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한강이라면 이렇게 하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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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진 지역사회부장

낙동강사업은 당장 중단해야 한다. 4대강사업에 대한 찬반 얘기가 아니다. 김해에서 발견된 천문학적 규모의 폐기물이 다급하기 때문이다. 지척에 부산 시민 200만 명에게 먹는 물을 공급하는 매리취수장이 있다. 발등에 불이 떨어졌는데, 다른 곳 둘러볼 겨를이 없다.

경남도낙동강사업특별위원회는 폐기물 양이 최대 490만t, 적게 잡아도 200만t에 이른다고 했다. 계산기 두드려봤더니 최소치라는 것도 15t 덤프트럭으로 13만 3천 대분에 이른다. 폐기물도 그냥 폐기물이 아니라 산업폐기물, 건축폐기물, 공사장에서 배출된 오염 토양이다. 부산의 먹는 물이 시한폭탄을 끌어안고 있는 상황이다.

그런데 정부는 이곳을 파헤치겠다고 달려들었다. 낙동강특위는 사업 중단과 정밀조사를 요구했다. 하지만 정부는 웃기지 말라는 반응이다. 낙동강이 '국가하천'이고 낙동강사업이 '정부사업'이니 쓸데없이 나대지 말라는 투다. 이 사업에 돈 한 푼 안내는 경남도는 왈가왈부할 자격이 없다는 훈시까지 했다. 계속 반대하면 사업권을 회수하겠다는 경고도 잊지 않았다.

이명박 정부답다. 지난 대통령 선거 때 낙동강까지 넘겨준 건 분명 아닌데, 현 정권은 낙동강을 전유물로 여기는 것 같다. 국가하천이니까 지자체는 빠지라는 요구는, 낙동강 물 먹고 사는 부산·경남 시민도 입 닫고 가만있으라는 말처럼 들린다. 사업권 회수 운운은 밥상에서 코흘리개 협박하는 수준이다. 먹기 싫으면 굶으라는 으름장, 정말 오랜만에 들어본다. 국민들에게 동심을 일깨워주기 위해 이럴 리는 없을 테고, 만만하게 보이는 건지, 아니면 차기 대선에 믿는 구석이 있어 그런 건지 속내가 궁금하다. 돈도 안 내는 주제에 국가사업에 잔소리 말라는 야단은, 무료급식소에서나 나올 법한 말 아닌가. 역시 강부자 정권이라 지방은 노숙자처럼 보이는 모양이다.

국토관리청은 현장 접근도 못하게 한다. 매립면적이 최대 102만㎡(30만 평)인데, 묻지도 말고 들어오지도 말란다. 특위는 민관합동조사위원회를 구성해 토양정밀조사와 적정 처리방안을 제시했다가 부산지방국토청과 낙동강환경관리청으로부터 일언지하에 거절당했다. 알아서 해 줄 테니 조용히 기다리라는 답변이다.

근데 미안하지만 그 말 도저히 믿을 수 없다. 왜냐고? 부산의 먹는 물을 이 지경으로 만든 당사자, 4대강사업 장본인이 하는 말이기 때문이다. 처벌받아 마땅한 주체가 스스로 조사하겠다는데, 그 말을 어떻게 믿나. 청와대가 입만 열면 강조하는 소통과 공정성은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다.

낙동강사업에 대한 사전환경영향 평가 때 폐기물 존재 사실조차 파악 못한 국토청이 폐기물이 환경에 미칠 영향을 제대로 조사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지자체를 배제한 채 수백만t에 달하는 폐기물을 처리할 방안을 세울 능력이 되는지도 정말 의심스럽다.

답은 한가지뿐이다. 특위의 요구대로 민관합동조사기구를 구성하는 것이다. 이 기구에는 경남도는 물론 부산시도 반드시 참가해야 한다. 경남도는 낙동강이 이 지경이 되도록 방치한 책임이 있고, 낙동강사업을 계속할지 여부를 결정해야 하는 주체이기 때문이다. 부산시는 불법 폐기물이 10년 넘게 취수장 인근에 묻히는데도 실태조차 파악 못한 직무유기에 대한 분명한 책임을 져야 한다.

경남도와 부산시 모두 문책 대상인 만큼 조사활동에 민간 참여는 너무나 당연하다. 낙동강특위가 합동조사기구 구성을 제의하며 "부산국토청이 형식적인 자체 조사를 통해 매립장의 문제를 축소하려 해 전혀 신뢰할 수 없다"라고 지적한 것도 같은 맥락이라 생각한다.

정부의 이런 행태를 보면서 드는 가장 큰 의문은, 한강에서 이런 일이 벌어졌다면 과연 이런 식으로 대응할까라는 점이다. 서울시는 빠져라? 서울시가 반대해도 공사는 강행한다? 제18대 대선이 2년 앞으로 다가왔는데, 그때 낙동강 폐기물이 어떻게 돼 있을지 두고 볼 일이다.

kkj99@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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