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용자에 대한 또 다른 시선' UX를 읽자

일반입력 :2010/02/15 19:48

황치규 기자

사용자 경험(UX)에 대해 아직 거리감을 느끼는 이들이라면 책을 통해 사용성에 대한 새로운 생각을 가져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연중기획: UX가 경쟁력이다'를 진행하며 만난 전문가들이 소개해준 책들중 개발자나 디자이너가 아니어도 'UX가 이런거구나' 하는 인식을 심어주는 책 3권을 소개한다. 읽는 맛도 느껴지는 만큼, IT에 대한 일반적인 이해만 있으면 큰 부담없이 소화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사용자 경험에 미쳐라'

UX 개론서로 안성맞춤인 책이다. UX가 관심을 끌고 있는 배경부터 기초적인 방법론을 모두 아우르고 있다. UX 관점에서 역사적인 발자취를 남긴 사례들도 다뤘다.

1888년 조지 이스트먼이 만든 대중적인 카메라가 UX 혁명을 일으킨 원인은 무엇인지, 애플의 디자인 경영이 왜 IT업계를 뒤흔들고 있는지를 알기 쉽게 설명한다.

저자 피터 머홀즈는 UX컨설팅 업체 어댑티브패스 대표다. 그가 이책을 통해 강조하는 메시지는 제품이나 서비스의 핵심은 이제 기능이 아니라 경험이라는 것이다. 기업들에게 익숙해진 기능 만능주의에서 벗어날 것도 강하게 주문한다. 불필요한 기능이 사용자 경험을 어떻게 망치는지 다양한 사례도 제시한다.

독자 입장에서 읽다보면 고개가 끄덕거려지는 대목이 적지 않다. 얼리 어답터가 아니라면 어떤 제품이나 서비스에서 쓰는 기능은 그리 많지 않다. 오히려 기능이 많아 헷갈릴때가 많다. 많은 사용자가 이렇게 느낀다다면 해당 기업은 기능중심주의에 빠져있을 가능성이 높다. 위험신호란게 저자의 설명이다.

저자는 본인이 직접 컨설팅을 진행하며 느낀 점들도 책을 통해 공개한다. 다양한 업종의 사례를 예로 들엇다. 핵심은 기업 경영에 있어 UX는 강력한 차별화 전략으로 떠올랐다는 것이다. 식스 스그마, 비즈니스 프로세스 리엔지니어링(BPR)에 이어 기업 경영진들이 관심을 둬야할 전략적 요충지임을 계속해서 강조한다.

'사용자 경험에 미쳐라'는 UX가 생소하게 느껴지거나 개발자나 디자이너들만의 이슈로 생각하는 기업 경영진들이 읽어보면 좋을 것 같다. UX에 대한 생각을 정리하는데 큰 도움을 준다는게 기자의 생각이다.

소프트웨어, 누가 이렇게 개떡같이 만든 거야 제목부터 아주 도발적이다. 책 내용도 제목과 크게 다르지 않다. 까칠하고 직설적인 표현들이 책 전체를 관통한다.

저자 데이비드 플랫은 이 책을 통해 사용자들을 고려하지 않고 SW를 만드는 개발자들을 향해 끊임없이 직격탄을 날린다. 정리하면 '똑바로 해라'다.

개발자들이 읽으면 적지않게 불편할것 같다는 느낌이 들 정도다.

그럼에도 UX 전문가들이 이 책을 추천한데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개발자들의 시선은 일반 사용자들은 바라보지 않는다는게 핵심이 아닐까 싶다. 그러다보니 사용자들에게 어렵기만한 SW가 쏟아진다는 것이다.

