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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밖 학교’에 대해 함께 고민해 봅시다

입력 2012.09.03 20:23

11일 부터 ‘시민교육 박람회’

“선생님! 시험문제를 이해하기 쉽도록 좀 내주세요. 꼭 그렇게 어렵게 낼 필요가 있나요? 배운 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알아보는 정도면 될 텐데 너무 어렵게 내요. 그렇게 문제를 어렵게 내는 이유를 도대체 모르겠어요.”

한 달에 한 번씩 서울 은평구 연신내물빛공원에는 10대 청소년들이 모인다. 아이들은 한 손에 떡볶이가 든 종이컵을 들고 자유발언을 하는 친구 주변에 둘러앉는다. 사단법인 학벌없는사회에서 진행하는 프로젝트 중 하나인 ‘떡볶이 학교’다.

본래 떡볶이 학교는 길거리를 방황하는 아이들에게 거리에서 강좌를 할 생각으로 추진한 프로젝트였다. 이른바 ‘거리의 학교’다. 그런데 지난 5월 처음 떡볶이 학교를 연 뒤 이들은 일방적으로 주입하는 강좌는 별 의미가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자유발언대 코너에서 청소년들이 하는 말을 귀담아 듣는 것이 오히려 소통과 참여의 측면에서 더 큰 의미가 있음을 알게 된 것이다. 직접 떡볶이를 만들고 함께 나눠 먹으며 나누는 대화는 재미가 쏠쏠하다. 채효정 학벌없는사회 교육운영팀장은 “떡볶이 학교는 아이들이 쉽게 우리와 대화할 수 있도록 문턱을 낮추는 공간”이라며 “학교 밖 청소년들을 만나는 차원을 넘어 세상과의 다리 역할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떢한달에 한 번씩 서울 은평구 연신내 물빛공원에서 열리는 ‘떡볶이 학교’에 모인 청소년들이 자유발언을 하고있다. 떡볶이학교 프로그램은 오는 11일부터 서울여성플라자에서 열리는 제2회 시민교육박람회에 소개된다.  사진제공 떡볶이학교

떢한달에 한 번씩 서울 은평구 연신내 물빛공원에서 열리는 ‘떡볶이 학교’에 모인 청소년들이 자유발언을 하고있다. 떡볶이학교 프로그램은 오는 11일부터 서울여성플라자에서 열리는 제2회 시민교육박람회에 소개된다. 사진제공 떡볶이학교

학벌없는사회의 떡볶이 학교는 오는 11일부터 13일까지 서울여성플라자에서 열리는 제2회 시민교육박람회에서 소개된다.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가 주최하는 이번 박람회는 시민교육을 진행하고 있는 개인 또는 단체들이 자신들의 활동을 알리고 또 배우기도 하는 자리다. 모두 25개 팀이 전시회를 열고 이 중 10개 팀이 발표를 하게 된다.

박람회에 소개되는 프로그램들 중에는 떡볶이 학교 말고도 여러 대안교육 프로젝트가 있다. 서울 오산중학교는 특유의 다문화교육 방법을 선보인다. 이 학교는 이태원 근처인 용산구 보광동에 자리하고 있어 다문화학생이 많이 다닌다. 전학년을 합해 총 15명, 2반에 1명꼴이다. 일반적으로 다문화학생 하면 동남아시아 출신을 떠올리기 쉽지만 이 학교 아이들은 아프가니스탄 등 이슬람권 출신이 많은 것도 특이한 점이다.

오산중의 다문화교육은 기본적으로 ‘다원주의’를 원칙으로 한다. 기존의 다문화교육이 다문화학생들로 하여금 한국 문화를 흡수하도록 하는 동화주의를 표방했다면, 최근에는 오산중학교와 같이 출신 국가들의 특성을 이해하고 존중하면서 한국 문화와의 교류를 도모하는 다원주의 교육이 늘어나고 있다. 이런 원칙에 따라 오산중학교에서는 다문화학생들을 위한 한국사를 방과후에 따로 가르치면서 무의식적으로 다른 나라 역사를 비하하지 않도록 주의하고 있다. 또 다문화학생들에게 음악·미술치료·집단상담을 제공하면서 독립심을 기르고 성장과정에서 긍정적인 생각을 할 수 있도록 독려한다. 이 학교 다문화교육을 담당하고 있는 이춘산 교사(35)는 “한국 사회가 급격히 다문화사회로 변하는데도 교사들은 대체로 심각성을 전혀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며 “다문화교육의 롤모델로 삼을 만한 학교도 국내엔 아직 없어서 힘들지만 우리가 만들어간다는 생각으로 열심히 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숲 리빙라이브러리(살아있는 도서관)는 ‘사람책’을 통해 쌍방향 소통을 하는 프로젝트로 이번 박람회에서 전시와 무대 발표를 한다. 도서관에 가서 읽을 책을 고르듯이 궁금한 사람을 직접 선정하고 그 사람을 초대해 이야기를 듣는 과정을 사람책이라고 부른다. 리빙라이브러리는 2000년 덴마크에서 시작돼 전 세계로 확산된 프로그램이다. 서로에 대한 편견과 선입견을 풀고 대화를 하자는 취지로 기획됐다. 특히 입시 위주, 경쟁 중심의 한국식 교육환경에서 청소년들은 폭력·자살·왕따 등 온갖 문제의 대상이 되고 있다. 다양한 사람들과 인간적 유대관계를 회복하자는 차원에서 재단법인 서울숲사랑모임에서 지난해에 이어 지난 5월 3회째 행사를 개최했다. 5월 행사에서는 15명의 기획단이 사람책을 선정하고 90여명의 청소년들이 독자로 참여했다. 스스로 책이 되어 청소년들과 대화를 나눈 사람들의 직업은 기자·교사·정치활동가 등으로 다양하다. 기획단은 오는 10월 4번째 행사를 계획하고 있다.

이번 행사는 일반인들에게는 생소한 시민교육을 내걸고 있다. 시민교육은 시민으로서 요구되는 자질을 가르치는 것에서부터 사회에 잘 적응하는 데 필요한 지식과 태도를 가르치는 것까지 여러 차원의 논의가 있다. 이번 행사의 주최 측인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는 시민교육을 우리 사회가 민주적 공동체로 발전하기 위해 필요한 능력과 덕목을 기르는 것으로 정의한다.

흔히들 교육의 전부를 책임지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는 지금의 학교 안에는 여전히 비민주적 권위주의가 있으며 학생 자치활동도 불가능하다. 또 시민교육을 할 교사들이나 교육에 활용할 콘텐츠가 부족한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 교과서 너머에서 벌어지고 있는 다양한 시민교육 프로젝트들을 꺼내놓고 함께 고민해보는 장이 필요하다.

이번 박람회를 총괄하고 있는 이난현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교육사업국장은“우리나라 교육이 입시에 치중하다보니 시민으로서의 자질을 갖추기 위한 교육에 소홀한 건 사실”이라며 “현실 교육을 보완하기 위해 시민교육을 소개하고 공유하자는 차원에서 박람회를 추진하게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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