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교육일반

‘쓰레기 급식’ 원인제공하고 남탓하는 정부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2.05.23 17:52

수정 2012.05.23 17:52

경남도의회 공윤권 도의원(민주통합당·김해)은 지난 17일 경남 김해 지역에서 학교급식 식자재들이 낙엽 등 쓰레기와 함께 지저분한 맨바닥에 밤새 놓여있거나, 냉장·냉동 제품이 상온에서 방치되고 있는 현장을 공개했다. /공윤권 도의원 제공
경남도의회 공윤권 도의원(민주통합당·김해)은 지난 17일 경남 김해 지역에서 학교급식 식자재들이 낙엽 등 쓰레기와 함께 지저분한 맨바닥에 밤새 놓여있거나, 냉장·냉동 제품이 상온에서 방치되고 있는 현장을 공개했다. /공윤권 도의원 제공

부실 학교급식 지적에도 정부는 학교탓만

#1. 서울 은평구 A 초등학교에서는 최근 학교급식의 질이 급격히 떨어지자 학부모들의 항의가 이어졌다. 학교 측이 급식의 질이 떨어진 것을 문제 삼아 영양사를 식당 근무에서 제외하자 학부모들이 이 영양사의 복귀를 학교 측에 강력히 요청하는 일이 벌어졌다.

최근 일선 학교에서 '쓰레기 식자재 유통' 논란이 가중되고 있는 가운데 저질 급식에 대한 학부모들의 불만이 커지자 그동안 미온적 태도를 보여온 정부 일부 부처에서 관련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특히 파이낸셜뉴스가 "최근 정부 운영 전자조달시스템인 '나라장터(G2B)'를 통한 식자재 조달이 저질 식자재업체들의 진입을 제대로 막지 못하는 데 있다"고 지적하는 내용의 보도를 한 뒤 행정안전부는 저질급식 식자재 업체들의 진입을 차단하는 내용의 개선안을 내놓는 등 대책 마련에 잰걸음을 하고 있다.

행안부는 이 개선안에서 "지금까지 학교급식에서 위생이나 원산지 위반 업체를 해당 자치단체 홈페이지에만 공개했지만 앞으로는 시.도교육청 홈페이지에도 명단을 공개해 재계약 등에 불이익을 주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다른 관련 부처들은 여전히 개선안에 미온적 태도를 보여 비난을 사고 있다.

■'부실 급식'원인은 부실 식자재

교육과학기술부는 지난 2010년부터 조달청의 '나라장터' 또는 농수산식품유통공사의 '학교급식 전자조달시스템(eaT)'과 같은 온라인 거래 사이트에서 학교 급식용 식자재를 구매토록 일선 학교에 권고해왔다. 식자재 조달의 투명성을 높인다는 취지였다. 하지만 정부가 권고한 '나라장터'에 등록된 식자재 업체 중 부실 업체가 적지 않았다. 이는 서울 및 인천시교육청의 조사 결과에서도 밝혀졌다. 인천시교육청 학교급식팀 관계자는 "국가 기관의 허가를 맡은 모든 식자재 납품 업체들이 다 좋으면 좋겠는데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면서 "(전자거래에 참여하는 업체들이) 영업허가나 일정 수준만 넘기면 법적 조건에 문제가 없도록 쉽게 진출할 수 있게 한 것이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또 가격경쟁 위주로 식자재 업체를 선정하다 보니 식자재의 질적 수준이 떨어질 수밖에 없게 됐다.

하지만 개선방안을 먼저 내놓아 할 조달청은 이 같은 문제점에 대해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또 저질 학교급식 식자재 문제를 직접 해결해야 할 교과부와 각 시·도교육청은 학부모들에게 식자재 업체의 감시를 떠넘기기까지 하고 있는 형국이다.

오히려 일부 부처 기관에선 정부 전자조달시스템이 학교 식자재 구매의 담합을 없애고 국산 유기농 농산물의 유통을 활성화한다는 장점만 홍보하는 데 급급하고 있다. 저질 업체를 거르지 않은 채 쉽게 전자조달시스템에 참여하도록 돼 있는 단점 등에 대해선 나몰라라 식이다. 학교급식 문제에 대해 미지근한 태도를 보여온 정부가 교과부, 국무총리실, 행정안전부, 시교육청 등 유관 부처를 중심으로 문제 파악에 적극 나서는 듯했지만 부처 간 책임 떠넘기기나 방관자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

조달청 관계자는 "전자조달시스템에 문제가 없다"며 학교급식 부실화와 무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또 서울시교육청 급식 담당자는 "전자조달시스템을 통한 부실 학교급식 식자재 구입 개선안을 두고 논의했지만 확정된 것은 없다"고 밝혔다. 이들은 식자재 선정 업체에 대한 최종 책임을 학교 측으로 떠미는 양상이다.

■학교 급식 부실화 감사원 나서야

정부의 부처 간 나몰라라식 행태 속에서 '쓰레기 학교급식' 문제는 더욱 확대되는 모습이다. 인천지역 420여개 학교의 운영위원회가 참여한 인천시학교운영위원연합회는 지난 1월 20일부터 2월 24일까지 시교육청에 등록된 125개 급식업체에 대해 현장 실사를 벌인 결과 절반이 넘는 식자재 공급업체의 위생상태가 불량으로 나타나는 등 부실한 것을 확인했다.

경남도의회 공윤권 의원(민주통합당.김해)은 지난 17일 경남 김해지역의 학교급식 식자재 유통 현장에서 식자재들이 낙엽 등 쓰레기와 함께 지저분한 맨바닥에 밤새 놓여있거나 냉장.냉동 제품이 상온에서 방치된 것을 고발해 시민들에게 충격을 줬다.

정부가 운영하는 학교급식 조달시스템에 대한 감사원의 전면적인 감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교육청 관계자는 "학교급식의 경우 학생들의 먹거리가 된다는 점에서 다른 조달 구매 품목과는 달리 상표나 질의 수준 등을 특정화하도록 하고 식자재 업체에 대한 관리 감독을 정부가 직접 나서서 해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어려운 점이 많다"고 밝혔다.

rainman@fnnews.com 김경수기자

실시간핫클릭 이슈

많이 본 뉴스

한 컷 뉴스

헉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