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발성 결여된 학습노동… 배움을 고통으로 만들어”

송현숙 기자

부모·교사·학생들이 모두 힘겨워하는 교육문제. 교육이 원래 이렇게 고통스러운 과정일까.

교육전문가들은 “교육은 본질적으로 기쁘고 즐거운 과정”이라며 “우리나라에서 유독 고통으로 왜곡되어 있다”고 말했다. 이들은 “성공의 수단이 아닌 참다운 배움으로 교육의 즐거움을 회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삶과 유리된 공부도 바뀌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현병호 교육잡지 ‘민들레’ 발행인은 “현재의 교육이 정작 잘 사는 데 필요한 힘을 키워주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나를 읽고 세상을 읽는 힘, 세상과 소통할 수 있는 힘이 현씨가 강조하는 3가지 힘이다. 대다수의 아이들이 시험문제 풀이하느라 놓치고 있는 진짜 실력이다. 그는 “아이들이 스스로 자기 시간을 쓸 수 있는 여지가 없다. 우리 사회에서는 10대의 삶을 인정하지 않는다”며 “자기 나이에 어울리는 삶을 직접 살 수 있는 기회를 줘야 한다”고 말했다.

고전평론가 고미숙씨는 “아프리카에서는 굶주림 속에서도 학교에 가는 것이 희망일 정도로 공부가 보편적이고 즐거운 욕망”이라며 “우리는 먹고사는 것이 어느 정도 해결됐는데도 공부는 더 힘들어졌다. 크게 잘못됐다”고 말했다. 고씨는 “학교에서 아이들은 공부의 즐거움을 느끼기는커녕 점점 공부와 멀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교사도 공부에 대한 열정이 없고, 부모도 대학 갈 때까지만 참으라고 한다. 아이들은 하루 12시간씩 학습노동을 하며 비몽사몽인 상태로 앉아 있는 상황에서 진정한 공부는 요원하다”고 말했다. 그는 “동아리 활동에서 함께 배우는 경험 등을 통해 아이들 스스로 성적을 벗어난 공부가 재미있다는 것을 몸으로 느끼고 자발성을 끌어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고교 교사 출신인 숭실대 백병부 교수(교육학과)는 “배움이 가장 잘 일어나기 위한 요건이 자발성인데, 우리나라는 타율적인 교육에 지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왜 공부하는지 어디로 가는지 알지 못하는 상태에서 공부가 즐거울 리 없다고 덧붙였다. 그는 특히 “대부분의 나라에서는 학생들이 절대적인 기준에 의해 자기 스스로와 경쟁을 한다. 서열화된 성적표를 나눠주는 나라는 우리나라와 일본 정도뿐”이라고 말했다.

백 교수는 독일에서 10년간 살다가 고1 때 한국에 온 한 학생의 사례를 소개했다. 이 학생은 한국 고등학교에서 성적표의 등수를 보고 놀랐고, 등수 이외에는 어떤 점이 부족하고 어떤 점을 잘하는지 등 다른 정보가 하나도 없다는 점에 한번 더 놀랐다고 했다. 백 교수는 “독일에선 모든 가족이 저녁마다 한 시간씩 책을 읽었고, 학교와 집에서도 일상적으로 글쓰기를 했던 기억이 많이 남는데, 한국에선 뭘 배웠는지 모르는 채 대입에 올인하면서 그냥 3년이 지나갔다는 이 학생의 얘길 들으면서 소모적인 우리 교육의 현실을 말하는 것 같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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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고래가 그랬어 공동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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