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륙도] 새벽 4시, 젊은 여성 콜 받고 공동묘지로 간 택시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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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기사가 새벽 4시에 공원묘지로 와 달라는 호출을 받았다면….

경남 김해에서 택시를 운전하는 정 모(63) 씨는 지난달 24일 오전 3시 58분께 김해시 주촌면의 한 공원묘지로 와 달라는 콜센터 호출을 받았다.

당시 정 씨는 공원묘지에서 20분 가량 떨어진 김해시내에 위치한데다 "이 시간에 웬 공원묘지?"라는 불길한 생각이 들었다. 발신자 번호로 전화를 하자 젊은 여성의 음성이 들렸다.

정 씨는 "묘지까지는 거리가 먼 데다 이 시간에는 추가요금이 필요하다"고 하자 그 여성은 "1만 원을 더 주겠다"고 했다.

새벽 시간에 공원묘지로 여자를 태우러 간다는 게 영 내키지 않았지만 손님이 없는 시간인데다 추가요금을 받을 수 있다는 생각에 차를 몰았다. 20여 분 후 공원묘지에 도착했지만 칠흑같이 어두운데다 공원묘지 사무실 건물에는 인기척도 없었다.

순간 소름이 돋았고 조금 전 통화했던 번호로 전화를 걸었지만 아무런 응답이 없었다. 차를 돌려 부리나케 묘지를 빠져 나왔다.

정 씨는 "당시 머리가 주뼛주뼛 서고 내가 귀신에게 홀렸나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고 말했다.

새벽 시간에 묘지에 갔다가 허탕 친 정 씨는 그날 오후 김해중부경찰서에 해당 여성을 업무방해 혐의로 고소했다.

고소장에서 정 씨는 "새벽시간 공원묘지로 택시를 유인하는 장난전화를 건 사람을 처벌해 달라"면서 "영화 '월하의 공동묘지' 같은 느낌을 받고 순간적으로 엄청난 공포감을 느꼈다"고 주장했다.

경찰은 사실 확인에 들어갔다. 출석요구를 받고 경찰서에 나온 사람은 식당 등에서 일하는 26세 여성이었다. 조사의 핵심은 '장난전화' 여부. 조사결과 이 여성은 당일 오전 3시 24분께 김해시내에서 택시를 타고 공원묘지에 갔고 당시 현장에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이 여성이 정 씨의 전화를 받지 못해 이 같은 해프닝이 발생한 것으로 판단, 무혐의 결론을 내렸다.

이 여성은 경찰에서 "힘들 때 가끔 할아버지 묘소가 있는 공원묘지로 가서 마음의 위안을 얻는다"면서 "그날도 할아버지 묘소에 있었는데 전화가 왔는지 몰랐다"고 말했다.

경찰의 무혐의 결론에 대해 정 씨는 "새벽에 호출 받아 묘지에 갔는데 아무도 없었으니 얼마나 놀라고 황당했겠느냐"며 씁쓸해 했다.

김길수 기자 kks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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