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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정배, 이귀남, 황교안

대한민국 전현직 법무장관들의 이름다. 천정배 전 장관은 노무현 정부 시절인 지난 2005년 6월부터 2006년 7월까지 57대 법무장관을 지냈고, 이귀남 전 장관은 이명박 정부 때인 지난 2009년 9월부터 2011년 8월까지 제61대 법무부 장관을 지냈다. 그리고 황교안 장관은 박근혜 정부 초대 법무장관이자 제63대 법무장관이다.

이들을 떠올린 이유는 세 장관 모두 '검찰수사지휘권' 논란를 받았거나 받고 있기 때문이다. 검찰청법 제8조 (법무부장관의 지휘·감독)은 "법무부장관은 검찰사무의 최고 감독자로서 일반적으로 검사를 지휘·감독하고, 구체적 사건에 대하여는 검찰총장만을 지휘·감독한다"고 명시돼 있다.

황교안 "원세훈 선거법 위반 혐의 적용 말라"

<한겨레>는 3일 황교안 법무장관이 국정원의 대선 정치개입 의혹 사건으로 검찰수사를 받고 있는 원세훈 전 국정원장에 대해 선거법 위반 혐의를 적용하지 말라며 1주일간 영장 청구를 막고 있다고 보도했다.

<한겨레> 보도가 나가자 정치권만 아니라 법조계는 "장관 해임 사유", "직권남용"이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한인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truthtrail)는 "사실이라면 장관해임사유로 충분. 장관의 부당한 수사방해압력은 국회의 국정조사권 발동사유도 될 듯"이라고 했다.

민변 이재화 변호사(@jhohmylaw)도 "검찰이 원세훈 전 국정원장에 대해 국정원법과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구속영장을 청구하기로 정했으나, 황교안 법무부장관이 공직직선거법위반 험의를 적용하지 말라고 지시했다고 한다"면서 "법무부장관이 압력행사를 하다니, 황장관은 '제2의 권재진'이 되려는가?"라고 맹비난했다.

황 장관은 임명될 때부터 '공안검사'로 비판받았고, 특히 지난 4월 22일에는 <중앙일보>와 인터뷰에서 "1950년대 미국에선 (명백하고 현존하는 위협이 아니더라도) 위협의 경향성이 높다면 표현의 자유를 제한할 수 있도록 원칙이 변경됐다"면서 "외국인들이 여행을 자제할 정도인 현재 우리 안보 상황이 (50년대 미국보다) 안전하지 않다. 현재 우리나라의 안보 상황이 한국전쟁과 동·서 냉전이 벌어졌던 1950년대 미국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위험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우리 판례에 따르면, 명백한 위협이 있다면 표현의 자유를 제한할 수 있다. 그런데 이 원칙조차 흔들리고 있다. 인터넷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통해 국가의 존립과 안전을 위태롭게 하는 글과 자료들이 돌아다니고 있다"면서 "'종북'에까지 이르는 안보 위해 사범에 대해선 우리 사회가 명백하게 선을 그어야 한다"며 표현의 자유를 제한할 수 있다는 주장을 해 파문을 일으켰다.

종북에게는 표현의 자유를 제한해야 한다는 황 장관 주장과는 전혀 다른 판단이 같은 법무장관을 지낸 천정배 전 장관에게서 나왔다. 천 전 장관은 지난 2005년 10월 검찰 지휘권 발동하여 강정구 당시 동국대 교수에 대해 불구속 지시를 했다. 이 사건은 좌우논쟁을 불러일으키며 엄청난 파문을 낳았다.

천정배, 검찰 역사 처음으로 공개석상에서 수사지휘권 행사

강 전 교수는 2005년 7월 27일 인터넷 매체 <데일리서프라이즈>에 기고한 '맥아더를 알기나 하나요'라는 제목 글에서 "6·25전쟁은 통일전쟁이면서 동시에 내전이었다(물론 외세에 기인한 내전). 곧 당시 외국군이 한반도에 없었기에 집안싸움이었다"면서 "곧 후삼국시대 견훤과 궁예, 왕건 등이 모두 삼한통일의 대의를 위해 서로 전쟁을 했듯이 북한의 지도부가 시도한 통일전쟁이었다(베트남전쟁의 성격과 유사)"고 주장했었다.

