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 인류 아프리카 출발 생각보다 이른듯
(워싱턴 AP=연합뉴스) 현생인류가 아프리카를 떠난 것은 지금까지 알려진 것보다 최고 5만년이나 이르며 이동 경로도 나일강을 따라 가다 북쪽으로 나온 것이 아니라 동쪽으로 가다 홍해를 건너 아라비아 반도에 이른 것으로 보인다는 국제 연구진의 새로운 연구가 발표됐다.
사이언스지 최신호에 실린 연구에 따르면 최근 아랍 에미리트(UAE)의 샤르자 에미리트서 발견된 현생인류의 석기는 약 12만5천~10만년 전에 만들어진 것으로 이 시기에 이미 인류가 아라비아 반도에서 살고 있었음을 말해 준다는 것이다.
과학자들은 인류가 아프리카에서 발원했다는 가설을 대체로 받아들이고 있지만 인류학자들은 오래전부터 현생인류가 아시아와 극동, 유럽으로 퍼지게 된 경로를 이해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
지금까지 대부분의 증거는 인류가 나일강 계곡을 따라 이동해 약 6만년 전 중동지역에 도착했을 것임을 시사하고 있다.
연구진은 "아프리카에서 나올 수 있는 출구는 많지 않다"면서 인류의 조상이 홍해 북부 시나이를 통과하거나 홍해 남단 해협을 건넜을 가능성이 있지만 이번에 발견된 증거들은 후자가 대량이동 방식으로 더 유력함을 보여주고 있다고 강조했다.
당시 기후는 지금과 달랐기 때문에 아라비아 반도는 습도가 높아 초지와 사냥감 동물들이 풍부했을 것이며 해수면도 지금보다 낮아 아프리카와 아라비아를 갈라놓는 홍해 남단의 해협은 폭이 2.4~4㎞에 불과했을 것이라고 이들은 추정했다. 이는 동아프리카의 호수와 강에서 뗏목이나 작은 배를 타고 다니는데 익숙했던 사람들에겐 대수롭지 않은 거리였다는 것이다.
또 당시엔 수많은 강과 호수들이 이어져 있어 초기 인류가 쉽사리 아라비아 반도에 도착한 뒤 비옥한 초승달지대(나일강과 티그리스강과 페르시아만을 연결하는 고대 농업지대)를 지나 인도까지 이동했을 것이라고 연구진은 추정했다.
연구진은 또 샤르자 에미리트의 제벨 파야 지역에서 발굴된 비교적 원시적인 주먹도끼와 긁개 등 석기들은 중동 지역이 아닌 타지의 제조법으로 만들어진 것으로 보이며 당시 동아프리카에도 이와 같은 석기들이 있었다고 덧붙였다.
이들은 당시 네안데르탈인들이 유럽에 주로 살며 러시아로 이동하긴 했지만 그보다 남쪽에서 살았던 증거는 없다면서 "혹시라도 네안데르탈인 집단 하나가 남쪽으로 방향을 틀어 수천 킬로미터를 내려왔을 것이라는 추측은 매우 설명하기 힘들고 비논리적인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에 참여하지 않은 하버드 대학의 필립 라이트마이어 교수는 이들 석기의 발견은 "해부학적으로 현생인류에 속하는 인류가 남쪽 루트를 따라 동아프리카에서 아라비아 남부로 초기에 이동했음을 확실히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북부 레반트(동부 지중해 및 그 섬과 연안 일대) 루트 외에 아라비아가 별개의 인류집단 확산의 중심지였을 것으로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라면서 새로운 증거가 축적되면 이런 가설이 검증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연구는 샤르자 에미리트와 독일, 영국 정부 지원으로 이루어졌다.
한편 BBC 뉴스는 현생인류의 미토콘드리아 DNA 정보에 따르면 인류가 아프리카를 떠난 시기가 7만~6만년 전이라는 가설이 유력하다면서 이 연구를 둘러싼 논란이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youngn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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