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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카페인 덩어리…피로 날리려다 건강 날린다

김치중 기자

청소년 에너지음료 남용 실태

2007년 식약청이 한국식품영양재단에 의뢰한 용역연구사업 자료에 따르면 소비자들이 즐겨 마시는 커피 1잔(12g 커피믹스 1봉 기준)에는 평균 69mg의 카페인이 들어있고 캔 커피 1캔(175㎖ 기준)에는 74mg, 녹차 1잔(티백 1개 기준)에는 15mg, 콜라 1캔(250㎖ 기준)에는 23mg, 초콜릿 1개(30g 기준)에는 약 16mg의 카페인이 함유돼 있다.

식약청이 제시한 연령별 카페인 1일 섭취기준에 따르면 만 15세 여학생의 하루 카페인 섭취권장량은 133㎎이하다. 이 여학생은 하루에 콜라 1캔, 캔 커피 1개, 초콜릿 1개를 먹어도 카페인 섭취기준을 초과하지 않는다. 하지만 여학생이 졸음방지를 위해 핫식스 1캔(61.85㎎)을 더 마시면 바로 카페인 섭취기준을 초과하게 된다.

전문가들이 고카페인 함유 에너지음료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는 원인이 바로 여기에 있다. 콜라, 초콜릿, 커피 등을 통해 이미 카페인을 과다섭취하고 있는 청소년들에게 고카페인 섭취의 불을 지폈기 때문이다.

청소년들의 에너지음료 과다섭취를 막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 전문가들은 우선 에너지음료에 대한 학부모의 인식개선이 절실하다고 지적한다. 커피와 달리 에너지음료에 대한 학부모의 정확한 인식이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중학교 2학년생과 고등학교 3학년생 형제를 두고 있는 직장인 임모 씨(45)는 “시험기간 내내 새벽까지 공부를 하고 있어 기특하다고 생각했는데 아이들 책상에 에너지음료가 2~4개 정도 있었다”며 “고카페인음료라는 정보를 듣고 아이들에게 마시지 말 것을 권유하고 있지만 그래도 마시는 것 같아 걱정”이라고 말했다. 기자가 만난 학부모 중에는 “아이들에게 힘을 주는 음료로 알고 있는데 무슨 문제가 있느냐”고 반문하는 사람도 있었다.

‘소아와 청소년용 스포츠드링크와 에너지드링크가 적절한 것인가?’라는 미국 임상보고서에서는 에너지음료에 대해 “에너지드링크는 종종 탄수화물을 공급하지만 이들 드링크의 주된 에너지원은 카페인(오늘날 섭취되는 가장 유명한 흥분제의 하나)”이라며 “비록 ‘에너지’라는 용어가 은연중 ‘칼로리’라는 뜻을 풍길 수 있지만 에너지드링크는 전형적으로 카페인과 과라나 같은 흥분제가 다소간의 탄수화물, 단백질, 아미노산, 나트륨, 기타 미네랄과 함께 섞인 것”이라고 밝혔다. 즉 식품 형태로 판매되고 있는 에너지음료의 현실을 알아야만 개선이 가능한 것이다.

전문가들은 청소년의 에너지음료 과다섭취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편의점 등에서 청소년들이 에너지음료를 구입할 수 없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참교육을 위한 전국 학부모회와 건강사회를 위한 약사회가 지난해 7월 16일부터 8월 10일까지 전국 중·고등학생 5405명을 대상으로 고카페인음료 이용실태조사를 한 결과 응답학생의 56.6%가 편의점을 통해 에너지음료를 구입한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편의점의 에너지음료 판매제한은 요원한 실정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청은 “큰 문제가 없는 상황에서 편의점의 에너지음료 판매제한은 부적절하다”는 의견을 표했고 식품업계는 “학교지역 내 에너지음료 판매를 제한하는 등 성인대상 마케팅을 진행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식품업계는 “카페인 사용함량을 임의적으로 제한할 경우 외국과의 통상마찰이 우려되고 이미 외국에서는 에너지드링크라는 용어가 상용화 됐는데도 국내에서만 규제하는 것은 수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에너지음료 규제에 반발하고 있다.

