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청 직원이 관내학교 요청 받고 입학안내문 발송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소지… 타학교와 형평 논란도
한부모가족 자녀인 중학교 3학년 ㄱ군은 지난달 초 집으로 배달된 안내문 하나를 받았다. ‘자율형사립고 입학을 희망하는 사회적배려대상자를 위한 학비지원 안내’라는 제목의 글이었다.
사회적배려대상자는 내신 제한 없이 자율형사립고에 지원할 수 있고, 입학 후 별도의 교육비 부담이 없다는 내용이었다. 대상은 기초생활수급자, 법정 한부모가족, 차상위 계층으로 돼 있었다. 안내문 아래에는 근처 자율형사립고 한 곳의 입학설명회 일정이 소개돼 있었다.
ㄱ군은 “학교 친구들과 담임 선생님도 내가 사회적배려대상자에 해당된다는 사실을 모른다”며 “어떻게 알고 나한테 이런 안내문을 보내왔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경향신문 취재 결과 이 안내문은 해당 구청의 복지담당 직원이 보낸 것으로 26일 확인됐다.
이 담당자는 “해당 자율형사립고에서 ‘신입생 모집에 사회적배려대상자가 없으면 곤란하다. 이 안내문을 보내주면 학교에 큰 도움이 되겠다’며 몇 번씩 부탁해 학생 200여명에게 두 차례 안내문을 보냈다”고 말했다.
구청 담당 팀장은 “사회적 약자인 사회적배려대상자들에게 도움이 되는 정보라고 판단해 안내문을 보내줬다”며 “학교 측에서 해당 학생들의 명단도 달라고 했지만 주지 않았다”고 말했다. 해당 자율형사립고 측은 “어려운 아이들에게 지원을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려달라고 협조요청을 한 것뿐”이라며 별문제가 없다는 태도를 보였다.
구청이 특정 학교의 부탁을 받고 민감한 개인정보와 행정력을 이용한 것은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으로 볼 수 있다. 박주민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사무차장은 “개인정보보호법에서는 개인정보를 얻을 때부터 사용목적을 설명하고 동의를 받도록 되어 있다. 이 경우는 정보수집의 목적범위를 벗어나 활용한 것으로 개인정보보호법을 위반한 것”이라고 말했다.
교사들도 부당성을 지적했다. 한 자율형사립고 교사는 “사회적배려대상자들은 거주하고 있는 구뿐 아니라 다른 지역의 자율형사립고에도 지원할 수 있다”며 “해당 구청이 특정 학교를 홍보한 것은 잘못된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지방자치단체의 협조와 관련해 가이드라인 마련을 검토해 보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