같은 해 8월 22일 보수단체는 강 교수를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검찰과 경찰에 고발했고, 경찰은 강 교수를 소환조사했다. 강 교수는 경찰 조사를 받으면서도 9월 30일 한 토론회에서 "한미동맹은 반민족적, 예속적"이라며 자신의 생각을 굽히지 않았다. 경찰은 이적성이 있다며 구속의견서를 검찰에 제출했다. 그러자 10월 11일 천 장관은 국정감사에서 "강정구 교수 사건에 대해 검찰이 보고하면 적절한 지휘를 할 생각"이라며 검찰지휘권 발동을 시사했다.

당시 김종빈 검찰총장은 "검찰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의 최종 책임자는 총장이다. 검찰이 정치권의 모양을 살필 이유가 없다"며 강하게 반발했지만, 같는 달 14일 지휘권 수용했고, 김 총장은 사퇴했다. 검찰은 같은 12월 강 전 교수를 불구속기소했다.

사실 검찰지휘권은 검찰청법 8조에도 명시한 것처럼 법부무장관이 검찰총장에게 직접 지시할 수있다. 하지만 법무부장관이 공개석상에서 검찰지휘권을 행사한 것은 검찰 역사에서 처음있는 일이었다. 독재정권 때는 밀실에서 아주 '자연스럽게' 행사되었지만 천 장관은 그렇지 않았다. 강 전 교수 혐의가 국가보안법이었기 진보와 보수의 극심한 논쟁이 있었지만 수사지휘권을 음지에서 양지로 끌어 올린 것만으로 잘한 일이었다.

MB정권, 이귀남...음밀하게 수사지휘권 행사

지난 2011년 2월 17일자 <조선일보> 기사
 지난 2011년 2월 17일자 <조선일보>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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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전 장관은 후보자 때인 지난 2009년 9월 "수사지휘권을 발동할 상황이 오면 발동하겠지만 그런 상황은 오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음밀하게 수사지휘권을 행사했다.

<조선일보>는 지난 2011년 2월 17일 '"이귀남 법무, 한화 수사 불법개입"'에서 "지난 달(2011년 1월) 한 법무부 간부가 서부지검 간부에게 전화를 걸어 '법무부 장관의 뜻'이라며 한화그룹 전 재무책임자 홍동옥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재청구하지 말라는 내용의 말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고 보도했다.

<조선일보>는 다음 날인 18일자 '<李법무 수사개입 파문> 울산서도 부당 수사개입… 이귀남 법무 왜 그랬나' 제목 기사에서도 "남기춘 전 지검장(당시 울산지검장)이 지난해(2010년) 맡았던 한나라당 관계자들에 대한 선거법 위반사건 수사 때도 법무부 간부의 '수사 무마 시도'가 있었다"고 전했다.

같은 날 <조선일보>는 사설 '법무 장관, 무슨 사연 있어 수사 직접 지휘했나'에서 "검찰청법에 법무부장관은 개별 사건을 두고 수사 검사에게 누구를 구속하라, 말라는 식의 지시는 못하도록 명문화돼 있다"면서 "장관이 이를 지시하려면 검찰총장을 거쳐야 하도록 돼 있다. 정치적으로 임명된 장관이 정치적 목적을 갖고서 검찰 수사에 임의로 개입하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라며 이 장관 수사 지시를 비판했다.

이어 "법무부 장관이 수사 검사에게 사건 처리 지시를 했다면 필시 그럴 만한 뒷사정이 있었을 것"이라며 "법무장관도 사실은 사실대로 밝혀야 하지 않겠는가"라며 이 법무장관에게 사실을 밝히라고 촉구했다. 수사지시를 거부했던 남기춘 서부지검장은 결국 옷을 벗었다.

같은 수사지휘권이지만, 황교안과 이귀남의 수사지휘권과 천정배 수사지휘권 행사가 참 다르다. 황교안과 이귀남의 수사지휘권은 최고권력 또는 집권당과 깊이 관련된 사건에 행사됐고, 천정배 수사지휘권은 사상의 자유에 대한 것으로 노무현 정부와는 관계가 없다.

수사지휘권은 천정배처럼...

정치권력을 보호하기 위해 그것도 음밀하게 행사하는 수사지휘권과 사상의 자유를 위해 그것도 공개석상에서 지휘권을 행사하는 것은 하늘과 땅 차이다. 과연 어느 장관이 민주공화국 법무부 장관으로서 정당하게 수사지휘권을 행사했나. 천정배 장관이다. 떳떳하면 천정배 전 장관처럼 공개석상에서 수사지휘권 행사하라.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오블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천정배, #황교안, #이귀남, #수사지휘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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