갖춰진 경우에만 집시법상 해산명령 불응죄로 처벌할 수 있다고 봐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미신고라는 이유만으로 해산할 수 있는 것으로 해석한다면 사실상 집회의 사전신고제를 허가제처럼 운용하는 것과 다름없어 집회의 자유를 침해하게 되므로 부당하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박씨 등이 관할 경찰서장에게 사전신고를 하지 않고 집회를 주최한 부분은 원심과 같이 유죄로 봤다.
박씨 등은 2010년 3월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에서 근무하다 백혈병으로 숨진 노동자의 장례식장 앞에서 삼성을 규탄하는 팻말 등을 들고 행진을 벌이다 집시법 위반 혐의로 기소됐다. 1·2심 법원은 박씨 등에게 50만~70만원의 벌금형을 선고했다.
<유정인 기자 jeong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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