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각 시·도교육청‘초·중등교육법 시행령 개정안’ 반발
교육과학기술부가 적정 규모의 학급 수 등을 규정하는 내용의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일부 개정령안’을 입법예고하자 각 시·도교육청은 물론 교육 관련 단체의 반발이 확산되고 있다. 개정안대로 하면 농산어촌지역 학교의 절반 이상이 문을 닫게 된다는 것이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과 참교육학부모회 등 경북지역 9개 단체로 이뤄진 ‘경북교육연대’는 30일 경북도교육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개정안은 농어촌 교육 황폐화와 공동체 붕괴를 부추기는 것”이라며 개정안 폐기를 촉구했다.
경북교육연대는 “개정안대로 하면 경북의 전체 1019개 학교 가운데 53.6%인 546개교가, 특히 면지역에선 90.5%가 폐교 대상이 돼 경북교육이 황폐화될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고 밝혔다.

전교조 등 경북지역 9개 단체로 이뤄진 ‘경북교육연대’ 관계자들이 30일 경북도교육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농어촌 학교를 폐교로 내몰게 된다”며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개정을 중단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최슬기 기자 skchoi@kyunghyang.com
교육과학기술부는 지난 17일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일부 개정령안’을 입법예고했다. 개정안에는 각 학교의 학급 수와 학급당 학생 수 ‘최소 적정 규모 기준’ 조항을 신설, 초·중학교 6학급, 고교 9학급, 학급당 학생 수는 20명 이상으로 명시했다.
또 소규모 학교의 통학구역을 인근 적정 규모 학교 통학구역에 포함해 학교 선택권을 확대하고 초등학교 전학 절차를 간소화하는 내용 등을 담고 있다.
경북교육연대는 “시행령 기준에 못 미치는 학교는 비정상적인 것처럼 학부모에게 인식시켜 다른 적정 규모의 학교로 전학하도록 유혹하는 꼼수를 부리는 것”이라고 반발했다.
경북도교육청도 지난 25일 교과부에 반대 의견을 냈다. 전체 학생 수는 감소하는데도 학교 쏠림현상이 심각해져 큰(선호) 학교는 시설 투자를 계속해야 하는 불균형을 초래하고 시·도교육감의 자율성을 제한한다고 지적했다.
김상곤 경기도교육감도 이날 “개정령안은 농산어촌과 옛 도심지 소규모 학교의 교육환경을 악화시키고 교육자치를 침해한다”고 주장했다. 김 교육감은 또 “소규모 학교 통폐합에 따른 경제적 이익보다 교육의 균형 발전과 재학·취학 예정 학생의 교육권 보호를 최우선하는 방향에서 시행령을 개정할 것을 교과부에 건의한다”고 밝혔다.
박준영 전남도지사도 “개정안은 오지·낙도·농어촌 학교의 폐쇄를 의미하는 것으로 교육 대상자들의 권리를 박탈하는 것과 같다”며 시행령 개정을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개정안대로 시행되면 전남에서는 전체 학교의 63.9%인 531개교가 통폐합 대상이 된다.
경북도교육청 관계자는 “개정안과 관련해 16개 시·도교육청은 물론 교육 관련 단체들도 보수·진보 가릴 것 없이 모두 반대하고 있다”며 “농어촌을 황폐화시키는 개정안이 그대로 확정돼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교과부 관계자는 “시·도교육청 별로 정하고 있는 학급당 학생 수 등이 들쭉날죽해 기준안을 제시한 것이고 적용 여부 등도 시·도교육청이 결정하도록 해 학교 통폐합과는 관련이 없는데 오해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교과부는 입법예고 마지막 날인 이날까지 들어온 의견을 검토, 논의한 뒤 법제처 법령 심의 등 이후 개정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