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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교생 사이에 ‘불법 스포츠토토’ 도박 유행

남지원·이혜리 기자

수업 중에도 스마트폰 몰래 접속 베팅

해외 축구 등 새벽까지 잠 안 자며 몰두

서울의 한 고등학교 1학년생인 ㄱ군(16)은 요즘 사설 ‘스포츠토토’에 빠져 산다. 지난달 13일 열린 스페인 프로축구리그 FC바르셀로나와 레알 베티스의 경기에서 바르셀로나가 승리한다는 데 8만원을 걸었다. 이날 경기는 예상과 달리 무승부로 끝났고 ㄱ군은 돈을 모두 잃었다.

스포츠토토는 축구, 농구, 야구 등의 경기 결과를 예측해 베팅을 한 뒤 실제 경기 결과에 따라 순위별로 환급금을 받는 게임이다. 국민체육진흥공단이 위탁한 사업자만 스포츠토토를 발행할 수 있다. 나머지 사설 스포츠토토는 모두 불법이다. 사설 스포츠토토는 모두 인터넷상에서 진행된다.

ㄱ군은 지난달 초부터 학교 선배들을 따라 사설 스포츠토토를 시작했다. 5000원을 베팅했는데 대박이 터져 10만원을 땄다거나, 1000만원을 베팅해 3000만원을 딴 형이 있다는 얘기를 듣고 귀가 솔깃해졌다. 처음에는 1만원씩 베팅했지만 잃은 돈을 찾고 싶어 계속 베팅액이 커졌다. ‘조금만 해야겠다’고 수없이 생각했지만 본전 생각에 그만두지 못했다. 한 달 반 동안 ㄱ군은 스포츠토토로 18만원을 날렸다. 고등학생에게는 큰돈이다.

ㄱ군은 수업시간에도 친구의 스마트폰을 빌려 계속 스포츠 경기를 보며 스코어를 체크한다. 스릴 있는 베팅을 즐기다 보면 지루한 수업시간이 순식간에 지나간다. 유럽 축구경기가 열리는 새벽까지 잠을 자지 않고 경기를 본다. 몇몇 친구들도 그를 따라 사설 스포츠토토를 시작했다. ㄱ군은 “처음에는 들킬까봐 걱정이 됐지만 요즘은 아무 생각이 없다. 빨리 본전을 찾고 나오고 싶다”고 말했다.

청소년들이 불법 사설 스포츠토토에 빠져들고 있다. 사설 스포츠토토 사이트들은 가입 시 성인 인증이나 부모님 동의가 필요하지만 요식행위에 불과하다. 스마트폰으로 간편하게 접속해 베팅할 수 있기 때문에 청소년들이 접근하기가 쉽다. 스마트폰으로 몰래 접속하면 어른들에게 들킬 가능성도 적다.

서울 강서구의 한 고교는 학생들 사이에서 ‘토토왕국’으로 불린다. 이 학교 2학년 김모군(17)은 “아침엔 미국 프로야구와 미국축구, 점심엔 한국야구와 일본야구, 저녁엔 동유럽축구, 새벽엔 유로 2012를 연달아 보면서 하루 종일 토토에 매달리는 친구들도 있다”고 말했다.

서울에서 학원강사로 일하는 최모씨(30)는 “남학생들의 성적이 많이 떨어져 원인을 알아보니 사설 스포츠토토가 유행하고 있어 놀랐다”고 말했다.

사설 스포츠토토를 하다가 적발되면 5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물 수 있다. 하지만 단속은 거의 이루어지지 않는다. 경찰 관계자는 “서버를 해외에 두고 운영하는 사설 스포츠토토 사이트 자체를 단속하기도 어려운 데다 수많은 이용자들을 모두 입건할 수도 없는 노릇”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학교와 전문기관이 연계해 도박중독 예방·치료교육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영민 경기도박중독예방치유센터장은 “공부만 강조하는 환경 속에서 재미를 찾지 못하는 아이들이 경기 결과를 맞히면 보상이 나오는 사설 스포츠토토에 도박인지도 모르고 빠져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도박에 빠진 아이들은 전문기관과 연계해 적절한 상담치료를 받을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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