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여행 등으로 전세버스 수요가 폭증하는 봄철 성수기에는 ‘무자격 운전자’와 ‘불량·노후 버스’로 인해 전세버스의 사고 위험성이 부쩍 커지는 것으로 드러났다.

20일 교통안전공단에 확인한 결과, 이날 현재 등록된 전세버스는 모두 3만9825대이지만, 이들 버스를 운전할 수 있는 등록 운전자는 3만5774명에 그쳤다. 등록 버스의 10%에 해당하는 4051대에 배치될 등록 운전자가 부족한 것이다.

이때문에 전세버스 가동률이 95~100%에 이르는 봄·가을 성수기에는 교통안전공단에 등록되지 않은 ‘무자격 운전자’가 전세버스를 몰게 되는 일이 생긴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증언이다. 교통안전공단에 전세버스 운전자로 등록하려면 ‘운전적성 정밀검사’를 통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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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안전공단 관계자는 “보유하고 있는 모든 전세버스를 운행하게 되는 성수기에는 각 운수회사가 보유 버스 숫자만큼의 적격 운전자를 구하지 못하는 일이 생긴다”며 “수치로 보자면, 등록 전세버스의 10% 정도 차량에 운전적성 정밀검사를 받지 않은 무자격 운전자를 투입해 운행할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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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교통안전공단은 지난 1~4월 전국 4534개 초·중·고교로부터 전세버스 운전자 4만9112명의 운전 적격 여부 문의를 받아 조회한 결과, 998명(2.0%)의 부적격 운전자를 적발했다. 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버스도 조회 차량 2만2216대 가운데 257대(1.2%)로 집계됐다.

실제로는 이보다 더 많은 부적격 운전자와 무보험 전세버스가 수학여행에 투입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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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안전공단은 지난 2010년부터 각급 학교의 요청이 있을 경우, 전세버스 운전자의 자격, 차량 보험 가입 및 안전점검 여부, 연식 등 정보를 수집해 제공하고 있다. 그런데 이 서비스를 이용한 학교는 지난해 기준 전국 1만1472개 초·중·고교 가운데 절반에 못 미치는 4519곳이었다.

서울의 한 고등학교 관계자는 “교통안전공단에 미리 조회를 하려 해도 출발 당일까지 버스가 확정되지 않는 경우가 있어 현실적으로 이용하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여행사의 비협조로 인해 적정한 운전자와 차량이 제공되는지 사전에 파악하기가 어렵다는 이야기다.

학교와 여행사의 협의 과정에서도 문제가 발생한다. 서울의 한 고등학교 교사는 “지난 2010년 수학여행 때 연식 5년 이하 버스를 대여해줄 것을 여행사에 요청했지만 막상 당일에 온 차 가운데 1대가 낡아보여 차량등록증을 보여달라고 했는데 운전자가 끝까지 거부해 몸싸움이 일어날 뻔했다”고 말했다.

안전성이 검증된 신형 차량을 운행하기로 해놓고 “차량에 문제가 생겨 정비소에 들어가게 되어 어쩔 수 없다”며 뒤늦게 노후 차량을 몰고 오는 일도 잦다는 게 일선 교사들의 증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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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후 차량은 정비 불량 및 대형 사고와 연결된다. 지난 18일 강원 양구군에서 발생한 수학여행 버스 추락 사고의 원인도 브레이크 고장으로 추정되고 있다.

전세버스 대여는 성수기와 비수기 수요 차이가 큰 대표적 업종이다. 업계 관계자는 “모든 운전자를 회사에서 고용할 수 없어 영세업체들은 대체로 버스 대수의 절반만 상시채용하고, 바쁠 땐 대형면허 소지자를 알음알음으로 구한다”고 말했다.

전세버스 운행이 많은 제주도의 한 경찰 관계자도 “기사들이 부족해 대형면허 소지자를 임시로 고용하다 적발되는 사례가 종종 있다”고 말했다.

성수기에는 전세버스 운전자가 음주운전을 하는 사례도 많다. 지난달 25일 충남 천안에서 현장학습을 떠나는 초등학생들을 태우려던 버스 운전자가 출발 전 만취상태인 혈중알콜농도 0.103%(면허취소에 해당)로 적발됐다. 경찰청이 지난 4월부터 ‘관광버스 음주운전 전국 일제점검’을 실시한 결과 적발된 주요 사례 12건을 지난 7일 발표했다. 이 중 10건이 초·중·고 현장학습·수학여행 버스였다.

이경미 이정국 기자 kmle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