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폭력 후속대책 강행… “폭력 낙인 우려”

송현숙 기자

교육과학기술부가 일선 학교의 ‘일진’ 설문조사 결과를 공개한 뒤 잡음이 잇따르고 있지만 보완책은 마련하지 않고 후속대책을 강행키로 했다. 일선 학교에서는 “실태조사 자체가 부실한 통계로 신뢰도가 떨어지는 데다 이를 바탕으로 후속조치를 할 경우 특정 학교에 대한 ‘낙인찍기’가 우려된다”고 말했다.

22일 교과부의 학교폭력 실태조사 후속 업무 지침을 보면 실태조사를 근거로 다음달 중 각 시·도교육청별로 생활지도 특별지원학교(가칭)를 선정한다. 또 경찰청과 공조해 일진이 있다고 추정되는 학교를 ‘일진경보제 운영대상 학교’로 지정해 폭력서클 해체를 추진할 방침이다. 매년 상·하반기 연 2회 학교폭력 실태조사도 계속하기로 했다.

각 학교별 상황을 파악해 폭력을 예방하겠다는 취지다. 그러나 학교 현장에서는 “기준 자체가 잘못돼 왜곡된 결과가 나타날 것”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손충모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대변인은 “국가수준 학업성취도평가(일제고사)도 당초 취지는 학력부진 학생들을 지원하겠다는 것이었지만 학교별 서열이 매겨지면서 부작용이 속출했다”며 “이번에도 폭력학교 오명을 벗기 위해 학교 현장이 왜곡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그는 “각 학교들은 폭력실태가 낮게 나오도록 유도할 것이고, 교과부는 다음 조사에서 ‘학교폭력이 줄어들었다’며 숫자놀음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교과부는 23일 각 학교에 학교별 실태조사 결과보고서를 배포하기로 했다. 보고서에는 학교별 폭력 양상과 권고조치를 6개 유형별로 분류했다. 가령 가해·피해자 정보는 없으나 피해사실이 구체적으로 서술된 경우에는 자체 진상조사, 가해·피해자 정보 및 피해사실이 구체적으로 서술된 경우는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 개최를 권고하는 식이다.

각 학교는 이에 대한 조치 결과를 5월 중 교과부에 보고해야 한다.

박종철 따돌림사회연구모임 참여교사는 “각 학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치를 취한 것처럼 꾸미겠지만 피해·가해자가 명확지 않은 경우 학교입장에서는 처리방안이 막막할 것이다. 교과부의 입장은 무책임하다”고 말했다.

오석환 교과부 학교폭력근절추진단장은 “학교폭력에 대해 가장 잘 대처할 수 있는 곳이 지역과 학교”라면서 “구체적인 대책은 시·도교육청별로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교과부는 20일 학교폭력 실태조사 공개에 논란이 일자 이날 자정 무렵 보도자료를 내고 “피해응답률, 일진인식률을 공개 항목에서 제외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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