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사학비리에 ‘공공의 이익’ 강조한 법원 판결

상식과 합리에 어긋나는 일도 반복되다 보면 당연한 것처럼 인식되곤 한다.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민주주의의 퇴행 현상은 거의 모든 부문에서 뚜렷하게 나타났다. 비리사학의 복귀도 이런 흐름에 편승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갖가지 비리를 저질러 쫓겨났던 사학재단들이 국가권력의 비호와 묵인 속에서 개선장군처럼 속속 돌아와 그동안의 정상화 노력을 물거품으로 만들고 있는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학교자금 횡령 등의 비리를 저지른 사학재단 임원들에 대한 교육청의 임원취임 승인 취소처분은 정당하다는 법원의 판결은 적잖은 의미를 갖는다고 하겠다. 서울행정법원 행정 12부가 서울외국어고 법인 청숙학원의 이모 전 이사장 등 9명이 “임원 취임승인을 취소한 서울시교육청의 처분은 위법하다”며 서울시교육감을 상대로 제기한 ‘임원 취임승인 취소 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패소 판결을 내린 것이다. 재판부의 판결 취지는 “임원취임 취소 처분으로 사학법인 임원이 받게 될 불이익보다 사학비리의 재발방지 등 공익적 필요성이 더 크다”는 것인데 이와 유사한 소송에서 법원이 비리재단 대신 교육청의 손을 들어준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한다. ‘공익은 사익에 앞선다’는 명제는 너무나 상식적이고 합리적인 명제인데도 그동안 ‘사익은 공익에 우선한다’는 몰상식하고 비합리적인 흐름이 압도해왔다. 이 같은 작금의 현실을 감안하면 이번 판결은 더욱 값진 것이라고 하겠다.

비리사학들은 수년간 거칠 것 없는 진군을 거듭해왔다. 비리로 쫓겨났던 상지대의 옛 재단 쪽 인사들이 사학분쟁조정위원회라는 ‘비리사학 복귀 도우미’의 지원 속에서 다시 학교로 돌아와 학교를 분규로 몰아넣은 것이 그 대표적인 사례라고 하겠다. 우리는 이번의 판결을 계기로 사학비리의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나 사립학교에서 비리가 발생했을 때 제동을 거는 방법은 사실상 이사 승인 취소밖에 없다는 점과, 그동안 비리사학을 옹호해왔던 법원이 공익을 중요하게 여겼다는 점 등을 감안하면 향후 판결에 상당한 기대를 걸게 된다. 서울교육청의 특별감사에 비리가 적발돼 법적 다툼을 진행 중인 사학재단은 청숙학원 외에도 상록학원(양천고), 진명학원(진명여고), 숭실학원(숭실고) 등이라고 한다. 아무쪼록 이들에 대한 판결에서도 임원들의 사익보다는 교육의 공공성이 우선되기를 기대한다. 시민사회도 사학비리 문제를 감독관청에만 맡겨둘 일이 아니라 항상 감시를 게을리하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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