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과학기술부가 최근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개정으로 학생인권조례가 효력을 상실했다”며 일선 학교가 학생인권조례와 상관없이 학칙을 제·개정하도록 지도할 것을 전국 시·도교육청에 요구한 데 대해 진보 성향의 교육감들이 반기를 들고 나섰다.
곽노현 서울시교육감, 김상곤 경기도교육감, 장휘국 광주시교육감은 8일 공동성명을 내고 “교과부의 ‘인권조례 일부 조항 실효’ 주장은 법적 근거가 전혀 없는 것”이라며 “교과부는 학교 현장의 혼란을 더이상 조장하지 말라”고 밝혔다.
경기도는 2010년 10월, 광주시와 서울시는 지난 1월 학생인권조례를 공포했다. 하지만 교과부는 서울학생인권조례에 대해 대법원에 조례무효 확인 소송을 내는 등 인권조례 흔들기를 계속해 왔다. 지난 3월에는 학교장이 지도·감독기관(교육청)의 인가 없이 학칙을 제·개정할 수 있도록 초·중등교육법을 개정했고, 지난 4월에는 ‘△두발·복장 등 용모 △교육 목적상 필요한 소지품 검사 △휴대전화 등 전자기기 사용에 관한 사항을 학칙에 필수로 기재’하고, ‘학칙 제·개정 때 학생뿐만 아니라 학부모와 교원의 의견을 들어야 한다’고 규정한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개정 작업도 마쳤다. 교과부는 이에 따라 ‘두발과 복장 등을 규제할 수 없다’고 규정한 학생인권조례가 효력을 잃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세 교육감은 교과부의 주장이 되레 법적 근거가 없다고 반박했다. 이들은 이날 성명서에서 “개정된 시행령은 학칙의 제·개정 절차와 기재 사항을 형식적으로 규정하고 있을 뿐이고, 인권조례는 그 내용의 한계를 정하고 있는 것이므로 서로 배치되는 내용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시행령은 두발 등의 내용을 학칙에 반드시 기재하라고 했을 뿐 ‘규제하라’고 적시한 것이 아니므로 학칙보다 상위법인 조례는 여전히 유효하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박수진 이재훈 기자 jin21@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