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민, 국토부 골재채취단지 기간 연장 움직임에 반발

"4대강 모래 남아도는데 남해안에서만 계속 긁어내는 것은 무슨 심보냐."

국토해양부의 남해안 배타적 경제수역(EEZ) 골재채취단지 기간 연장 움직임에 남해안 어민들이 다시 주먹을 추켜세웠다. 그간 지속적인 문제제기를 통해 국토부로부터 얻어낸 각종 합의 사항을 이행하지도 않은 채 다시 채취 기간을 연장하겠다는 데 어민들은 극한의 감정을 드러냈다.

남해EEZ모래채취 공동대책위원회(위원장 이정생)는 28일 오전 11시 도청 프레스센터에서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바로 29일 예정된 '남해EEZ 골재채취단지 지정변경 공청회'를 앞두고 어민들의 입장을 밝히기 위해서다. 대책위는 공청회 육탄 저지도 불사하겠다고 밝혔다.

◇수자원공사 "피해조사 하세월 안 돼" = 수자원공사(이하 수공)는 29일 오후 2시 통영 충무마리나리조트에서 남해 골재채취단지 지정변경 공청회를 연다. 애초 골재채취단지는 2008년 9월부터 2010년 8월까지 2년 기한이었으나 수공은 이를 연장해 2012년 12월까지 4년 4개월로 기간을 연장하겠다는 것이다. 골재채취 계획량(3520만 ㎥)은 변함없고 기간만 연장한다는 계획이다.

국토부의 기간 연장 이유는 이렇다. 우선 최근 경기침체 등으로 국책사업 계획이 변경돼 애초 계획량의 30% 수준인 1042만㎥(2010년 6월 말 현재)만 채취했고, 골재 공급 용도가 확대돼 애초 국책사업에만 공급했지만 최근 민간에 공급할 분량이 많아졌다는 것이다. 만약 남해단지에서 채취를 못 해 서해EEZ 단지에서 가져오려면 장거리 운반에 따른 비용이 만만하지 않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어민들이 어업피해조사를 요구하는 데 대해서는 과업범위가 너무 넓고 조사기간이 길어 조사 자체가 상당히 지연될 가능성이 있다며 '바람직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그러면서 공유수면 점·사용료를 지원해 어민들에게 실질적인 혜택이 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답했다.

남해안EEZ 모래채취 공동대책위원회가 28일 오전 11시 도청 프레스센터에서 국토부의 모래채취 기간 연장을 성토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진영원 기자
◇어민 "수공, 대놓고 모래 장사"= 어민들은 수공이 민간용 모래를 공급하려고 채취 기간을 연장하는 것에 대해 '수공의 경영손실을 보전하려는 미친 행정'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합의 사항들은 지키지도 않으면서 '일단 확보하고 보자'는 식으로 채취를 강행하고 있다는 것.

이정생 위원장은 "지금 남해단지 저층에서는 부니토와 공사 소음 때문에 산란지가 파괴되고 서쪽에서 들어오는 고기가 아예 들어오지 않고 있다. 남해안 조업의 3분의 1은 황폐됐는데, 수공은 해구별로 돌아가면서 공사를 해서 자연 복원된다는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고 있다. 남해는 수심이 깊고 조류가 약해 회복이 더디다. 붕장어와 고등어, 가자미, 멸치, 전갱이 등 저서동물은 현재 전멸 상태"라고 주장했다. 이 위원장은 "2008년 9월 수산과학원과 함께 현장 조사를 했는데 허가상에는 모래를 5m 이상 파지 못하는데 30m 구덩이를 파놨더라. 이런 곳에다 6억, 7억 하는 그물을 어떻게 넣을 수 있나"고 반문했다.

◇낙동강 골재 남아도는데 = 남해안 골재채취 사업은 국책사업이고 또 수자원공사가 진행한다는 점에서 낙동강을 비롯한 4대강 사업과 비교됐다.

정태길 대형선망어업 피해대책위원장은 "낙동강 하굿둑에 모래톱이 엄청나게 쌓이는데 비용이 많이 든다고 남해안 모래만 파대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이번 낙동강 사업 골재채취량은 도내 골재채취 업체들이 앞으로 20년 가까이 채취해야 확보 가능한 엄청난 물량이어서 4대강 사업이 끝나면 골재채취 업체들의 일거리가 현격히 줄어들고 이에 따른 경영난 심화, 도산·폐업 등 관련업체들의 피해가 예상되고 있다. 낙동강 구간 공사로 채취될 골재는 2038만㎥로 예상된다.

구현준 남해군 대책위원장은 "채취 계획만 밀어붙일 것이 아니라 피해 조사와 더불어 합리적인 대안을 내놓아라"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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