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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정부의 교육, 인수위원회에 바란다

입력 2012.12.31 21:59

  • 한만중 | 개포중 교사

올겨울은 유난히 눈이 많이 내리고 강추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새 정부를 출범시킬 대통령 선거 결과로 더욱 추위를 느끼는 사람, 새로운 기대를 갖게 되는 사람 등 누구에게도 새해는 여지없이 찾아온다. 춥고 눈이 많으면 그만큼 병충해가 적고 겨울 가뭄의 걱정을 덜어준다고 한다. 2013년 새해를 희망으로 만드는 일도 긍정의 힘과 삶을 가꾸는 실천에서 비롯된다.

2013년 학교와 교육 현장엔 적지 않은 변화가 있을 것이다. 교육은 백년대계라고 하고 정치적 중립성을 강조하지만 정권의 교체는 불가피하게 교육정책 변화를 가져온다. 하지만 5년 전 이른바 ‘아륀지’ 논란을 낳았던 영어 몰입교육 도입 등의 부적절한 정책으로 온 국민이 홍역을 치르는 일은 더 이상 반복되지 않아야 한다.

새 정부를 준비하는 인수위원회가 구성되어 새해 벽두부터 본격 활동을 시작한다.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국민에게 약속한 공약을 중심으로 향후 5년의 설계도와 교육정책의 골간이 여기에서 마련될 것이다.

새 정부 출범과 함께 만들어지는 교육정책은 교육이 교육다움을 되찾고, 청소년 네 명 중 한 명이 자살을 생각하게 만드는 잘못된 교육현실을 바로잡는 것이기를 간곡히 기대해본다.

박근혜 당선인은 “꿈과 끼를 마음껏 키우는 행복 교육”을 표방하며 교육 공약을 발표했다. 모든 교사, 학생, 학부모가 바라는 이 모토가 학교 현장에서 제대로 구현되기를 바라면서 몇 가지 희망을 덧붙이고자 한다.

첫째, 꿈과 끼와 창의력을 키우는 교육은 우리 교육의 대전환과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을 명확히 해야 한다. 새누리당 홈페이지는 기본적인 문제의식으로 “입시위주의 교육으로 인해 교육현장이 점수따기 무한경쟁이 만연해 있으며, 이에 따라 학생들의 학습 흥미와 창의력이 저하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이어 “학생의 꿈과 끼를 찾아서 살려주는 교육, 협력을 통해 서로가 성장하는 교육, 인성과 창의성을 길러주는 교육으로 대전환해야 하며 학력·학벌 중심의 사회체제를 능력 중심으로 대전환하여 개개인의 꿈이 이루어지는 나라를 만들어 나감”을 제시하고 있다.

[교단에서]새 정부의 교육, 인수위원회에 바란다

하지만 입시위주의 교육을 파생시키고 있는 학벌·학력 체제 등의 구조적인 요인과 일제고사와 자율형 사립고로 대변되는 이명박 정부의 교육정책에 대한 평가는 한마디도 언급되지 않고 있다. 학교와 교사를 경쟁시켜 학부모와 학생에게 질 높은 교육을 가져다주기 위해 도입된 대표적 정책이 일제고사다. 하지만 학업성취도 향상이 학교의 교육목표가 되면서 과학시간에 실험이 줄어들고, 국어 시간에 시낭송보다는 문제풀이 수업이 늘어나게 되었다. “협력을 통해 서로가 성장하는 교육”이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강의식 대신에 학생 참여형 수업, 프로젝트와 협력형 수업이 이루어져야 한다. 말 그대로 교육정책의 대전환이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입시 경쟁 교육을 내재화해온 기존 교육시스템과 정책에 대한 근본적인 검토가 치열하게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둘째, 고등학교 무상교육 확대, 특수교육 강화, 교원 증원, 학교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등을 위한 구체적인 계획과 예산 확보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대선 때마다 반복되는 공약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수준의 교육 여건을 마련하고 법으로 정해진 교원을 확보한다는 것이다. 우리 국민은 이웃 일본에 비해서도 가계비 중 교육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세 배 수준인 과도한 교육비로 고통을 받고 있다. 그럼에도 대도시를 중심으로 학생들은 여전히 과대, 과밀 학급에서 부실한 공교육을 받고 있다. 이 해묵은 숙제가 다음 정부에서는 반드시 해결되어 공교육이 정상화되기를 바란다. 특히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학교 비정규직 문제를 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여야 대선 후보 모두 강조했다. 하지만 10년 동안 일해도 호봉 승급조차 이루어지지 않는 현실을 해결하기 위한 호봉제 관련 예산마저도 이번 국회에서 마련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셋째, 대학 개혁에 대한 청사진을 만들어야 한다. 학벌과 학력 중심에서 능력 중심의 사회가 되어야 한다는 것은 역대 정부에서도 교육정책의 중요한 목표로 제시된 바 있다. 하지만 지난 10년 동안 대졸과 고졸의 임금 격차는 오히려 커졌고, 수도권 대학으로의 집중이 이루어지면서 지방의 국립대학마저 거점 역할을 유지하지 못하고 있다.

박근혜 당선인의 교육 공약을 보면 고등교육 부문에서 “대학입시를 간소화하겠다. 대학생들의 등록금과 주거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제시했지만 대학체제를 개편하기 위한 방안은 찾아보기 어렵다. 반값등록금을 실현하기 위한 정부의 재정 투자가 확대될 수밖에 없는 조건에서 대학 서열체제를 완화하고 수도권과 지방대학의 균형 발전, 과도한 사립대학의 비율을 적정화하는 정책을 인수위원회의 핵심 과제로 설정해 마련해야 할 것이다.

문용린 서울시교육감이 선거기간 중 야심차게 밝혔던 중학교 1학년 시험 폐지 공약은 취임하자마자 사실상 용두사미가 되고 있다. 무한 입시경쟁 교육의 문제점을 지적하기는 쉽다. 하지만 현행 입시중심의 교육과정을 꿈과 끼를 살려주는 교육과정으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현재의 교육 틀을 지키려는 세력과 입시경쟁 교육의 관성에서 벗어나기 위한 치열한 노력이 요구된다.

새 정부는 가난의 대물림을 교육으로 끊겠다면서 교육의 계층화를 가장 촉진시켰던 전 정부의 오류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무엇을 어떻게 준비해야 할 것인가를 국민들과 함께 고민하기를 간곡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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