청소년들의 고카페인음료 소비를 부추길 수 있는 에너지음료 광고와 판촉행위도 문제다. 보건의료NGO단체들의 조사에 따르면 TV나 잡지 등 광고를 통해 청소년이 에너지음료를 인지한 것으로 드러났다. 건강사회를 위한 약사회 유경숙 사무국장은 “술, 담배광고 규제에 준해 TV 등 방송매체, 인터넷이나 잡지 등의 광고 및 판촉행위를 제한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서는 국민건강증진법 광고금지조항에 고카페인음료가 반드시 포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에너지음료를 마시는 청소년들 중에는 시각적인 만족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며 “에너지음료 중 맥주처럼 노란색을 띠는 제품도 있고 와인과 같은 색깔을 가진 제품도 있어 일부 청소년들이 에너지음료를 마시면서 잠시나마 일탈을 즐기는 것 같다”고 주의를 요구했다.

‘고카페인 함유 식품의 학교, 우수판매업소 판매 제한·금지 및 광고제한’을 골자로 ‘어린이 식생활안전관리 특별법’개정을 추진하고 있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최동익 의원(민주통합당)은 “소위 에너지음료로 불리고 있는 고카페인 함유 음료는 내일의 에너지를 미리 당겨와 오늘 소진해 버리는 것과 같다”며 “음료를 섭취할 때는 없던 힘이 솟아나는 느낌이 들 수 있지만 결국 기본체력을 저하시키고 고카페인음료에 대한 의존성만 키우게 될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최 의원은 또 “중요한 사실은 이러한 점을 국민, 특히 어린이와 청소년들이 인식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식약청은 고카페인음료에 대한 국민의 관심을 일시적 이슈로 바라보지 말고 위해식품에 대한 어린이·청소년 식생활 안전관리에 대한 지속적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김치중 기자 bkmin@k-health.com>

■ 해외 규제사례

유럽 이어 美 대도시도 경고 문구 표기 의무화… 청소년 판매금지 나서


국가별 에너지음료 규제현황을 분석한 결과 선진국일수록 에너지음료 판매 전면금지 등 강력한 규제를 시행하고 있었다.

특히 에너지음료의 본고장 미국에서 최근 에너지음료 규제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다. 리처드 더빈 등 민주당 상원의원 3명은 4일 식품의약국(FDA)에 에너지음료의 위험성에 대한 조사를 촉구하는 서한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또 시카고에서는 에너지음료 판매금지 조례개정안이 발의됐고 플로리다주에서는 이번 학기부터 공립학교에서 에너지음료 판매가 금지된다. 뉴욕주도 19세 미만 청소년에게 에너지음료 판매금지법안을 추진한다.

캐나다는 미국보다도 강력하게 에너지음료를 규제하고 있다. 캐나다에서는 에너지음료라벨에 최대 1일 허용섭취량 등 경고문구를 기재하게 했고 에너지음료를 의약품으로 분류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북유럽국가들의 에너지음료에 대한 규제는 보다 강력하다. 노르웨이의 경우 일반 편의점과 마트가 아닌 약국에서만 에너지음료를 구입할 수 있다. 스웨덴에서는 15세 미만 소아에게는 에너지음료를 판매할 수 없으며 에너지음료라벨에 경고문구를 표기해야 한다. 핀란드정부는 카페인 함량 150mg/L을 초과하는 음료라벨에는 ‘고용량카페인 함유’를 명시토록 했으며 1일 최대 섭취허용량에 대한 언급도 명기했다.

에너지음료를 아예 판매 금지한 국가도 있었다. 덴마크와 우루과이에서는 에너지음료 판매가 전면금지되고 있으며 터키 역시 ‘고카페인 함유 에너지음료’를 판매할 수 없다. 독일의 16개 주 중 11개 주에서는 코카인이 검출된 ‘레드불콜라’를 판매할 수 없다.

최근 전 세계 젊은이들 사이에서 에너지음료와 알코올을 섞어 마시는 것이 유행이지만 캐나다정부는 ‘레드불’ 라벨에 알코올과 에너지음료를 섞지 말 것을 당부하는 내용을 표기토록 했다. 스웨덴정부도 에너지음료라벨에 고용량 에너지음료와 알코올을 함께 섭취하는 것에 대한 경고문구를 게재토록 했다.

<정희원 기자 yolo@k-health.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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