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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도 세리머니와 IOC 제재, 어느 쪽이 '정치적'?

전문가들 "IOC의 박종우 메달보류, 과도한 결정"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축구대표팀 박종우 선수의 독도 세리머니를 '정치적 시위'로 문제삼으며 메달을 보류한 것을 두고 다양한 분석과 평가가 나오고 있다.

독도 세리머니와 관련해서는 한일관계를 자극하는 부적절한 행동이었단 평가와 '독도는 한국 땅'이란 피켓 구호는 정치적 시위가 아니라는 평가가 엇갈린다. 또 IOC의 메달보류 판단은 "과도했다"는 주장과 함께 IOC가 내세우고 있는 '올림픽에서의 정치시위 금지' 조항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에 대해서도 논란이 확산될 조짐이다. 대한체육회와 대한축구협회 등 한국이 향후에 IOC를 상대로 어떤 대응을 해나갈 것인지에 대해서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독도세리머니로 인한 메달 보류사태를 분석하며 "여러 맥락을 동시에 고려해야 하는 복잡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선수의 미숙한 액션과 IOC의 과도한 제재의 합작품

박종우는 지난 10일(현지시간) 열린 올림픽 남자 축구 3‧4위전에서 2대 0으로 한국이 승리한 후 '독도는 우리 땅'이라는 피켓을 들고 그라운드를 달렸다. 해당 피켓은 한국 응원석에서 관중이 경기장을 향해 던진 것으로 알려졌다. IOC는 박종우의 '독도 세리머니'가 '광고·시위·선전'과 관련된 조항에서 "어떤 종류의 시위나 정치적, 종교적, 또는 인종차별적 선전도 금지한다"고 명시한 올림픽 헌장 50조 3항을 어겼다며 메달 수여를 보류해놓은 상태다.

한준희 스포츠 해설가는 12일 <프레시안>과의 통화에서 "박종우 선수는 피켓을 들며 정치적인 시위가 아니라 그저 (독도가 한국 땅이라는) 엄연한 사실을 국제사회에 확인시키는 계기로 생각했을 것"이라며 또 "박 선수가 IOC의 정치시위금지 조항에 대해서 사전에 얼마큼 알고 있었는지도 의문"이라고 밝혔다.

반면 이동연 한국예술종합대학 교수는 "독도 세리머니는 정치적 시위가 맞다"고 평가했다. 이 교수는 "하지만 이 정도는 선수들의 '말할 권리'로 보아야 한다"며 IOC의 메달 보류가 과한 결정이란 입장을 밝혔다. 이 교수는 "만약 박 선수가 든 피켓에 "일본 원숭이들"이라고 적혀 있었다면, 심각한 인종차별적 발언으로 IOC의 제재가 합당할 수 있다"며 "독도 세리머니는 나치즘 지지발언이나 성차별적 발언과 같은 정치구호와는 차원이 다르다"고 지적했다.

▲ 0일(현지시각) 영국 웨일스 카디프의 밀레니엄스타디움에서 열린 런던올림픽 축구 동메달결정전 한국-일본 경기에서 선수들이 구자철의 두번째 골 직후 만세삼창하고 있다. ⓒ연합뉴스

<프레시안>에서 객원기자로 활동하고 있는 이종성 씨(드몽포르대 박사)는 독도 세리머니를 "다소 미숙한 행동이었다"고 평가했다. 이 기자는 "구자철 선수가 두 번째 골을 넣은 이후에 만세삼창보다 더 수위가 높은 세리머니가 기획되어 있었으나, 논의 끝에 선수들이 만세삼창 정도의 수준에서 세리머니를 하기로 합의했었단 보도가 있었다"며 "이런 합의가 있었음에도, 경기 이후 박 선수가 피켓을 든 것은 승리감에 도취되어 나온 다소 우발적이고 미숙한 행동인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객원기자는 "선수들이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주체적으로 발화하는 분위기가 생겼다는 점은 긍정적으로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과거의 국가대표 선수들을 보면 억압적 분위기 속에서 할 말을 다 못하고, 경기에서 억울하게 패해도 죄인처럼 행동해야 할 때가 많았다. 그런데 최근들어 선수들 사이에서 주체적 의사표시가 늘고 있어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정치시위 금지' 조항, "더러운 호수에서 연꽃이 피길 바라나"

"어떤 종류의 정치적 시위도 금지한다"는 IOC 조항에 대해서는 '이율배반적'이라는 지적도 이어졌다.

이 기자는 "IOC의 '정치시위 금지' 조항은 역설적인 면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올림픽에는 국가주의적, 민족주의적 색채가 녹아있다는 사실을 부정할 수 없다"며 "IOC의 정치시위 금지 조항은 정치적 이벤트일 수밖에 없는 올림픽을 유지하기 위해 만든 자구책"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올림픽이 정치와 상관없는 순수한 스포츠 장이길 바라는 것은 더러운 호수에서 연꽃이 피기를 바라는 것과 같다"고 비유했다.

이동연 교수 역시 "정치시위금지 조항을 만든 IOC 자체가 사실 매우 정치적이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IOC가 올림픽을 탈정치적인 공간으로 만들고 싶었다면 한일관계의 특수성, 특히 독도 사안의 예민함 등을 고려해 '독도 세리머니'를 강하게 제재하지 말았어야 했다"며 "IOC가 독도세리머니를 '정치적'으로 규정하고 메달 보류라는 강한 제재를 고려함으로써, 한일관계에 정치적으로 개입한 것이 되었다"고 덧붙였다.

그는 "정치시위금지 조항은 물론 필요하다. 올림픽에서 파시즘을 지지하거나 성차별‧인종차별적 발언들이 쏟아질 수 있기 때문"이라며 "하지만 이 경우 IOC가 명문화된 조항만을 내세울 것이 아니라 제재로 인해 한일 양국의 갈등이 더 강화될 수 있단 맥락도 고려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배타적 민족주의적 갈등 경계하되, 강하게 나가야"

이 교수는 "독도 세리머니를 계기로 한일갈등이 배타적 민족주의적 갈등으로 커질 것이 우려"된다면서도 "그러나 한국이 수세적 태도를 취하기보다 당당한 대응을 해나가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이날 새누리당이 "독도 세리머니가 즉흥적이었단 점과 독도에 대한 한국인들의 남다른 애착을 고려해 IOC가 관용을 베풀어주길 바란다"고 밝힌 것이 이 교수가 지적한 수세적 대응이다.

이 교수는 "독도 세리머니는 정치적 시위가 맞다. (메달을) 박탈할 거면 해라" 식의 대응도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IOC의 과도한 조항 해석에 일찌감치 우리가 나서 잘못을 인정할 필요가 없다는 설명이다.

이종성 기자는 적절한 대응이 필요하겠지만, 정부 차원의 적극적 대응은 오히려 상황을 악화시킬 수 있단 점을 경고했다. 그는 "정부에서 지나치게 적극적으로 나서서 현 상황이 더 큰 정치적 차원으로 흘러버리면 부드러운 해결이 불가능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한 체육회가 상황을 중재하고, 축구협회가 IOC와 FIFA를 상대로 다양한 노력을 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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