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년 된 '곰솔 나무' 마을 주민들이 살렸네
'기장도예촌' 조성 공사가 진행 중인 부산 기장군 장안읍 기룡리 고래(古來)마을. 마을을 지나 진입도로를 따라 산 쪽으로 200m 정도를 올라가면 공사 현장이 나온다. 공사 현장 앞쪽에 130~150년 수령의 곰솔 두 그루(사진)가 웅장한 자태로 버티고 있다.
높이가 25m에 달하는 이 나무들은 고래마을 주민들에게는 특별하다. '고래'라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이 마을은 생긴지 400년이 넘었지만 이제는 13가구만 남을 정도로 작은 촌락으로 전락했다. 이 마을의 운명과 같이 해오면서 주민들에게 휴식처를 제공하고 때로는 기원의 대상이 되기도 한 나무가 바로 이들 나무인 것.
기장도예촌 공사로 잘릴 처지
탄원에 조경시설로 활용 결정
이 나무들이 지난 4월부터 시작된 기장도예촌(91만 7천여㎡) 조성 공사에 따라 베어질 위기에 처했었다. 나무들이 위치한 곳이 주차장(641면)으로 조성될 계획이었기 때문.
주민들은 기장군청과 부산도시공사 등을 방문해 나무를 베지 말고 다른 곳으로 이식해 줄 것을 수차례 건의했다. 하지만 비탈길에 위치한 이들 나무를 이식할 경우 뿌리 손상으로 나무가 죽을 수도 있다는 조사결과가 문제였다.
난처한 상황에 빠진 기장군청 등은 논의 끝에 곰솔을 그대로 두기로 했다. 곰솔을 살려 관광용 조경시설로 삼는 것이 오히려 득이라는 결론을 내린 것이다. 대신 주차면적을 대폭 줄이고, 2억 원의 보존비용이 추가로 들어가야 하는 상황이 됐다.
부산도시공사 동부산사업팀 박범준 과장은 "곰솔을 그대로 두고 주변을 수림대를 조성해 기장도예촌만의 특별한 조경시설로 활용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마을주민 이길구(70) 씨는 "조상대대로 오랜 세월 함께해 온 나무라서 더욱 특별하다"며 "예전에는 그늘이 좋아서 주민들이 자주 모여서 쉬기도 한 마을의 상징 같은 나무가 계속해서 주민들과 함께할 수 있게 돼 다행"이라고 말했다. 김수진 기자 ksci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