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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병원에 실망하는 인턴-레지던트 "이유는?"

허지혜 / 기사승인 : 2010-10-01 20: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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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직 의대 교수를 통해 들어보는 미국의 연구 환경




#사례 1. 레지던트 1년차 A씨는 지망하는 과에 들어가지 못했다는 패배감에 잠도 안 온다. 가끔 함께 술 한 잔하는 선배 말로는 1~2년씩 계약하는 종합병원 말고 개업을 하라고 권하지만 개업도 쉬운 일이 아니고 취업할 만한 연구소도 없어 한숨만 나온다.

#사례 2. B씨는 인턴을 마치고 원하는 과에 배정받지 못해 1년째 쉬는 중이다. 살인적인 의대 공부량을 머리속에 짓이겨 넣던 일을 생각하면 억울하기만 하다.

한때 의사가 사람을 구하는 존귀한 직업이라 생각했지만 본과 때 자퇴한 동기의 심정이 이해가 가는 요즘이다.

#사례 3. 인턴, 레지던트 수련의 생활을 포기하기로 한 C씨는 개업 자리를 알아봤지만 지방 시·군 지역 면 단위까지 모두 병원이 들어차 있어 난감하기만 하다. 동기들보다 먼저 개업을 하면 더 빨리 자리를 잡고 돈을 모을 거란 생각은 이제 완전히 접었다.

이렇듯 풀빵 찍어내듯 의사를 양산하는 우리나라의 열악한 의학 교육 및 연구 환경에 인턴과 레지던트들이 실망을 하고 있다. 이에 대해 현직 의대 교수의 경험으로 미국의 연구 환경을 비교해 보고 우리나라 의학 연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알아보자.

◇ 다양한 길 모색하는 교육 환경 조성돼야

최근 미국 MD앤더슨에서 교환부교수로 활동하며 위암·대장암 연구를 진행한 바 있는 고려대 구로병원 종양내과 오상철 교수는 우리나라의 의학 교육 환경을 두고 “한 줄 세우기 식의 지엽적인 직업 교육“이라고 평가했다.

오 교수는 획일화된 전문의만 고집하는 사회와 대학병원 시스템을 비판하며 “길은 다양하게 있다고 생각한다”며 “의과 대학을 나와도 기초 의학자, 의료 행정 및 보건 전문가, 의과학자가 되는 길이 있다”고 밝혔다.

실제 미국이나 유럽의 의학 교육은 타 학문과의 접목을 중요하게 여긴다.

생물학과 같은 기초학문은 물론 스웨덴의 경우 환경학, 사회학, 경제학과 의학을 연결해 가르치는 의과대학이 많다. 이 때문에 졸업생들의 진로도 천차만별이다.

◇ 정부 지원과 시스템 부재하는 연구 환경

연구 환경도 크게 차이가 난다. 우리나라의 연구소가 성과 중심으로 돌아간다면 오상철 교수가 몸담았던 미국 MD앤더슨 암센터는 ‘난제 해결의 해답’을 위해 연구를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삼성 이건희 회장이 수술을 받은 곳으로 유명한 MD앤더슨 암센터는 의사가 진료 중 얻은 아이디어를 프로젝트로 구상하면 치료에 적용할 수 있는지 관리해주는 인력이 따로 있다.

즉 의사가 연구 방향을 잡으면 나머지 실험이나 연구는 생명공학과나 화학과 출신 연구자들이 직접 하고 의사가 피드백을 하는 방식이다. 이 때문에 의사의 임상 경험이 그대로 실험실로 전해져 오게 된다.

이를 두고 오상철 교수는 “미국은 연구 결과를 사고 파는 장터가 활발하게 서 있는 형태”라며 “우리나라 의대 교수가 연구비 3000만원을 딸 때 미국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지 얼마 안 된 사람이 2억을 따오더라”고 기억했다.

실제 MD앤더슨의 연구비는 작년 기준 한해 연구비 예산은 우리 돈으로 5540억원 가량으로 상당한 액수다. 이에 비하면 우리나라 보건복지부 한해 연구개발 지원 총 예산이 2200억원 으로 초라하기만 하다.

이에 대해 오 교수는 “결국 연구 성과를 열매로 할 때 토양 역할을 하는 것은 정부의 지원이다”며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으로 진료중심의 병원환경이 연구중심으로 탈바꿈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메디컬투데이 허지혜 (jihe9378@md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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