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목나누자면서 “이주여성들 점심 따로 하세요”

광주/배명재 기자

“어울림 행사라더니….”

다문화가정 어울림 축제가 오히려 이주여성들의 마음만 아프게 한 따돌림 행사가 됐다. 지난 7일 화순 하니움문화스포츠센터에서 열린 ‘2010 다문화가정 어울림 생활체육축제’에서 주최 측이 참가자들과 따로 점심을 차려 먹은 것이 화근이다.

전남도 생활체육회와 화순군 생활체육회는 이날 도내 10개 시·군지역 다문화 여성 500여명을 초청해 생활체조 경연대회·장기자랑·레크리에이션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행사장엔 목포·여수·순천·나주시, 곡성·고흥·화순·장흥·강진·영광군 등 이웃 지역 이주여성들과 각 지역 생활체육회 관계자들도 참석했다.

온갖 고난을 겪으며 힘겹게 한국 생활에 적응해가는 이주여성들을 위로하고, 친목을 나누는 자리로 올해 처음 마련됐다.

그런데 오전 일정이 마무리되고 맞은 점심시간. 꿀맛 같은 점심을 기대했던 이주여성들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한식 뷔페가 차려진 점심상이 펼쳐지고 각기 음식을 골라 자리에 앉을 즈음, 장내 방송이 흘러나왔다.

“안내 말씀 드리겠습니다. 대회 관계자 여러분들을 위해, 따로 화순읍내 모 식당에 점심을 마련했으니, 급히 센터 앞으로 나와주시기 바랍니다.”

순간 체육관 분위기가 싸늘해지면서 이주여성들은 “밥도 한 끼 같이 안 먹는 행사라니 너무한 것 아니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장내 방송이 나간 뒤 이탁우 전남도 생활체육회장(전 전남도의원)과 화순군청 간부 등 대회 관계자 32명은 1㎞ 떨어진 화순읍내의 최고급 한정식집에서 점심을 먹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 이주여성은 “한국에서 상대방을 가장 잘 이해하려면 음식을 나눠먹는 것이 큰 효과를 낸다고 배웠다”면서 “점심을 따로 차려먹고, 우리를 외면하면서 왜 이런 행사를 마련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주여성 남편 김모씨는 “잘 어울려보자고 한 행사가 오히려 이주여성들을 왕따시키는 아픔을 안겨줬다”면서 “주최자들은 보나마나 비싼 음식을 드셨을 것”이라고 비난했다.

전남도 생활체육회 관계자는 “화순군 생활체육회 회장이 자비로 점심을 대접하겠다고 해서 응했다”면서 “미처 그런 부분을 살피지 못한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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