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에서 고교생이 또 아파트에서 스스로 몸을 던져 목숨을 끊었다. 대구지역에서는 지난해 말부터 모두 10명의 학생이 자살을 시도해 이 가운데 9명이 숨졌다.
지난 1일 밤 11시45분께 달성군 화원읍 아파트 1층 바닥에 이 아파트에 사는 여고생(16·1년)이 떨어져 숨져 있는 것을 지나가던 서아무개(33)씨가 발견했다.
아파트 폐회로텔레비전(CCTV)에는 투신 직전 이 학생이 혼자 승강기를 타고 14층에서 내리는 장면이 있었다. 학생이 몸을 던진 것으로 추정되는 아파트 13~14층 복도 계단 창문 앞에는 붉은색 고무통이 있었다. 유서는 발견되지 않았다.
이 여고생은 친구 생일인 이날 오후 5시께부터 친구 5명과 함께 아파트 놀이터에서 술을 마시다 밤 11시15분께 헤어졌다. 친구들은 자살한 학생이 교사, 부모와의 갈등 문제를 털어놓으며 평소 ‘살기 싫다, 죽고 싶다’는 말을 자주 했다고 경찰에서 진술했다. 이 학생은 지난 7월 보충수업 시간에 교실을 빠져나가려다 교사에게 야단을 맞고, 머리를 염색했다고 지적까지 당한 뒤 학교생활을 힘들어했으며, 엄격한 부모와도 성적이나 귀가시간 제한을 놓고 마찰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교사, 부모와의 갈등을 고민하던 이 학생이 목숨을 끊은 것으로 보고 있지만, 학교폭력이나 따돌림 등도 배제하지 않고 수사하고 있다.
대구시교육청은 또 학생이 스스로 목숨을 끊자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지난해 12월 권아무개(13·중2)군이 같은 반 학생들의 괴롭힘을 견디다 못해 목숨을 끊은 이후 대구에서 학생 10명이 자살을 시도해 9명이 짧은 생을 마감했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경찰 조사에서 드러난 것 외에 추가로 밝혀진 것은 없다”고 말을 아꼈다.
대구에서 학생들의 자살이 끊이지 않는 데는 보수적이고 경쟁적인 교육 풍토가 한몫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강압적인 교육 분위기가 학생들로 하여금 스트레스를 가중시키고 결국 극단적인 선택을 하도록 몰고 간다는 것이다. 전형권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대구지부장은 “다른 지역에 견줘 특히 대구에서 입시·경쟁 위주 교육정책으로 강제로 하는 보충수업과 야간자율학습, 두발 제한 등 학생들의 자율과 선택권이 보장되지 않고 있는 것이 문제”라고 말했다.
대구/김일우 기자 cooly@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