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고사로 저희를 평가하는 게 너무 싫어요.”

26일 오전 11시 서울 북촌 동양문화박물관. 서울 ㅈ초등학교 6학년 박아무개(12)군이 부채를 만들며 또박또박 말했다. 전국 1만1144개 초·중·고교에서 초등학교 6학년, 중학교 3학년, 고등학교 2학년 176만여명이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일제고사)를 치르던 시간이었다.

이날 서울·인천 등에 사는 초등학교 6학년 10여명은 일제고사 대신 북촌한옥마을에서 부채 만들기, 북촌8경 탐방 등을 하는 체험학습을 선택했다. 박군은 “일제고사를 전국적으로 치르면 돈이 많이 든다는데, 그걸로 맛있는 급식을 주거나 어려운 아이들을 도와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박군은 일제고사를 치르기 한달 전부터 학교에서 내준 일제고사 대비 문제풀이 숙제도 거부했다. 대신 한달 동안 매일 방과후에 교실 청소를 해야 했다. “일제고사 대비 숙제를 하는 게 우스웠어요. 그래도 다른 숙제는 잘해요.”

광고

체험학습에 참가한 학생들은 학교에서 일제고사 대비를 위해 공부시키는 방식이 힘들다고 말했다. 인천 ㄷ초등학교 6학년 장아무개(12)양은 “원래 등교시간은 아침 8시40분인데, 한달 전부터 20분 더 일찍 와서 일제고사 기출문제 등을 내주고 풀게 했다”며 “아침에 일찍 일어나야 해서 피곤했다”고 말했다. 인천 ㅎ초등학교 6학년 허아무개(12)양도 “7월6일에 기말고사를 보는데, 학교에서 일제고사 대비 모의고사도 두번이나 치르게 하니 압박감이 들었다”고 말했다.

한편 교육과학기술부는 이날 전국적으로 131명(전북 제외)이 체험학습을 가거나 등교 뒤 대체학습을 하는 등 일제고사를 거부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밝혔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과 평등교육 실현을 위한 전국학부모회 등 교육운동 단체는 이날 오전 전국 학교 2300여곳 앞에서 일제고사 폐지를 요구하는 1인시위를 했다.

박수진 이재훈 기자 jin21@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