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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26일 전국의 모든 초등학교 6학년, 중학교 3학년, 고등학교 2학년을 대상으로 일제히 시행될 국가 수준 학업성취도평가(일제고사)를 앞두고 인천지역 학교들의 비교육적인 행태가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초등학교에서는 학생들에게 '0교시'를 강제로 시키고 중·고등학교에서는 성적 향상이나 우수 학생에게 놀이동산 자유이용권이나 문화상품권을 지급할 계획을 세우는 일(관련기사 : '놀이동산 자유이용권' 미끼로...학교 맞아?)이 계속 발생하고 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인천지부와 참교육을위한전국학부모회 인천지부, 일제고사 반대 인천학부모모임, 인천 구별 교육희망네트워크는 초등학교 57개교과 중·고등학교 40개교에 대한 '일제고사 대비 교육과정운영 파행 운영 사례'를 발표할 계획이다. 초등학교 사례는 지난 11일 발표됐으며, 중·고등학교 사례는 6월 19일 발표된다.

인천 초등학교 73.6%가 일제고사 대비 모의고사

교과학습 진단평가(일제고사)가 실시된 지난 2009년 3월 31일 한 중학교에서 학생들이 시험문제를 풀고 있다.(자료사진)
 교과학습 진단평가(일제고사)가 실시된 지난 2009년 3월 31일 한 중학교에서 학생들이 시험문제를 풀고 있다.(자료사진)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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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사 결과를 보면, 초등학교는 일제고사를 보는 6학년을 대상으로 0교시나 1교시 시작 전 시간을 이용, 일제고사 대비 문제풀이를 시키는 것으로 드러났다.

조사 초등학교 중 17개교(29.8%)는 정규수업 시간 30분 전에 일제고사 대비 문제풀이를 시켰으며 대놓고 0교시를 진행하는 학교도 7개교(12.2%)에 달했다.

정규교육과정에 없는 7교시 수업을 강행하는 학교도 8개교(14%)으로 조사됐고, 일제고사에 대비해 '진도를 빨리 나가고, 남은 교과 시간에 문제 풀이 수업'을 하는 학교는 21개교(22.3%)이나 있었다. 일제고사 대비 모의고사를 보는 학교는 42개교(73.6%)였다.

계양구의 ㄱ초교는 매일 학교 관리자가 교실을 돌며 아침 활동시간(정규수업 이전 시간)에 문제집을 풀고 있는지 점검하고, 관리자가 '담임 재량으로 체육시간을 운영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해 사실상 체육시간에 암묵적으로 공부할 것을 지시한 것으로 파악됐다.

남동구의 ㄴ초교는 일제고사를 대비해 모의고사를 7회에 걸쳐 볼 예정이며, 모의고사로 인해 일제고사 때까지 예체능 수업이 파행 운영되고 있다고 조사됐다. 또한 이 학교의 국어·수학 수업은 질 저하가 초래되고 있다고 한다.

성적 향상되면 과목별로 5000원씩

중·고등학교는 성적 향상이나 우수 학생, 우수반에게 상품권이나 돈을 지급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조사 결과, 중·고등학교 15곳에서는 놀이동산 자유이용권이나 문화상품권을 지급할 계획이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6개교에서는 놀이동산 자유이용권이나 문화상품권 이외의 포상 계획을 세우고 있었으며, 11개교는 성적 우수 학급에도 상품권이나 현금 등의 포상 계획이 있었다.

남동구의 ㄷ중학교는 일제고사 1등을 한 학급의 학생 전원을 패밀리 레스토랑에 보내 줄 계획이다.

연수구의 ㄹ중학교는 5~6월 중 일제고사 대비 모의고사를 4회에 걸쳐 실시할 계획을 세운 것으로 드러났다. 이 학교는 일제고사 성적을 전년도 성적과 비교해 성적이 오르면 과목별로 5000원씩 지급할 방침을 세웠다. 이 학교는 일제고사 성적 1등 반에는 15만 원, 2등 10만 원, 3등 7만 원의 현금도 지급한다.

서구의 ㅁ고교는 교사에게 일제고사 관련 보충수업 수당을 주기 어려우니 변칙으로 '숙제 검사 담임 수당'을 신설해 수당을 지급할 방침이다.

이밖에 시교육청과 지역교육지원청의 담당장학사가 '학력 컨설팅' 명목으로 학교를 방문해 일제고사 성적 올리기를 압박하거나 교육과정 파행을 조장하는 발언이 있었다는 사례도 다수 조사됐다.

"현장서 '수업 좀 했으면 좋겠다'는 말 나와"

임병조 전교조 인천지부장은 "일제고사로 인한 교육과정 파행이 올해도 학교 교육을 파탄으로 몰아가고 있다"며 "그럼에도 인천시교육청은 책임을 방기하거나 오히려 파행을 조장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초등학교 6학년 학생들 사이에서는 '문제풀이는 이제 그만, 수업 좀 했으면 좋겠다'는 원성이 터져 나오고 있다"며 "인천시교육청이 시민들 앞에서 망신당하지 않으려면 파행 사례에 대한 전수 조사를 실시하고, 교육과정을 정상화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임 지부장은 "인천시민들은 인천시교육청이 이명박 정부의 무한경쟁교육 충실한 대변자가 아니라 인천시민의 뜻을 받드는 진정한 교육청이 되길 바라고 있다"며 "무한경쟁 교육의 대표적 사례인 일제고사를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인천시교육청 학력증진팀 담당 장학사는 "6월 18일 교육과학기술부에서 조사를 나올 예정"이라며 "지난 11일 각 학교에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 관련 교육과정 운영을 정상화하라는 공문을 발송했다"고 밝혔다. 이어 "파행 사례가 있으면 그에 맞게 시정 조치를 할 것"이라고 답했다.

한편, 일제고사를 반대하는 단체들은 일제고사를 반대하는 시민들과 함께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가 열리는 6월 26일 인천지역 각 학교에서 1인 시위를 진행할 예정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부평신문(http://bpnews.kr)에도 실릴 예정입니다.



태그:#일제고사, #전교조 인천지부, #인천시교육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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