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하! 센터’와 손잡고 진행
지난 25일 영등포 도신초등학교에 ‘해피버스’가 찾아왔다. ‘아하! 청소년 성문화센터’가 운영하는 해피버스는 각종 성교육 도서와 비디오·교육 도구들을 갖춘 체험형 교육용 차량이다.
‘해피버스’에 올라탄 초등학교 5학년 남학생들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버스 위에 놓인 여성과 남성의 성기 모형, 실제 사람 같은 아기 인형을 만져 보고는 쑥스러움을 감추려는 듯 킥킥대고 웃는다. 임신 체험복을 입어본 한 친구가 뒤뚱거리며 일어나자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박장대소를 하기도 했다.
“어? 선생님. 이 사람들 옷을 안 입고 있어요.” 버스 안에 그려진 그림을 보며 한 학생이 손을 번쩍 들었다. “아까 선생님이 아기는 정자와 난자가 만나서 생긴다고 했죠? 지금 정자와 난자가 만나고 있는 중인 거예요.” 성교육 강사가 설명하자 다른 남학생이 큰 소리로 말을 가로챈다. “그거 시옷시옷(ㅅㅅ: 섹스를 일컫는 인터넷 은어)인데. 시옷시옷.”
운동장에 세워진 ‘해피버스’ 안에서는 성교육도 이뤄졌다. 전대실 도신초 교장은 “요즘은 발육이 빨라 아이들이 이르면 초등 4~5학년 때부터 월경과 몽정을 시작한다”며 “특히 인터넷과 스마트폰 등을 통해 음란물을 쉽게 접할 수 있는 데다 최근 아동을 대상으로 한 성폭행 사건이 늘어나, 체계적이고 실용적인 아동 성교육이 절실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해피버스 성교육 프로그램에는 단순히 신체적 변화에 따른 성지식뿐 아니라 성폭력 위기상황에서 대처하는 방법, 음란물 대처 방법 등에 대한 내용도 포함된다.
김순영 아하센터 성교육 강사는 “특히 요새는 놀이나 장난의 형태로 또래 성폭력이 빈번히 발생해 이를 예방하는 교육에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부러 몸을 부딪치거나 만지고 도망치기, 화장실 훔쳐보기, 치마 들추기, 다른 친구에게 음란물 보여주기, 친하게 지내는 친구 관계를 “연애한다”며 공개적으로 놀리기 등은 아이들이 미처 깨닫지 못한 채 반복하는 또래 성폭력의 일종이라고 김 강사는 말했다.
이날 수업을 들은 박준형군(11)은 “신기한 모형이나 그림도 보고, 임신 체험복도 입어볼 수 있어서 재밌었다”며 “똥침이나 여자애들을 놀리는 장난은 좀 더 조심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영등포구 관계자는 “학교 보건교사의 성교육 수업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맞벌이 부부가 늘고 주5일제 수업으로 전환됨에 따라, 외부 전문가들로 구성된 성교육 프로그램에 대한 일선 학교의 요구가 늘고 있다”며 “내년부터는 관내 학교 전체로 해피버스 교육을 확대하는 방안을 타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영등포구는 관내 초등학교 5곳과 지역아동센터 10곳에 찾아가는 성교육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해피버스 예산을 지원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