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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글부글] 훈련된 새떼가 남파되었다

등록 2010-04-13 05:03 수정 2020-05-02 19:26
김태영 국방부장관이 8일 오전 열린 국회 본회의 대정부질문에서  답변자료를 챙기다가 목이 마른 듯 물을 마시고 있다. 한겨레 탁기형 기자

김태영 국방부장관이 8일 오전 열린 국회 본회의 대정부질문에서 답변자료를 챙기다가 목이 마른 듯 물을 마시고 있다. 한겨레 탁기형 기자

소설의 종류는 다양하다. 분량에 따라 장편과 중편, 단편소설로 나뉘고 내용에 따라 사회소설, 애정소설, 공상과학소설 등으로 분류되기도 한다. 이명박 정권 출범 이후, 정확히는 분단 이후 한국에서만 널리 창작되고 읽히는 소설이 있었다. 바로 ‘대북소설’이다. 북한을 소재로 한 거의 모든 대북소설의 주제는 ‘나는 공산당이 싫어요’로 수렴된다. 작가는 대개 ‘멸공’과 ‘승공’의 작가정신으로 무장하고 있으며, 대북소설이라면 지면을 아낌없이 제공하는 의 지원으로 해마다 기량이 출중한 신진기예가 새롭게 발굴되고 있다.

천안함 침몰 사고가 발생한 뒤에도 수많은 대북소설이 쏟아졌다. 2010년 신춘문예 대북소설 분야의 가작 당선자는 박선영 자유선진당 의원이다. 박 의원은 4월8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천안함 침몰은 북한 해상저격부대의 ‘핵폭뢰’ 때문일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냥 폭뢰도 아니고 ‘핵폭뢰’ 말이다, 핵! 눈이 ‘헥’ 돌아가는 주장이 아닐 수 없지만, 밑도 끝도 없으므로 그냥 가작이다. 이종혁 한나라당 의원도 “수천 문의 장사정포가 수도권을 때리고 8천 명의 인간 어뢰가 바다로 내려온다”고 주장했지만 8천 명의 인간 어뢰는 꽁치 그물로 걷어내면 되므로 함량 미달. 대북소설 분야 대상은 누가 뭐라고 해도 같은 당 김동성 의원의 몫이다. 대정부질문에 나선 그는 김태영 국방부 장관과 천안함 침몰 원인을 두고 설전을 벌이던 중 급기야 ‘스텔스 어뢰’ 가능성을 제기하고 나섰다. “북한이 소나에 탐지되지 않는 스텔스 어뢰를 개발했을 수도 있는 것 아니냐”는 그의 물음에 김 장관은 결국 “그럴 가능성은 있다고 본다”고 시인했다. 는 두 사람의 질의응답을 곧바로 홈페이지 머리기사로 올렸다.

누리꾼들은 패닉 상태에 빠졌다. ‘스텔스 어뢰’라는 것도 처음 들어봤을뿐더러 전세계에서 미제 무기를 가장 많이 수입하는 한국도 갖지 못한 극강의 최첨단 무기를 북한군이 보유하고 있을 수 있다니, 충격은 어찌 보면 당연했다. 지금까지 북한군은 기름이 없어 전투기 조종 훈련조차 제대로 하지 못하는 한심한 군대로 소개돼왔다. 공황 상태에 빠진 누리꾼은 “북한이 미확인비행물체(UFO)를 개발했을 수도 있는 것 아니냐”며 비슷한 우려를 쏟아냈다. 대정부질문이 계속 이어질 경우 한나라당과 국방부 사이에서 오갈 수 있는 Q&A를 소개한다.

“북한이 돌고래를 수중폭파요원으로 훈련시켰을 수도 있는 것 아니냐.”

“그럴 가능성은 있다고 본다.”

“북한이 속초함을 교란하기 위해 새떼를 남파했을 수도 있는 것 아니냐.”

“그럴 가능성은 있다고 본다.”

“북한군 내에 돌고래여단과 철새여단 등으로 구성된 동물군단이 있는 것은 아니냐.”

“그럴 가능성은 있다고 본다.”

“북한이 동물여단장으로 동춘서커스 단장을 포섭할 수 있는 것 아니냐.”

“그럴 가능성은 있다고 본다.”

“우리도 에버랜드 물개부대와 여의도 닭둘기부대로 맞불을 놓을 수 있는 것 아니냐.”

“그럴 가능성은 있다고 본다.”

“북한이 백령도 앞바다에 인공 암초를 설치했을 수도 있는 것 아니냐”

“그럴 가능성은 있다고 본다.”

최성진 기자 cs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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