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학교 금전 보상까지 ‘교육 파괴’
26일 일제고사가 치러진 인천 남동구 간석3동 상인천중학교.
오후 4시30분 시험을 마친 학생들의 불만이 터져 나왔다. 이 학교 3학년 이모군(16)은 “오늘 일제고사를 위해 한 달 전부터 아침 자율학습시간마다 문제풀이를 되풀이했다”며 “시험이 끝나 문제풀이에서 해방돼 다행”이라고 말했다. 옆에 있던 김모군(16)도 “일제고사는 선생님들과 학교를 위한 시험”이라며 “하루 종일 문제풀이만 하는 학교는 싫다”고 덧붙였다. 정모군(16)은 “성적 미달학생들은 2학기부터 3개월 동안 수업이 끝난 오후 4시부터 6시까지 200시간 동안 따로 공부를 해야 한답니다. 이렇게까지 경쟁시킬 필요가 있나요”라고 반문했다.

서울 서대문구 미동초등학교 6학년 학생들이 26일 전국에서 치러진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 문제를 풀고 있다. | 권호욱 선임기자
인천지역 대부분의 학교들은 일제고사에 대비해 자율학습시간과 점심시간 등 활용할 수 있는 모든 시간에 문제풀이를 반복했다. 일부 학교는 정규수업시간에도 시험문제 풀이를 하는 등 일제고사 과열양상을 보였다. 문제풀이는 그나마 나은 편이다.
일부 학교들은 경쟁적으로 상품과 금전적 보상까지 내걸고 학생들을 부추겼다.
강화중학교는 만점을 받으면 과목당 문화상품권 5000원짜리를 주고, 모두 만점이면 5만원권을 준다고 공표했다. 논곡중학교는 우수학급에 20만원 상품권, 부일중학교는 미달 학생이 없는 학급에 상금 20만원을 지급하기로 했다.
연화중학교는 등수 순으로 성적우수학생 70명에게 1만원 상품권을 주고 심지어 신송중학교는 자전거까지 경품으로 내놨다. 학생들을 경쟁의 대상으로 만들고 성적을 돈과 바꾸는 교육이 된 것이다.
이에 일부 학생들은 “우리가 무슨 상품인가요. 성적 좋은 애들은 상을 주고, 미달한 애들에게는 벌을 주는 것은 이젠 없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학생은 “공부를 못 하고, 시험도 못 보면 선생님이 사람 취급도 안한다”고 독백했다. 전교조 인천지부는 “일제고사는 학교와 학생의 서열화를 조장해 정상적인 교육을 파괴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