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기 편하게 인도 전신주 뽑아낸다

김여란 기자

보행 장애 테라스 등 규제교통 약자 통행 불편 없게

총길이 2㎞인 서울 강서구 화곡동 까치산길 보도에는 총 40개의 전신주가 있다. 폭 1m에 불과한 인도를 걸으면서 50m마다 전신주와 마주치는 꼴이다. 휠체어나 유모차를 이용해야 하는 시민은 물론 성인 한 명이 지나가기도 답답한 길이다. 강서구는 전신주 소관기관인 한국전력공사와 협의해 까치산길의 전신주를 점차 이전할 예정이라고 5일 밝혔다.

서울시 자치구들이 대대적으로 인도 넓히기에 나섰다. 평균 폭이 1m로 가뜩이나 좁은 서울시내 인도 위에 들어선 전봇대나 변압기 등 시설물 때문에 교통약자 및 시민들의 보행권이 제한받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카페나 제과점 등 상점이 편의적으로 인도 위까지 테라스 등을 설치해서 사용하는 일도 규제 대상이 된다.

강서구 관계자는 “관내 대부분의 도로는 폭 8m 미만이라서 차도를 좁히고 인도를 넓힐 수 없는 여건”이라며 “기존 인도 공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방안들을 모색하고 있다”고 밝혔다. 강서구는 앞으로 화곡동 가로공원길 보도에 있는 10개의 전신주를 지하화해서 최대한 인도를 확보한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강서구 등촌2동 태진아파트 앞 인도. 폭 1m의 좁은 인도 한가운데 들어서 있던 전신주를 강서구가 한국전력공사와 2년여 협의한 끝에 2010년 이전했다(왼쪽 사진). 오른쪽은 전신주를 옮기기 전 풍경.

강서구 등촌2동 태진아파트 앞 인도. 폭 1m의 좁은 인도 한가운데 들어서 있던 전신주를 강서구가 한국전력공사와 2년여 협의한 끝에 2010년 이전했다(왼쪽 사진). 오른쪽은 전신주를 옮기기 전 풍경.

삼청동, 가회동부터 종로1~6가, 대학로까지 시민들이 즐겨 찾는 종로거리와 수험생으로 붐비는 노량진 학원가의 인도 역시 더 쾌적해질 것으로 보인다. 종로구는 지난달 2일부터 구내 인도 위 도로시설물 전수 조사와 정비를 진행하고 있다. 조사 대상은 인도 위에 세워진 분전함, 전신주를 비롯한 전기시설물과 소화전 등 보행이나 차량 통행에 지장을 주는 각종 도로시설물들이다. 시민 보행에 불편을 주는 시설물은 이전·철거할 계획이다.

동작구는 총길이 660m에 전신주 27개, 가로수 64그루, 간판 731개 등이 있는 노량진 학원가의 이면도로를 정비해 명품거리로 조성할 예정이다. 동작구는 “인도가 좁아 많은 사람이 차도로 걸어다니는 등 사고 위험이 높은 지역”이라며 “좁은 인도의 벤치와 가로수를 모두 없애는 등 보행권 확보를 최우선으로 고려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도봉구는 아예 건축 심의 단계부터 인도 위에 에어컨 실외기나 간판 등 물품을 세우기 어렵게 하는 ‘미관지구 인도 공공성 강화 계획’을 수립해서 운영 중이다. 총연장 1만930m인 도봉로, 방학로 등 6개 미관지구 내에 건물을 지을 경우 건축주는 건물 앞 인도 위 시설물 현황과 제거 방안을 제출해야 한다.

도봉구는 상점들이 건물 1층 바닥과 인도의 높이 차이를 없애거나, 인도를 사적 용도로 사용하기 위해 무분별하게 설치하는 단에 대해서도 시정명령을 내리고 있다고 밝혔다. 카페의 테라스로 이용되거나 상점 물품을 진열하는 곳으로 이용됐던 단을 철거해 인도를 완전히 시민에게 돌려주자는 것이다.

도봉구는 “도로와 건축물 사이 폭 3m의 인도를 공적 공간으로 전환해 교통약자에게 쾌적한 보행 공간을 제공할 뿐만 아니라 도시 미관도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마포구 주민 정화씨(26)는 “전신주나 가게에서 내놓은 물건들 때문에 좁은 인도를 다니면서도 개선할 수 있다는 생각 자체를 못해봤다”며 “이제 보행권이라는 개념이 자리를 잡아가는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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