'SW, 누가 이렇게 개떡같이 만든거야'에 따르면 개발자들은 자신들의 시선에 맞춰 SW를 개발한다. 쓰는 사람들도 자신들과 같은 생각을 할거라 믿으면서... 그러나 천만의 말씀이다. 사용자들은 개발자들과는 SW에 대한 출발점 자체가 다르다. 불필요한 기능보다는 쓰기 편한 환경이 우선이다. 이 책은 개발자들이 만든 다양한 SW 기능들중 사용자 경험 관점에서 개떡같은(?) 사례들이 종종 등장한다. 마이크로소프트(MS)와 같은 유명 기업들도 예외가 될 수 없다.

사용자들은 지금까지 SW가 어려우면 '내탓이오' 해야 했다. 저자 데이비드 플랫은 더 이상 이렇게 생각하지 말 것을 요구한다. 쓰다가 불편함을 느끼면 개발자에게 '소프트웨어, 누가 이렇게 개떡같이 만든 거야'라고 따질 것을 주문한다. 참지 않고 적극적으로 불만을 표출하면 사용성은 점차 개선될 것이란 설명이다.

이 책이 개발자 문화 전체를 대변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러나 개발자와 사용자간 간극 때문에 UX가 나빠진다는 저자의 지적은 귀담아 들을만 하다는 생각이 든다. 개발자들은 물론 개발자들과 소통해야 하는 디자이너, 기획자들이 읽어봐도 좋은 책같다.

정신병원에서 뛰쳐나온 디자인 전체적인 메시지는 'SW, 누가 이렇게 개떡같이 만든거야'(와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러나 개발자들이 왜 사용자가 거리가 먼 SW를 만들 수 밖에 없는지를 보다 입체적으로 설명한다는 점에서 '개떡같이 만든거야'와는 읽는 느낌이 좀 다르다.

인터랙션 디자인의 대가인 저자 앨런 쿠퍼는 기업들이 사용자를 고려치 않은 제품을 만들 수 밖에 없는 이유에 대해 개발자들의 사고방식과 기업 프로세스 관점에서 풀어나간다.

전체적인 메시지는 SW기업 문화가 프로그래머 중심주의적으로 가서는 경쟁력있는 UX를 제공할 수 없다는 것이다. 저자는 프로그래밍에 들어가기전에 인터랙션 디자이너가 충분한 디자인을 할 수 있는 시간을 고려해줄 것을 강력하게 주문한다. 프로그래머에게만 모든 것을 맡겨서는 안된다는 얘기다.

저자가 끊임없이 강조하는 인터랙션 디자인은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디자인과는 개념이 많이 다르다. 특정 사용자 성향을 정해놓고, 거기에 최적화된 SW를 디지인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어떤 기능을 제공하느냐를 넘어 그 기능이 어떻게 활용되야 사용자가 정신적 스트레스를 덜 받을지를 사전에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프로그래머가 SW개발을 주도하는 문화에서는 이런 프로세서를 구축하기 어렵다.

결국 바꿔야 하는데, 프로그래머와 소통하는게 그렇게 쉽지는 않다. 화성에서온 개발자와 금성에서온 기획자라는 말이 괜히 나온게 아니다. '정신병원에서 뛰쳐나온 디자인'을 읽다보면 결국 UX의 경쟁력은 커뮤니케이션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개발자가 주도하는 SW개발문화를 넘어 인터랙션 디자이너와 개발자가 사용자를 앞에 놓고 손을 잡는 협업 문화를 구축하는게 중요하다는 얘기다.

관련기사

이 책은 저자의 경험을 토대로 인터랙션 디자이너가 중심이된 SW개발 프로세스에 대한 방법론에 대해서도 설명하고 있다. 국내 SW개발 문화와 저자의 생각에 얼만큼 차이가 있는지 관심을 갖게 한다.

UX 전문가들에 따르면 경영진들이 읽을만한 다른 UX 관련 책들이 조만간 출간된다는 소식이다. 개발자와 디자이너를 넘어 경영진들을 겨냥한 책들이 나온다는 것은 UX가 이제 기술을 넘어 비즈니스 이슈로 진화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가 아닐까? 개발자도 디자이너도 아닌 기자 역시 UX가 계속 읽고 싶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