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델 교수 ‘정의론’ 강의 들어보셨어요?

한윤정 기자

국내 대학에도 ‘강의 나눔’ OCW운동 확산

올해 최고의 베스트셀러인 <정의란 무엇인가>로 국내 독자에게 잘 알려진 마이클 샌델 교수의 하버드대 수업 ‘정의론’은 인터넷에서 한글 스크립트와 함께 직접 볼 수 있다. 숙명여대가 제공하는 강의공개 사이트 SNOW(Sookmyung Network Open Ware)에 등록돼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한국을 방문한 샌델 교수는 학교 관계자를 만나서 자신의 강의가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공개되는 데 대해 감사를 표시했다.

샌델 교수 ‘정의론’ 강의 들어보셨어요?

강의공개(OCW) 운동이 확산되고 있다. 위키피디아와 더불어 지식의 대중화를 선도하는 OCW는 최근 2~3년 사이 국내에 상륙했다. 교육과학기술부 출연기관인 한국교육학술정보원이 2008년 KOCW 사이트를 개설한 데 이어 울산대가 2009년, 숙명여대가 올해부터 본격 도입했다.

KOCW는 개설 첫해에는 거의 콘텐츠가 없었으나 지난해부터 교과부의 대학지원사업인 교육역량강화사업이나 WCU(World Class University) 사업으로 개설된 강의를 동영상으로 촬영해 올리면서 콘텐츠가 부쩍 늘었다. 8월 말 현재 이곳에 공개된 강의는 국내 927건, 해외 647건 등 1574건이다. 그러나 문제는 교과부 지원사업이 자연과학·공학 계열로 몰리면서 인문사회 강의가 40%에 그쳐 일반인들의 아쉬움이 크다는 것이다.

마이클 샌델 하버드대 교수·도정일 경희대 명예교수·조동성 서울대 교수(왼쪽부터)

마이클 샌델 하버드대 교수·도정일 경희대 명예교수·조동성 서울대 교수(왼쪽부터)

한국교육학술정보원은 이런 여론에 따라 다음달부터 인문사회, 경제경영 강좌를 서비스할 계획이다. 이용자 수용조사를 통해 조동성 서울대 교수의 ‘디자인과 경영전략’, 정두희 서강대 교수의 ‘조선시대사’, 임병철 신라대 교수의 ‘서양고대사’, 김어상 서강대 교수의 ‘일과 쉼’, 문휘창·조동성 서울대 교수의 ‘기업의 사회적 책임’, 김대수 고려대 교수의 영어강의 ‘Operations Management(운영관리)’ 등 6개 과목을 신설한다. 또 교과부 보호학문강의지원사업 대상인 ‘인도문화원형의 이해’, ‘미술론 입문’, ‘우주로의 여행’ 등 신진학자 강의도 추가한다.

울산대는 교육부 장관을 지낸 김도연 총장이 부임하면서 지난해부터 OCW를 본격 도입했다. 작년 1, 2학기에 각각 5개, 6개 과목의 동영상 강의를 공개한 데 이어 올 1학기에는 6개, 이번 학기에는 8개로 확대했다. 신설 강의는 허영도 경영학과 교수의 ‘정주영과 기업가 정신’, 성범중 교수의 ‘한시 속의 울산’, 김해룡 교수의 ‘노사관계론’ 등이다.

숙명여대는 후발주자이면서도 적극적으로 OCW운동을 벌인다. 이곳은 자체 제작한 특강이나 수업 동영상 이외에 이용자들이 직접 OCW 콘텐츠를 올리고 공유할 수 있는 플랫폼을 제공한다. SNOW에서는 버클리대·스탠퍼드대·예일대·와튼스쿨·하버드대·MIT 등 주요 대학과 세계적인 지식공유 사이트인 TED 등이 링크돼 3500여개의 동영상 강의를 볼 수 있다. 특히 이용자들이 자발적으로 스크립트를 입력해 800여개는 한글 스크립트, 1400여개는 영어 스크립트를 별도 창을 통하거나 출력해서 보도록 돼 있다. 학교 측은 올해 말까지 강의화면에 바로 자막을 넣을 수 있는 프로그램을 개발해 이용자들의 편의를 돕는다는 계획이다.

SNOW에서는 샌델 교수의 ‘정의론’을 비롯해 스티브 잡스와 오프라 윈프리의 스탠퍼드대 특강, 셸리 케이건 예일대 교수의 ‘죽음’ 강의 등이 인기를 끌고 있다. 숙대는 또 숙명OCW 메뉴에서는 도정일 경희대 명예교수, 김우창 고려대 명예교수, 소설가 김훈, 영화감독 이명세 등을 초청해 ‘우리 시대의 인문지성’ ‘우리 시대의 창조지성’ ‘한국문화와의 첫 만남’ 등의 특강을 제작, 공개하고 있다.

국내 OCW운동은 아직 초창기지만 빠르게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KOCW 담당 이수지 선임연구원은 “강의공개가 대학 정보공시 항목에 포함되면서 올 하반기 들어 강의수가 빠르게 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주요 대학에서 이렇다 할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서울대가 9월부터 ‘서울대온라인지식나눔’(SNUi) 사이트를 개설했으나 평생교육원 과정으로 유료 운영돼 일부 네티즌의 불만을 샀다. 또 연세대와 고려대는 2008년 OCW 컨소시엄 한국지부에 가입했으나 텍스트 강의자료 일부만 공개하고 있다.

일반인 참여도 아직 낮은 편이다. OCW는 학습자의 접속 권한을 보호하기 위해 로그인 절차를 생략하기 때문에 정확한 이용자 실태조사는 어렵다. 그럼에도 MIT가 2년 전 설문조사를 실시했을 때 이용자의 60%가 일반인이었다. 그러나 KOCW를 비롯한 국내 공개강의의 경우 학생이나 교수 등 대학구성원이 대다수인 것으로 나타났다.

▲ OCW(Open Course Ware)

미 매사추세츠공대(MIT)가 2001년 시작한 것으로 대학 강의를 인터넷으로 대중에게 무료 공개함으로써 대학의 사회기여와 지식나눔을 실천하고, 학생의 학습능력 및 교수의 강의 경쟁력을 높이는 방안으로 호응을 얻어왔다. 강의자료, 연구업적 문서도 포함되지만 보통 동영상 강의를 가리킨다. 현재 하버드대·예일대·버클리대·스탠퍼드대 등 세계적으로 유명한 200여개 대학·기관이 참여하며, 사용자들의 편의를 위해 2008년부터 통합사이트(www.ocwconsortium.org)가 운영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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